사회학자 6천명, 광주서 ‘더 나은 세계’ 꿈꾼다- 최협 전남대 명예교수
2025년 04월 07일(월) 00:00
지난 4월 2일 국회의원 회관 제1 세미나실에서 2027년 광주에서 개최되는 ‘세계사회학대회 기념 특별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글로벌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세계사회학회 회장 제프리 풀레이어스 박사가 ‘위기에 처한 세계에서의 사회운동과 변화’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고 뒤이어 전북대 강민형 교수의 ‘세계화, 불평등,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학술적 차원의 평가에 앞서 이 특별세미나가 정쟁과 대립으로 얼룩진 국회에서 여야 국회의원 5인이 공동 주관하여 열렸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었다. 정쟁에 매몰된 편협한 시야에서 잠시 벗어나 보다 넓은 안목에서 세계적인 사회현상의 흐름을 조망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사회학대회는 전 세계 사회학자 6000여명이 모이는 사회학 분야 최대 규모의 학술행사 및 회의이다. 아시아 권역에서는 일본과 인도 다음으로 대한민국 광주가 3번째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세계사회학대회는 그 규모에 걸맞게 세계 학계의 주목이 쏠리는 만큼 학술대회가 열리는 동안 개최도시는 관련 분야 어젠다의 발원지이자 중심이 된다. 따라서 미디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도시브랜드의 인지도와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한 세계대회는 본 회의에 더하여 2027년의 세계대회에 이르는 동안 조직위원회를 통해 그 준비과정의 일환으로 여러 규모의 지역 및 주제별 회의를 개최한다. 4월 2일의 특별세미나는 그러한 활동의 일환이었다.

작년에 2027년 광주 세계사회학대회 유치 결정 뉴스를 접하고 수천 명의 참가자를 수용할 인프라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광주는 이미 유니버시아드대회와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성공리에 치른 경험이 있고, 세계사회학대회는 학자들의 모임이기에 대학의 시설과 숙소를 활용할 수도 있어서 성공의 열쇠는 시의적절한 의제의 개발과 세계에 제시하는 메시지의 창출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런 만큼 본 대회의 철저한 준비에 더하여 앞으로 주어진 시간 동안 의미 있는 주제별 회의나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가지 특기할만한 사실은 광주의 세계사회학대회 유치는 지자체가 나선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학회의 집행부가 세계대회의 한국 유치방침을 정하고 개최도시를 광주로 선택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광주라는 도시가 사회학적으로 의미 있는 상징성을 갖고 있음을 뜻한다. 사회학회 집행부가 주목하였던 광주의 상징성은 5·18 민주화의 경험을 보편적 가치로 승화하여 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연대하고 공유하는 노력이었다.

더 나아가 그러한 맥락에서 광주를 아시아의 문화를 교류하고 공유하는 아시아문화 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해왔다는 사실이 국제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한다.

그런 점에서 세계사회학대회는 그저 하나의 단순 학술행사를 넘어 광주시민에 바쳐지는 일종의 학술 향연의 성격을 부여받는다. 따라서 광주 공동체가 세계사회학대회를 단순히 하나의 학술행사로 그저 방관할 것이 아니라 광주시 당국과 시민사회 모두가 관심을 두고 응원을 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광주 세계사회학대회의 준비에는 광주시는 물론 5.18 재단,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같은 단체나 조직과의 긴밀한 협조와 협업이 필요할 것이다.

다행히 지난 몇 달 동안 세계사회학대회 준비위원회에서는 장원호, 임현진 교수 등이 광주를 수시로 방문하여 시 당국, 5·18 재단 관계자 등을 만나 협의를 진행해왔고, 세계대회 동안 해외의 참가자들이 방문할 수 있는 장소의 하나로 포용과 환대의 사례가 될 수 있는 고려인마을을 찾아가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세계사회학대회에는 사회학자뿐만 아니라 여성학, 인구학, 정치학 등 다양한 인접 학문 연구자 등 6000여명이 참여하기 때문에 광주지역의 여러 분야 활동가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현실화하면 2027년 광주에서 개최되는 세계사회학대회는 그야말로 세계인이 광주에 모이고 광주의 시민사회가 함께하여 국가와 개인, 이웃, 사회가 어떻게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것인가를 논하고, 그리하여 더 나은 세계를 위한 공감대를 열어가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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