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쉼, 여유 넘치는 꽃대궐 남도 정원속으로~
2025년 05월 27일(화) 08:00 가가
[굿모닝예향] 남도투어- 정원이 주는 선물
해남 산이정원 속 하늘마루·물이정원…
발길 닿는 대로 걷다보면 세상 시름 잊어
전남 민간정원 28호·예쁜정원 대상 ‘비원’
5월 붉은 빛 발하는 철쭉에 시선 빼앗겨
한여름 더위도 잊을 장흥 ‘하늘빛 수목정원’
새하얀 눈이 내려앉은 조팝나무가 가득~
해남 산이정원 속 하늘마루·물이정원…
발길 닿는 대로 걷다보면 세상 시름 잊어
전남 민간정원 28호·예쁜정원 대상 ‘비원’
5월 붉은 빛 발하는 철쭉에 시선 빼앗겨
한여름 더위도 잊을 장흥 ‘하늘빛 수목정원’
새하얀 눈이 내려앉은 조팝나무가 가득~
햇살에 반짝이는 초록잎, 꽃들이 살아 숨 쉬듯 어우러진 풍경들, 정원이 보여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해남이 자랑하는 산이정원과 비원, 장흥 하늘빛 수목정원과 담양 죽화경까지 여름을 향해가는 남도의 정원으로 안내한다.
◇전남도 최초 정원형 박물관, 해남 산이정원= 푸릇푸릇한 나무와 알록달록 예쁜 꽃, 대형 조각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식물원인지 미술관인지 구별이 힘든 이곳은 해남군 산이면의 ‘산이정원’이다.
바다였던 땅 위에 전남 최초의 정원형 식물원이 들어섰다. 이곳의 지명을 따 ‘산이정원’이라 불리지만, ‘산이 곧 정원이 된다’는 뜻도 담고 있다. 해남에 조성된 기업도시 ‘솔라시도’의 대표공간이기도 하다.
산이정원의 시작은 정원사 이병철 대표의 땀에서 비롯되었다.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에서 30년간 정원사로 일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세대의 삶과 환경을 위한 정원을 조성했다. 총 16만 평의 대지 위에 펼쳐진 정원은 지난해 5월 정식 개장했다. 현재는 5만 평만 개방되어 있지만 하반기에는 전 구역이 공개될 예정이다.
정원을 둘러보는 건 방문객의 ‘발길 닿는 대로’지만 규모가 넓다보니 안내도를 따라 코스별로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맞이정원을 시작으로 물이정원, 약속의 숲, 서약의 정원, 하늘마루, 나비의 숲, 소리의정원, 날씨 사냥꾼의 정원, 거미의 숲, 생명의 나무, 흐름원, 산이폭포, 노리정원, 푸른가든 순으로 돌아보면 된다.
‘물이정원’은 지형 특성상 자연스럽게 형성된 호수로, 산이정원의 생태적 중심이다. 6m 높이의 어린왕자 조형물과 철학자와 수학자의 의자라 불리는 두 개의 조각 의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약속의 정원’에는 탄소저감수종 2000그루 이상이 식재된 약속의 숲과 언덕 위 웨딩가든이 자리한다.
산이정원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은 ‘하늘마루’다. 언덕 정상에 유영호 작가의 초대형 설치작품 ‘인간의 다리’가 세워져 있다. 거인의 어깨 위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걸으며 소통하는 형상은 정원의 비전을 상징한다.
◇차와 쉼이 있는 비밀의 정원, 해남 ‘비원’=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붉은 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원의 정중앙에 오롯이 자리하고 있는 ‘아까도 철쭉’. 매년 이맘때쯤이면 붉은 빛을 발하는 아까도 철쭉을 보기 위해 정원을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해남군 삼산면에 자리하고 있는 ‘비원’은 차와 쉼이 있는 정원이다. 김미정 대표가 지난 2000년 관광농원으로 허가받아 조금씩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비밀의 정원 ‘비원’의 탄생 배경이다. 자연의 암반과 지형을 그대로 살리고 다양한 품종의 식물을 심고 가꿔온 지 어느새 25년이 지났다.
‘전남도 민간정원 28호’, ‘2024년 전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 대상’을 차지하기도 한 ‘비원’이 내세우는 콘셉트는 자연지형을 활용한 정원이라는 점이다. 산비탈 지형을 활용한 계단식 정원과 암석, 연못 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경관을 제공한다. 정원의 전체 규모는 1만여 평이다. 메인 정원인 한울정원에는 수령이 100년이 넘은 아까도 철쭉나무가 자리한다. 아까도는 일본에서 개량된 철쭉 품종으로 진한 붉은색의 꽃이 특징이다.
‘비원’에는 300여 종의 수목과 화초가 계절에 따라 다양한 옷을 갈아입는다. 3월과 4월 홍황벚과 산목련, 철쭉, 수선화, 팬지, 설중매가 피고 나면 5월 아까도 철쭉과 장미가 방문객을 기다린다. 6월에는 수국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여름이 되면 목수국과 백일홍이 차례로 정원을 장식한다.
한울정원 뒤 암반에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는 9개의 연못이 모여 흐른다고 해서 구룡폭포라 이름 지었다. 폭포 옆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 하얀이 연못에 새하얀 연꽃이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눈 감고 앉아 바람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바람의 정원’과 별빛 전망대, 수국 정원, 장미의 길까지 아기자기하게 가꿔진 정원에 김 대표의 진심이 가득 묻어있다.
◇함지봉 자락 치유의 숲, 장흥 ‘하늘빛 수목정원’= 샛노란 튤립 위로 보이는 새하얀 조팝나무 꽃. 한여름 더위도 잊을 것 같은 시원한 편백나무 숲. 장흥군 용산면 함지봉 자락에 자리한 ‘하늘빛 수목정원’의 봄 풍경이다. ‘치유의 숲’이라 불리는 이곳은 3만 평 규모에 350여 종의 수목과 1000여 종의 야생화, 초화류가 어우러진 명품 정원으로, 전남도 제8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봄이면 수목원은 그야말로 ‘꽃대궐’이 된다. 매년 4월이면 튤립축제가 열리고, 진분홍빛 꽃을 자랑하는 박태기나무와 삼색 꽃복숭아, 붉은 서부해당화, 새하얀 눈이 내려앉은 듯한 조팝나무가 조화를 이루며 정원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시작은 소박했다. 35년 전 주재용 대표는 나무가 좋아서 2000평의 땅을 샀고, 한 그루 두 그루 나무를 심다 보니 지금의 규모에 이르렀다. 수목원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주 대표는 취미삼아 때론 일삼아 정성들여 이곳을 가꿔왔다.
하늘빛수목원은 나무뿐만 아니라 관람 포인트도 가득하다. 여름이면 ‘퍼플정원’에 보라색 꽃을 피우는 무늬맥문동이 장관을 이룬다. 계곡을 따라 조성된 분수 연못에는 비단잉어와 송어, 철갑상어가 유영하고 글램핑장 옆에는 시원한 폭포수가 흘러내린다. 정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편백나무 숲으로 연결된다.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편백톱밥 맨발길도 마련돼 있어 자연과 더욱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장미와 수국으로 화사한 담양 ‘죽화경’= 담양을 대표하는 민간정원 ’죽화경(竹花景)’은 매년 봄이면 전국에서 관람객들이 몰려드는 인기 정원이다. 전남도 민간정원 제2호이자, 담양 관내 유일한 민간정원이기도 하다.
‘죽화경’이라는 이름은 대나무 ‘죽(竹)’에 꽃 ‘화(化)’, 경치 ‘경(景)’을 더해 만들었다. 대나무 고장 담양의 정체성을 담고자 대나무를 중심으로 꽃과 경관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동양의 상징인 대나무와 서양의 상징인 장미를 함께 심어 전통과 현대의 미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6000평 규모의 죽화경을 일군 사람은 유영길 대표다. 담양이 고향인 그는 정원사로서 26년째 꽃과 나무를 가꾸고 있다. 30대부터 시작해 어느새 60대가 된 그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중국 정원엑스포에도 참여했던 실력있는 정원 디자이너이다. 수년간 좋은 자리를 찾아다닌 끝에 지금의 터를 만나, 아무것도 없는 빈 땅 위에 수십만 주의 꽃과 나무를 손수 심어 지금의 죽화경을 완성했다. 심어진 식물의 수종만 해도 500~600종에 이른다.
장미는 5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붉은 꽃을 터뜨리며 정원을 물들인다. 대나무 울타리를 따라 피어난 장미는 죽화경의 대표적 볼거리다.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죽화경 데이지장미축제’는 5월 17일부터 6월 6일까지 열리고 있다.
장미가 지고 나면 7월에는 수국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키가 큰 유럽 목수국이 7월 말 만개해 9월 초까지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죽화경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미존’, ‘수국존’ 같은 구획 구분이 없다. 다양한 수목과 꽃을 자연스럽게 혼식해 ‘순수 정원’을 만들고자 한 유 대표의 원칙 때문이다.
이곳의 꽃과 나무들은 지형을 따라, 계절을 따라 자연스럽게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관리가 어렵고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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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정원 내 동화정원의 어린왕자 조형물. |
바다였던 땅 위에 전남 최초의 정원형 식물원이 들어섰다. 이곳의 지명을 따 ‘산이정원’이라 불리지만, ‘산이 곧 정원이 된다’는 뜻도 담고 있다. 해남에 조성된 기업도시 ‘솔라시도’의 대표공간이기도 하다.
산이정원의 시작은 정원사 이병철 대표의 땀에서 비롯되었다.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에서 30년간 정원사로 일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세대의 삶과 환경을 위한 정원을 조성했다. 총 16만 평의 대지 위에 펼쳐진 정원은 지난해 5월 정식 개장했다. 현재는 5만 평만 개방되어 있지만 하반기에는 전 구역이 공개될 예정이다.
산이정원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은 ‘하늘마루’다. 언덕 정상에 유영호 작가의 초대형 설치작품 ‘인간의 다리’가 세워져 있다. 거인의 어깨 위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걸으며 소통하는 형상은 정원의 비전을 상징한다.
◇차와 쉼이 있는 비밀의 정원, 해남 ‘비원’=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붉은 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원의 정중앙에 오롯이 자리하고 있는 ‘아까도 철쭉’. 매년 이맘때쯤이면 붉은 빛을 발하는 아까도 철쭉을 보기 위해 정원을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해남군 삼산면에 자리하고 있는 ‘비원’은 차와 쉼이 있는 정원이다. 김미정 대표가 지난 2000년 관광농원으로 허가받아 조금씩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비밀의 정원 ‘비원’의 탄생 배경이다. 자연의 암반과 지형을 그대로 살리고 다양한 품종의 식물을 심고 가꿔온 지 어느새 25년이 지났다.
‘전남도 민간정원 28호’, ‘2024년 전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 대상’을 차지하기도 한 ‘비원’이 내세우는 콘셉트는 자연지형을 활용한 정원이라는 점이다. 산비탈 지형을 활용한 계단식 정원과 암석, 연못 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경관을 제공한다. 정원의 전체 규모는 1만여 평이다. 메인 정원인 한울정원에는 수령이 100년이 넘은 아까도 철쭉나무가 자리한다. 아까도는 일본에서 개량된 철쭉 품종으로 진한 붉은색의 꽃이 특징이다.
‘비원’에는 300여 종의 수목과 화초가 계절에 따라 다양한 옷을 갈아입는다. 3월과 4월 홍황벚과 산목련, 철쭉, 수선화, 팬지, 설중매가 피고 나면 5월 아까도 철쭉과 장미가 방문객을 기다린다. 6월에는 수국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여름이 되면 목수국과 백일홍이 차례로 정원을 장식한다.
한울정원 뒤 암반에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는 9개의 연못이 모여 흐른다고 해서 구룡폭포라 이름 지었다. 폭포 옆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 하얀이 연못에 새하얀 연꽃이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눈 감고 앉아 바람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바람의 정원’과 별빛 전망대, 수국 정원, 장미의 길까지 아기자기하게 가꿔진 정원에 김 대표의 진심이 가득 묻어있다.
◇함지봉 자락 치유의 숲, 장흥 ‘하늘빛 수목정원’= 샛노란 튤립 위로 보이는 새하얀 조팝나무 꽃. 한여름 더위도 잊을 것 같은 시원한 편백나무 숲. 장흥군 용산면 함지봉 자락에 자리한 ‘하늘빛 수목정원’의 봄 풍경이다. ‘치유의 숲’이라 불리는 이곳은 3만 평 규모에 350여 종의 수목과 1000여 종의 야생화, 초화류가 어우러진 명품 정원으로, 전남도 제8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봄이면 수목원은 그야말로 ‘꽃대궐’이 된다. 매년 4월이면 튤립축제가 열리고, 진분홍빛 꽃을 자랑하는 박태기나무와 삼색 꽃복숭아, 붉은 서부해당화, 새하얀 눈이 내려앉은 듯한 조팝나무가 조화를 이루며 정원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시작은 소박했다. 35년 전 주재용 대표는 나무가 좋아서 2000평의 땅을 샀고, 한 그루 두 그루 나무를 심다 보니 지금의 규모에 이르렀다. 수목원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주 대표는 취미삼아 때론 일삼아 정성들여 이곳을 가꿔왔다.
하늘빛수목원은 나무뿐만 아니라 관람 포인트도 가득하다. 여름이면 ‘퍼플정원’에 보라색 꽃을 피우는 무늬맥문동이 장관을 이룬다. 계곡을 따라 조성된 분수 연못에는 비단잉어와 송어, 철갑상어가 유영하고 글램핑장 옆에는 시원한 폭포수가 흘러내린다. 정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편백나무 숲으로 연결된다.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편백톱밥 맨발길도 마련돼 있어 자연과 더욱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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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화경’의 꽃과 나무들은 계절에 따라 자연스럽게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죽화경 제공> |
‘죽화경’이라는 이름은 대나무 ‘죽(竹)’에 꽃 ‘화(化)’, 경치 ‘경(景)’을 더해 만들었다. 대나무 고장 담양의 정체성을 담고자 대나무를 중심으로 꽃과 경관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동양의 상징인 대나무와 서양의 상징인 장미를 함께 심어 전통과 현대의 미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6000평 규모의 죽화경을 일군 사람은 유영길 대표다. 담양이 고향인 그는 정원사로서 26년째 꽃과 나무를 가꾸고 있다. 30대부터 시작해 어느새 60대가 된 그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중국 정원엑스포에도 참여했던 실력있는 정원 디자이너이다. 수년간 좋은 자리를 찾아다닌 끝에 지금의 터를 만나, 아무것도 없는 빈 땅 위에 수십만 주의 꽃과 나무를 손수 심어 지금의 죽화경을 완성했다. 심어진 식물의 수종만 해도 500~600종에 이른다.
장미는 5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붉은 꽃을 터뜨리며 정원을 물들인다. 대나무 울타리를 따라 피어난 장미는 죽화경의 대표적 볼거리다.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죽화경 데이지장미축제’는 5월 17일부터 6월 6일까지 열리고 있다.
장미가 지고 나면 7월에는 수국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키가 큰 유럽 목수국이 7월 말 만개해 9월 초까지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죽화경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미존’, ‘수국존’ 같은 구획 구분이 없다. 다양한 수목과 꽃을 자연스럽게 혼식해 ‘순수 정원’을 만들고자 한 유 대표의 원칙 때문이다.
이곳의 꽃과 나무들은 지형을 따라, 계절을 따라 자연스럽게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관리가 어렵고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