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특수학교 힘겨운 등·하교 ‘달라진 게 없다’
2025년 06월 02일(월) 20:30
통학시간 편도 2시간
리프트 없는 통학버스
학교·도교육청 예산 핑계
여전히 힘들기만한 통학 현실
교육청 “다양한 방안 협의 중”

전남 지역 특수학교에 다니는 B군은 통학 버스에 리프트가 없어 여전히 버스 기사가 들어올려야 버스에 탈 수 있다.

전남 특수학교를 다니는 장애학생들이 편도로 2시간 넘는 열악한 통학 버스를 타고 등·하교 하는 것으로 드러난<광주일보 4월 21일 6면·22일 7면·24일 7면 등>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장애학생과 학부모들은 여전히 힘든 통학 현실에 놓여 있었다.

2일 오전 6시 40분께 다시 만난 특수학교 학생 A(15·지적장애·중학교 3년)군의 등하굣길은 여전히 가혹했다.

A군이 탄 통학버스를 따라가 보니 통학 시간은 여전히 2시간 이상 걸렸다. 비슷한 처지의 학생 30여명을 태우는 등 버스 탑승 인원도 그대로였다. 물 먹는 것도 자제하고 버스에 탄 학생들은 좁은 버스에서 2시간을 가만히 앉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과 고통을 참아내야 했다.

오전 8시 50분께 시·군을 왔다갔다하며 학생들을 태운 통학 버스 4대가 차례로 학교에 도착한 시간도 변한 건 없었다.

A군 어머니는 “등하교 왕복 시간이 여전히 4시간 넘게 걸린다. 학교측에서 따로 노선을 조정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며 “내년에 학교 직영 버스 한 대를 폐차시키고 임차 버스로 도입한다고 들었는데 결국 차량이 늘어난 것도 아니라 탑승 시간, 노선은 똑같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차량에 리프트가 없어 버스 기사와 학부모가 들어 올려야 했던 초등학생 B(뇌병변 장애)군의 등굣길도 변화가 없었다. 버스 운전기사가 B군을 직접 들어안아 버스에 앉히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당장 통학버스가 도입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학생들은 기약 없이 리프트 시설 없이 불편을 감수해야했다.

학교와 전남도교육청이 예산을 핑계로 서로의 등을 떠밀고 있는 모습도 달라진 게 없었다.

학교는 예산이 없으니 도교육청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도교육청은 우선 순위에 밀려 예산 확보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서 뾰족한 수가 없다는 식으로 외면하고 있다.

학교 측은 “기사가 보도된 이후 도교육청에서 차량 현황과 학생 통학 문제 등 실태를 조사했다”며 “노선 변경은 차량이 늘지 않는 한 당장 어려운 실정이지만 에듀택시 문제 등 여러 지점들을 교육청과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전남도교육청은 “학기 중이기 때문에 당장 노선을 변경하기 어렵고 다양한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며 지금 이뤄지는 단계가 아니라 말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또 통학버스와 관련해서는 학교별 통학 차량 운영을 직영과 임차 비율을 50대 50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통학차량 운영 효율화 방안에 따라 순차적으로 바꾸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전남도교육청은 통학 여건 개선을 위해 무안군 옛 일로초 죽산분교장 부지에 전남 서부권 공립특수학교 ‘온미래학교’를 신설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온미래학교는 오는 2029년 개교를 목표로 설립될 예정이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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