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100주년을 맞은 한국 영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의회가 영화제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광주시 영상·영화진흥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에 따라영화센터 설치와 광주의 특색을 살린 영화제 지원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광주를 상징하는 민주·인권·평화 주제의 다큐멘터리 영화제 등 광주만의 특색을 살린 영화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국내 지자체들이 앞다퉈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행’에 따라 충분한 준비 없이 영화제를 여는 것 보다는 우선 지역의 영화 제작·상영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광주시의회는 “장연주(정의·비례) 의원이 광주지역의 영상·영화 발전과 진흥을 위한 사항을 규정하는 ‘광주시 영상·영화 진흥 조례안’을 대표발의 했고, 이경호(민주·북구2) 의원 등 7명이 함께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조례안에는 ▲영상·영화 진흥 기본계획의 수립 ▲영상·영화진흥위원회 설치 및 기능 ▲영상·영화문화산업 육성 ▲영화센터의 설치 ▲영화제의 지원 ▲법인·단체·상영관의 지원 등 영화 산업 활성화를 위한 세부안이 담겨 있다. 특히 지역 영화계의 요구 중 하나였던 영화센터 설치와 영상·영화진흥위원회 설치, 영화제 지원 등의 근거가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장연주 의원은 “그동안 영상진흥기본법이 시행되고 있었지만 광주시의 관련 조례가 없었다”면서 “이번 조례안은 영화센터 설치 등을 통해 지역의 영화 기반을 탄탄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서는 그동안 광주국제영화제, 광주극장 영화제, 광주여성영화제, 스웨덴영화제, 광주독립영화제 등이 열렸는데 대표주자격이었던 광주국제영화제는 중단됐다. 광주국제영화제는 2001~2015년까지 15차례 열렸는데 흥행 부족과 영화제 조직위 내분 탓에 지난 2016년 막을 내렸다. 한 때 광주시는 한 해 보조금 3억원~3억5000만원을 이 영화제에 지원했지만 정산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예산 지원도 끊었다.

이에 따라 광주독립영화협회, 광주독립영화제, 광주여성영화제 등 광주지역 영화단체들은 “광주독립영화관과 ACC시네마테크, 광주극장 등 관련 자산을 기반으로 한 영화플랫폼 ‘광주영화센터’(가칭)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이번에 조례안이 발의됨으로써 광주영화센터 설립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광주시는 영화산업 육성과 달리, 영화제 신설에 대해서는 현재 신중한 입장이다. 올해 영화산업 인력양성 및 제작지원 사업에 2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올 11월께 광주 독립영화제에 3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등 예산 지원은 점차 늘릴 계획이지만 영화제 신설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영화제 신설은 상당한 고민과 지역 문화계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영화제 규모가 크든 작든 규모에 관계없이 흥행과 의미 모든 부문에서 굉장한 고민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봉준호 감독 수상을 계기로 광주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