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을 당하고, 광주시 산하기관 등에 채용청탁까지 한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10일에 이어 11일에도 검찰에 출석,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6·13지방선거 사범 공소시효(12월 13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만큼 윤 전 시장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를 비롯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추가해 기소를 검토 중이다.

검찰은 윤 전 시장과 권양숙 여사 사칭 사기범 김모(여·50)씨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268회) 내용과 시기 등을 고려할 때 ‘공천’이란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사실상 공천을 놓고 돈이 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시장은 채용청탁과 관련한 혐의(직권남용, 업무방해)에 대해선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 공천을 염두에 두고 돈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광주지검에 재 출석한 윤 전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전날에 이어 “(사기범 김씨에게 속아)돈을 건넨 게 공천 대가라면 은밀하게 이뤄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나는)수억원을 내 이름으로 대출받아 버젓이 내 이름으로 송금했다. 당시 사기범을 권양숙 여사로 알고 ‘자식 문제로 사정이 어렵다며 몇개월만 빌려달라’고 해 선의의 마음으로 도와준 것 뿐”이라고 거듭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시장은 다만 사기범 김씨의 아들(28)과 딸(30)을 ‘고 노무현 대통령의 혼외자’로 알고, 광주시 산하기관인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광주 모 사립중학교에 취업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인정했다.

윤 시장은 또 이날 취재기자들을 만나 불출마 선언 후 김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는 지에 대해서는 “임기가 끝나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점을 얘기했을 뿐”이라며 “돈을 돌려달라고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윤 전 시장이 돈을 갚으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하진 않았지만, 지난 4월 초 민주당 광주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와 6월13일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등 두 차례에 걸쳐 권양숙 여사 사칭 사기범에게 “생활 형편이 어렵다”며 돈을 되돌려 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검찰과 윤 전 시장측이 ‘돈을 돌려달라고 했느냐’를 놓고 맞서는 것은, 시점 등을 종합할 때 공천 대가 여부를 뒷받침하는 주요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시장의 한 측근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검찰이 김씨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중 일부만 공개해 마치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처럼 되고 있다”면서 “특히 공천이 무산돼 돈을 돌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