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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타계] 격조와 성찰…‘명문장의 숲’ 일궜다
신안·목포서 유년시절 보내…‘어린왕자’ 등 프랑스 작품 다수 번역
‘밤이 선생이다’ 열풍 ‘아이돌’ 애칭…암 말기에도 활발한 집필 활동

2018. 08.09. 00:00:00

지난 2015년 2월 광주일보 문화매거진 ‘예향’과의 인터뷰 당시 황현산 평론가가 포즈를 취한 모습. <광주일보 자료사진>

“신안에는 섬이 가지고 있는 다도해 정서가 있어요. 섬 말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표현력과 말은 문체를 익히는데 굉장한 도움이 됐습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오지 마을인 신안의 말을 터득했고, 세계적인 보편적인 불어를 배웠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어요. 두 언어의 충돌과 조화현상에 대한 생각, 거기에서 나온 상상력은 언어, 번역이론의 밑바탕을 이루다시피했어요, 어릴 적 고전읽기는 문장의 박자감, 리듬, 운율을 익히는데 도움이 됐고 불문학의 명문장을 번역하면서 익힌 말들이 어우러져 제가 쓰는 문체가 됐습니다.”

8일 별세한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지난 2015년 광주일보 문화예술매거진 ‘예향’(2월호·통권232)과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고인을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다. 프랑스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 시를 한국에 소개한 번역가, ‘문단의 조용필’, ‘팬덤을 형성한 평론가’ 등.
1945년 목포에서 태어나 문태고를 졸업했던 고인은 초등학교는 신안에서 나왔다. 그에게 고향이 신안과 목포 두 곳인 것은 그 때문이다. 황 평론가의 언어는 신안 비금도와 목포에 ‘젖줄’을 대고 있다.
그는 생전에 고향 이야기를 글로 많이 남겼다. 지난 2014년 신안 특산 ‘홍어’를 주제로 글을 쓴 인연으로 고향 인사로부터 홍어를 선물 받은 사실은 익히 알려진 일화다.
황 평론가의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2013·난다)는 격조와 품격을 아우른 문장과 번뜩이는 사유가 담긴 책이다. 수많은 섬들과 푸른 파도,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은 그에게 문학적 감수성과 사유를 갖게 했을 것이다.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그의 성찰이 돋보이는 명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밤이 선생이다’라는 제목이 말해두듯 그는 낮과 밤이 뒤바뀐 삶을 살았다. 40여년의 시간을 새벽까지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오전에 일어나 일상을 시작했다. 물론 대학 교수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려대 불어불문학과에 진학한 뒤 가정형편 탓에 주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 공부하던 일상이 습관으로 굳어진 거였다.
그가 ‘밤이 선생이다’를 펴냈을 때 문인들은 SNS에서 글을 퍼 날랐다. 평론가가 산문집으로 당시 15쇄를 찍은 것은 이례적이었는데 출판계에서는 ‘아이돌 음반처럼 책이 팔렸다’며 황 교수를 ‘문단의 아이돌’이라 불렀다.
황 교수는 “비평보다 산문이 인기를 얻어 당황스럽기는 하다. 동료 비평가와 제자들은 대중에게 영합하는 글 쓰는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며 미소띤 얼굴로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인문학 티를 내지 않았으나 인문학적 내용과 사유가 들어있어 까다로운 글이다. 쉽게 이야기하다 보니까 쉽게 접근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쉽게 쓴 글임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학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공모에 지원해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그는 “문화예술위원회를 명실상부한 독립기관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긍지”라며 임직원에게 문화예술 지원 업무에 대한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취임 후 두 달 만에 암이 재발하면서 위원장직을 사임해야 했다. 병세가 나빠진 와중에도 고인은 산문집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과 번역서 ‘말도로르의 노래’ 등 두 권의 책을 펴냈다.
“나는 이 세상에서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물어왔다. 특히 먼 나라의 문학일 뿐인 프랑스 문학으로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늘 고뇌해왔다. 내가 나름대로 어떤 슬기를 얻게 됐다면 이 질문과 고뇌의 덕택일 것이다.”(‘사소한 부탁’ 중에서)
책 제목인 ‘사소한’이라는 단어 뜻과 달리 내용은 알맹이로 가득차 있다. 저자는 ‘한글날에 쓴 사소한 부탁’이라는 글에서 표준국어대사전에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올려놓을 것과 ‘한컴오피스 한/글’의 맞춤법 검사 기능을 섬세하게 다듬어줄 것을 관계자들에게 부탁한다.
“언어는 사람만큼 섬세하고, 사람이 살아온 역사만큼 복잡하다. 언어를 다루는 일과 도구가 또한 그러해야 할 것이다. 한글날의 위세를 업고 이 사소한 부탁을 한다. 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 실패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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