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 사학을 대표하는 조선대와 국립 순천대 등 광주·전남지역 주요 대학이 정부의 정원감축 권고와 재정지원 제한을 받게 될 대학으로 잠정 분류됐다.

이 결과가 오는 8월께 최종 확정되면 신입생 모집과 대학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지역에서는 정부가 대학구조조정 정책에 매몰돼 획일적 평가방식으로 지역 대학을 고사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1단계 잠정결과를 심의하고 86개 대학에 정원감축·재정지원 제한 범위를 결정할 ‘2단계 평가’를 받도록 통보했다고 20일 밝혔다. 교육부가 공식발표 하지 않았지만 광주·전남에서는 조선대, 순천대, 조선간호대, 남부대, 송원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는 일반대학 40개교, 전문대학은 46개교가 2단계 평가대상으로 분류됐다.

이번 기본역량 진단 평가는 대학을 자율개선대학, 기본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 3단계로 나누는데, 자율개선대학은 최상위 평가를 받은 대학으로 간주된다. 1단계 진단은 최근 3년간 대학의 실적 자료를 활용해 교육 여건, 대학운영 건전성 등과 관련한 정량 지표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진단하는 정성지표에 기반한 진단 결과를 합산해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사실상 최상위 평가를 받은 자율개선대학들은 정원감축 권고 없이 2019년부터 일반재정지원을 받게 된다. 정부가 사용처를 정한 목적성 재정지원과 달리 지원금을 폭 넓게 활용할 수 있다. 교육부가 공식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전남대, 광주대, 동신대 등 광주·전남 대부분 대학이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조선대, 순천대 등 전국 일반대 40곳과 전문대 46곳은 다음 달 2단계 진단을 받게 됐다. 1단계 진단 결과는 대학별 이의신청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진단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달 말에 확정할 예정이어서 막판 구제 가능성도 열려 있다. 조선대, 순천대 등은 이날 대책회의를 열고 우선적으로 이의신청 절차를 밟되, 철저하게 2단계 평가를 준비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교육부 등은 2단계 평가 대상 대학을 중심으로 서면·현장평가를 진행하고 1∼2단계 결과를 합산해 권역 구분 없이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유형Ⅰ·Ⅱ)으로 분류한다. 최종 결과에서도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되면 대학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우선 역량강화대학은 정원감축 권고를 받게 된다. 단, 재정지원사업 중 특수목적 사업에는 참여할 수 있고, 일부는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일반재정지원도 받을 수 있다. 재정지원제한 대학의 경우 정원감축 권고와 함께 유형Ⅰ 대학은 재정지원이 일부, 유형Ⅱ 대학은 재정지원이 전면 제한된다.

교육부는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최종 결과를 진단관리위원회 및 대학구조개혁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8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예비 자율개선대학의 경우에도 이의신청, 부정·비리 제재여부 심사를 거쳐 자율개선대학으로 확정되거나 빠질 수도 있다.

광주·전남지역 대학가에서는 “사실상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명칭을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바꿨을 뿐 대학을 고사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변함 없는 것 같다”며 “특히 낙후한 지역여건에서 대상의 위상과 기여도 등을 고루 감안하지 않고 특정 지역 대학들을 몰아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