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대학들이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1단계 잠정결과가 발표되자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잠정적이지만 조선대, 순천대, 조선간호대, 남부대, 송원대 등 주요 대학들이 사실상 정부의 정원감축 권고와 재정지원 제한을 받게 될 수 있는 대학들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평가요소·배점 등이 공개되지 않은 탓에 ‘깜깜이 평가’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1단계 잠정결과를 심의하고 86개 대학에 정원감축·재정지원 제한 범위를 결정할 ‘2단계 평가’를 받도록 통보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선대 등은 이날 결과가 나오자 곧바로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현재 잠정 1단계 평가지만 2단계 평가에서도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평가받을 경우 정원감축, 정부지원 제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조선대측은 “곧바로 이의신청 절차를 밟고 2단계 평가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순천대도 “이의신청 과정에서 우리대학측의 성과 등이 반영되지 않은 점 등을 살피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2단계 평가도 성실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대학들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평가결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비교적 양호하게 대학을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진 지역 대학들이 다수 포함된 데다 현재까지도 평가 지표 등이 공개되지 않은 탓이다. 실제 교육부는 대학에 비밀번호를 부여해 주고 그 결과를 해당 대학만 아는 방식으로 공개했다. 대학들간 비교기준이 되는 다른 대학들의 결과를 알 수 없는 방식이다.

지역 대학의 한 관계자는 “평가방식에 문제가 없지 않아 보이는 데 현재로서는 평가방식에 어떤 요소들이 반영됐는 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응에 나서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광주·전남지역 대학들은 지역 특성상 국립대 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사립대가 역량 진단에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대는 상대적으로 일반대보다 자율개선대학 선정 비율이 낮아 교육부가 전문대를 홀대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 사실상 우수등급인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된 대학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의신청, 부정·비리 제재여부에 대한 심사를 거친 후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 대학의 한 관계자는 “오는 8월께 확정발표될 최종 결과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재정·학사 운영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2014∼2016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구조조정을 유도했다.

정성·정량평가를 바탕으로 대학을 A∼E 5개 그룹으로 나눈 뒤 B∼E그룹에는 정원감축 비율을 할당하고, D∼E그룹은 재정지원도 제한했다.

D∼E그룹의 경우 ‘부실대학’ 낙인이 찍혔다. E그룹 대학 가운데 서남대·대구외대·한중대 등은 폐교했다.

하지만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등의 비판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명칭을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바꿨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