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SOLO가 되었나] “청년주택 덕 나주에 둥지 … 결혼보다 내 삶이 우선”
2024년 04월 25일(목) 19:20
<중> 지역에서 솔로로 살아남는 법
지난해 임대주택 입주자 선정돼 전입
관리비만 납부…목포 출퇴근 생활 청산
주거 비용·유류비 절감 가장 큰 만족
청년도약계좌 적금 등 자산관리 도움
“결혼 필수는 아냐…딩크족에도 동의”

‘나주시 청년 임대주택’ 입주자 전승균(30)씨가 송월동에 마련한 20평(전용면적 49㎡) 보금자리에서 응접실을 상영관으로 꾸며 인터넷 TV 서비스(OTT)를 즐기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찾은 나주시 송월동 부영주택 2단지 일대는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는 중·장년 입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나주시 청년 임대주택 입주자 전승균(30)씨의 보금자리에 들어서자 한적한 동네 모습과는 달리 감각적인 실내 분위기가 펼쳐졌다.

20평(전용면적 49㎡) 남짓한 공간에는 아늑한 침실과 옷방, 대형 은막과 사운드바, 소파가 설치된 거실이 자리 잡았다. 집주인의 취향에 맞춰 나무 무늬와 진회색으로 통일감을 줬다.

전씨는 나주 청년 임대주택 입주자로 선정되면서 지난해 말 나주 전입신고를 마쳤다. 나주시민으로 살아온 지 넉 달이 됐다.

간호사인 그는 지난해 7월부터 나주시 산포면의 한 의료기관에 취업해 전남도민의 정신건강을 살피고 있다. 나주로 집을 옮기기 전까지는 본가인 목포에서 매일 왕복 2시간에 달하는 거리를 출퇴근해왔다.

나주에 집을 얻어볼 생각이었지만 한 달 30만원에서 50만원에 달하는 월세를 감당하기에는 부담이었다.

그러던 차에 나주시가 내놓은 ‘취업 청년 임대주택’ 공고가 눈에 띄었다. ‘전·월세 0원’ ‘보증금 0원’에 최장 4년(2년 단위 계약)까지 살 수 있는 주택을 마련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전씨는 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청년 임대주택의 입주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0명이 입주할 수 있는 청년 주택에는 68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나주시는 지역에 취업하는 청년(18~45세)들의 주거 부담을 덜어줘 인구 감소와 지역 구인난을 해결하고자 ‘취업 청년 임대주택’을 마련했다.

송월동 부영주택 2단지 20평 아파트 보증금 5000만원과 삼영동 1단지(20평) 보증금 4000만원은 나주시가 부담한다. 임대주택 사업을 위해 나주시가 들인 예산은 지난해 15억원, 올해 35억원가량이다. 협약을 맺은 부영주택은 오래된 벽지와 장판, 보일러 등을 교체했다. 입주 청년이 부담하는 비용은 가스·수도요금과 관리비 등 월 15만원 안팎이다.

전씨는 보증금에 드는 비용 300만~400만원을 ‘첫 아파트 생활’을 멋들어지게 시작하는 데 썼다. 영화와 커피를 좋아하는 그는 맞춤형 가전을 마련하며 집에서 모든 취미 생활이 가능하도록 꾸몄다.

전씨가 청년 주택에 새 둥지를 틀면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출퇴근 시간 단축’과 ‘주거 비용 절감’이다.

왕복 2시간이었던 출퇴근 시간은 30분 정도로 줄었다. 매달 절약하는 10만원의 주유 비용도 쏠쏠하다. 보증금과 월세에서 절약한 돈은 청년도약계좌 등에 넣으면서 목돈 마련에 쓰고 있다. 무조건 확실한 걸 좋아하는 그는 주식 투자와 가상화폐 투자보다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적금을 붓는 자산관리 방법을 택했다.

매달 관리비만 부담하면 되는 나주 주거정책에 청년들은 호응하고 있다.

지난해 공급한 주택 30호 중 2가구는 신혼부부, 3가구는 가족·친구 등과 공동 거주하는 형태로 입주했다. 10~20대가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8명, 40대 2명이 뒤를 이었다. 광주 20명, 전남(나주 제외) 8명, 경기 1명, 부산 1명, 전북 2명이 나주시민이 됐다.

전씨는 “직장 동료와 또래 친구들도 나주 청년 주택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지인들은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출퇴근하는 점을 가장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나주 원도심의 쇠퇴한 상권은 전씨가 불편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다. 인천과 목포에서 살던 때와 달리 배달 품목의 폭이 훨씬 좁아졌다. 다행히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배송이 가능해 숨통이 트였다.

직장 생활을 하며 정신건강전문요원 수련을 받는 그는 올해가 중요한 시기이다. 이 때문에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부족하다고 한다. 때때로 시간이 나면 나주 혁신도시와 본가가 있는 목포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곤 한다.

‘10년 뒤의 삶’을 그려보길 주문하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최장 4년간 머물 수 있는 임대주택에서는 먼 미래를 바라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완고한 비혼주의라고는 할 수 없지만, 결혼이 인생에서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녀를 두지 않겠다는 ‘딩크(DINK)족’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어요. 집이 있고 직장이 있는 게 아니라, 직장이 있어야 집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주에 직장이 유지되는 것이 우선이겠죠.”

나주시는 지난해 30호에 이어 올해 70호 ‘청년 임대주택’ 입주자를 받는다. 지난 1일 공고를 낸 뒤 26일까지 신청자를 모집한다.

입주 신청 대상은 공고일 기준 다른 지역(시·군·구)에 주소를 둔 18~45세 청년으로, 입주일 즉시 전입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나주시에 있는 사업체 근로자 또는 사업자이면서 근로소득 증빙이 가능하고 건강보험료 납입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의 무주택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전입 세대원이 2명 이상인 청년’, ‘산업단지 근로 청년’ 등은 우선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다음 달 입주자 선정 심의를 거쳐 6월 중순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나주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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