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미(여·45·광주시 봉선동)씨는 지난달 8일 오후 8시 30분께 광주공항∼상무지구 방향 편도 2차로를 지나던 중 운전하던 ‘제네시스 G80’이 ‘쿵’ 소리와 함께 오른쪽으로 쏠리자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이씨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데다 비까지 내린 탓에 움푹 패인 도로(pothole·도로 표면이 움푹 패인 곳)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고, 조수석 타이어 옆면이 3cm 가량 찢어졌다.

이씨는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광주시에 전화했더니, 사고가 난 구역이 서구 관할이기 때문에 서구청에 연락하라고 하더라”면서 “다시 서구청에 연락했더니, 이번에는 배상해 줄 예산이 없다며 검찰청 민원실에서 국가배상 피해를 접수하라고 해 어이가 없었다”고 황당해 했다.

이씨는 “피해 보상 절차가 너무 복잡해 결국 포기하고 사비를 들여 타이어를 교체했다”며 억울해 했다.

‘도로 위 폭탄’으로 불리는 포트홀 때문에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에서 매년 수만건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배상절차가 복잡하고 처리기간도 최장 6개월 이상 소요돼 운전자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도로마다 관리 주체가 다른 점도 보상 절차를 어렵게 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어 ‘사고 피해 처리 일원화’ 등 관련 제도를 재정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 9월1일까지 광주시가 관리하는 4차로 이상 도로와 5개 자치구 관할 도로에서 발생한 포트홀은 2013년 1만 5484건, 2014년 1만618건, 2015년 1만4066건, 2016년 1만7648건, 2017년 8083건, 2018년 1∼3월 6354건 등으로 나타났다.

포트홀이 늘면서 관련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광주시 종합건설본부가 관리하는 도로(총연장 561㎞)에서 발생한 포트홀 사고 중 접수 처리된 건수는 총 330건으로, 보험금 2억7000여만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배상절차가 복잡한 탓에 사실상 피해 배상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운전자도 상당수다.

포트홀 사고 접수방법은 검찰청에 접수하는 국가배상 신청과 자치단체 배상신청 등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국가배상 신청의 경우 광주고등검찰청 민원실에 방문해 국가배상 신청서와 함께 블랙박스 영상, 현장 사진, 수리비용 영수증 등을 각종 증거자료로 제출하면 된다.

이후 국가배상심의위원회는 운전자의 과실 정도를 따져 배상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는 데, 배상확정 비율이 높지 않은데다 처리 기간도 길게는 6개월 이상 소요돼 피해 운전자들의 불만이 높다.

국가배상 외에도 자치단체에 직접 신청하면 되지만, 이 마저도 처리 절차가 까다롭긴 마찬가지다.

우선 폭 20m(4차선)를 넘는 도로는 광주시종합건설본부에서, 20m 미만의 도로는 5개 자치구에서 관리하는 등 관리 주체가 제각각인 탓에 배상신청을 구분해서 신청해야 한다.

자치단체는 피해신고 접수시 현장으로 출동해 포트홀 깊이 등을 파악한 뒤 자체적으로 가입한 ‘배상책임보험’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처리기간이 합의 등의 과정을 거쳐 2개월 이상이 소요되는데다, 피해 배상금이 높지 않아 제2의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게 자치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선 구청의 경우엔 배상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을 권유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성현주 광주시 서구 시설물관리담당은 “서구의 경우 포트홀로 인한 사고 발생 배상예산이 적어 포트홀 관련 민원은 검찰청에서 하는 국가배상신청으로 안내하고 있다”면서 “다른 자치구도 비슷한 처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영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