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국내 유일 흑두루미 월동지 자리매김
2018년 01월 24일(수) 00:00 가가
역대 최대 2176마리 관찰 … 대한민국 생태수도 이미지 높여
순천시 보호정책 한몫 … AI 여파에 자랑 못하고 몰래 기뻐해
순천시 보호정책 한몫 … AI 여파에 자랑 못하고 몰래 기뻐해
순천만을 찾은 겨울 진객 흑두루미들. 순천만이 역대 최대 개체수의 흑두루미들이 날아오면서 국내 유일의 흑두루미 월동지로 자리매김했다. 〈순천시 제공〉
“마음대로 자랑도 못하고 몰래 기뻐합니다.”
순천만보존과 직원들은 요즘 답답한(?) 마음을 달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순천만을 찾은 겨울 진객(珍客),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 228호)들이 처음으로 2000마리를 넘어섰는데도,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사태로 마음껏 자랑할 수 없어서다.
두루미류 새 1000마리를 품는 도시라는 의미의 이른바 ‘천학(千鶴)의 도시’라는 명성 뿐 아니라 국내 유일한 흑두루미 월동지로 자리매김한데는 각별한 철새보호정책이 한몫을 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대한민국 생태수도’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성과지만 조류인플루엔자 탓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여의치 않다는 게 순천시 분위기다.
◇AI 여파 속 흑두루미 2000마리 넘어=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는 23일 현재 2013마리가 관찰됐다.
흑두루미가 2000마리를 넘은 건 꽤 오래됐다.
흑두루미들은 지난해 11월 22일 2134마리가 관찰된 이후 29일에는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2167마리가 순천만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11월 21일 순천만 인근 농경지 철새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전면 폐쇄된 뒤 하루 만에 2000마리를 넘더니 최대 개체수까지 기록하게 된 것이다. 검은목두루미까지 포함하면 29일에만 두루미류로는 역대 최대 개체수인 2176마리가 관찰됐다. 전년도에 견줘 개체 수가 25%가 늘어났다.
첫 관찰(10월 17일) 이후 10월 25일 1000마리를 넘어서는 등 흑두루미 개체수 증가폭이 급증하면서 역대 가장 많은 흑두루미들이 찾았다는 게 순천시 설명이다.
순천만을 월동지로 택한 흑두루미가 2000마리를 넘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특히 국내 유일한 흑두루미 월동지로 자리매김해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일부 흑두루미들의 월동지 및 중간기착지였던 천수만조차 간월호 수위가 높아지면서 잠자리인 모래섬이 잠겨 월동지 기능을 상실, 국내 어디에서도 흑두루미를 관찰할 수 없는 점에서다.
◇새들의 천국…개체 수도 다양해져=순천만은 겨울을 나는 두루미, 새들의 천국이다.
23일 기준으로 순천만에서는 흑두루미 뿐 아니라 검은목두루미 11마리, 캐나다두루미가 관찰됐다.
국제적 희귀종인 ‘캐나다두루미’ 는 15종류인 두루미류 가운데 가장 몸집이 작아 무리에 섞여 있을 경우 자칫 새끼 흑두루미로 오인되는 조류이다. 몸길이가 86∼122cm 정도이고, 붉은색 앞이마와 희색 바탕에 매우 긴 목과 다리를 갖고 있는 세계적 희귀조류이다.
두루미류 뿐 아니다. 큰기러기(멸종위기종 2급)를 비롯한 기러기류 3200마리, 검은머리갈매기(〃 2급) 등 갈매기류 2000마리, 노랑부리저어새(멸종위기종 2급), 독수리,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제 243호·멸종위기종 1급) 등 희귀조류들이 순천만에 머무르고 있다. 오리류는 최대 2만 마리까지 넘게 순천만을 찾고 있다. 이른바 ‘새들 천국’이라는 말이 나올만하다.
◇각별한 보호·관심=순천의 서식지 보호 활동은 국내 유일한 흑두루미 월동지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흑두루미의 경우 경계심이 심해 작은 불안 요인에도 먹이활동을 하지 못하고 날아오르는 일이 잦다는 게 조류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월동 환경이 만들어져야 개체 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월동지에서의 건강상태는 번식지에서의 번식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순천시가 월동 여건 개선에 공을 들인 게 최대 월동지로 자리매김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순천은 매년 봄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시작한다. 흑두루미가 추수가 끝난 농경지를 돌아다니며 떨어진 낱알을 주워먹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한 해 철새보호활동의 첫 발을 떼는 셈이다.
농민들은 흑두루미영농단을 꾸리고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59ha)를 조성, 재배하며 추수가 끝나면 친환경 벼를 흑두루미 쌀로 가공해 연간 50t 가량을 철새 먹이로 제공한다. 흑두루미영농단은 겨울철새가 도래하는 기간에는 채식지로 활용되는 농경지 내 관광객, 차량 출입을 차단하는 한편, 매일 300㎏의 볍씨를 농경지에 뿌려준다.
또 순천만 인근의 농민들은 추곡을 수매하고 남은 볏짚을 잘게 썰어 뿌려준다. 순천시는 농민들에게 ha당 45만∼50만원을 지원하면서 철새 보호활동을 돕고 있다. 갯벌과 인접한 농경지에 10ha 가량의 무논을 조성, 두루미류를 포함한 오리류, 기러기류의 휴식지 기능을 제공하고 차량불빛 차단용 울타리를 제작하기 위한 갈대제거사업도 벌인다.
이승희 순천시 순천만보존과 주무관은 “안정적 서식환경을 조성, 국내 유일한 흑두루미 월동지로 순천만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순천=김은종기자 ejkim@kwangju.co.k
순천만보존과 직원들은 요즘 답답한(?) 마음을 달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순천만을 찾은 겨울 진객(珍客),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 228호)들이 처음으로 2000마리를 넘어섰는데도,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사태로 마음껏 자랑할 수 없어서다.
두루미류 새 1000마리를 품는 도시라는 의미의 이른바 ‘천학(千鶴)의 도시’라는 명성 뿐 아니라 국내 유일한 흑두루미 월동지로 자리매김한데는 각별한 철새보호정책이 한몫을 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AI 여파 속 흑두루미 2000마리 넘어=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는 23일 현재 2013마리가 관찰됐다.
흑두루미가 2000마리를 넘은 건 꽤 오래됐다.
흑두루미들은 지난해 11월 22일 2134마리가 관찰된 이후 29일에는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2167마리가 순천만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11월 21일 순천만 인근 농경지 철새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전면 폐쇄된 뒤 하루 만에 2000마리를 넘더니 최대 개체수까지 기록하게 된 것이다. 검은목두루미까지 포함하면 29일에만 두루미류로는 역대 최대 개체수인 2176마리가 관찰됐다. 전년도에 견줘 개체 수가 25%가 늘어났다.
그동안 일부 흑두루미들의 월동지 및 중간기착지였던 천수만조차 간월호 수위가 높아지면서 잠자리인 모래섬이 잠겨 월동지 기능을 상실, 국내 어디에서도 흑두루미를 관찰할 수 없는 점에서다.
◇새들의 천국…개체 수도 다양해져=순천만은 겨울을 나는 두루미, 새들의 천국이다.
23일 기준으로 순천만에서는 흑두루미 뿐 아니라 검은목두루미 11마리, 캐나다두루미가 관찰됐다.
국제적 희귀종인 ‘캐나다두루미’ 는 15종류인 두루미류 가운데 가장 몸집이 작아 무리에 섞여 있을 경우 자칫 새끼 흑두루미로 오인되는 조류이다. 몸길이가 86∼122cm 정도이고, 붉은색 앞이마와 희색 바탕에 매우 긴 목과 다리를 갖고 있는 세계적 희귀조류이다.
두루미류 뿐 아니다. 큰기러기(멸종위기종 2급)를 비롯한 기러기류 3200마리, 검은머리갈매기(〃 2급) 등 갈매기류 2000마리, 노랑부리저어새(멸종위기종 2급), 독수리,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제 243호·멸종위기종 1급) 등 희귀조류들이 순천만에 머무르고 있다. 오리류는 최대 2만 마리까지 넘게 순천만을 찾고 있다. 이른바 ‘새들 천국’이라는 말이 나올만하다.
◇각별한 보호·관심=순천의 서식지 보호 활동은 국내 유일한 흑두루미 월동지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흑두루미의 경우 경계심이 심해 작은 불안 요인에도 먹이활동을 하지 못하고 날아오르는 일이 잦다는 게 조류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월동 환경이 만들어져야 개체 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월동지에서의 건강상태는 번식지에서의 번식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순천시가 월동 여건 개선에 공을 들인 게 최대 월동지로 자리매김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순천은 매년 봄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시작한다. 흑두루미가 추수가 끝난 농경지를 돌아다니며 떨어진 낱알을 주워먹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한 해 철새보호활동의 첫 발을 떼는 셈이다.
농민들은 흑두루미영농단을 꾸리고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59ha)를 조성, 재배하며 추수가 끝나면 친환경 벼를 흑두루미 쌀로 가공해 연간 50t 가량을 철새 먹이로 제공한다. 흑두루미영농단은 겨울철새가 도래하는 기간에는 채식지로 활용되는 농경지 내 관광객, 차량 출입을 차단하는 한편, 매일 300㎏의 볍씨를 농경지에 뿌려준다.
또 순천만 인근의 농민들은 추곡을 수매하고 남은 볏짚을 잘게 썰어 뿌려준다. 순천시는 농민들에게 ha당 45만∼50만원을 지원하면서 철새 보호활동을 돕고 있다. 갯벌과 인접한 농경지에 10ha 가량의 무논을 조성, 두루미류를 포함한 오리류, 기러기류의 휴식지 기능을 제공하고 차량불빛 차단용 울타리를 제작하기 위한 갈대제거사업도 벌인다.
이승희 순천시 순천만보존과 주무관은 “안정적 서식환경을 조성, 국내 유일한 흑두루미 월동지로 순천만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순천=김은종기자 ejkim@kwangju.c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