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차표 수익 10만원도 안 돼…곳곳 텅 빈 버스 달린다
2025년 04월 22일(화) 20:15 가가
허덕이는 전남 버스, 활성화 방안 급하다 <상> ‘빈 차’ 운행 수두룩
인구 줄며 승객 크게 감소…적자 쌓이며 배차간격 늘어나 서민 불편 가중
화순터미널 운영자 “연간 3천만~4천만원 적자…지속적인 운영 어려워”
전남 시외버스터미널 이용객 연 11만명 전국 최저…대중교통 대책 고심
인구 줄며 승객 크게 감소…적자 쌓이며 배차간격 늘어나 서민 불편 가중
화순터미널 운영자 “연간 3천만~4천만원 적자…지속적인 운영 어려워”
전남 시외버스터미널 이용객 연 11만명 전국 최저…대중교통 대책 고심
전남 지역 서민의 발인 버스 타기가 힘들다. 버스회사는 탈 손님이 없어 적자를 보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손님은 손님대로 버스를 제 때 이용하기 힘들다며 불만을 터트린다.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빚어지는 현상인데, 지자체가 재정 지원만으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고령층 노인들의 이동 수단인 시내·외 및 농어촌 버스를 무턱대고 줄이면 삶의 질도 나빠질 수 밖에 없다. 광주일보는 지역 대중교통 인프라의 현실을 살펴보고 각 시·군이 운영중인 대안형 대중교통 체계와 인구감소 시대에 ‘지속 가능한 대중교통’ 등을 모색한다.
지난 19일 화순군 화순읍 화순시외버스공용정류장(화순터미널) 대합실은 버스를 기다리는 인파 대신 한기와 적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매표소에는 역무원 한 명만이 덩그러니 대합실을 지키고 있었고, 운전기사 대다수가 차창 너머로 빈 플랫폼을 ‘주뼛’ 살펴본 뒤 발길을 재촉했다.
화순터미널은 광주 방면(소태-유스퀘어광주)으로 향하는 버스 30여 대를 비롯해 녹동(곡천-녹동) 20대, 장흥 방면 4대를 갖췄지만 터미널을 찾는 승객은 1~3명 정도다.
김현수(43)씨는 “지난 2020년부터 화순터미널을 운영중인데 연간 적자만 3000만~4000만원에 달해 지속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승객이 500여명에 달했던 펜데믹 이전 시기와는 달리 최근에는 탑승객이 40여명(주말 기준) 수준으로 급감, 자기 자산까지 처분해 가면서 적자를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재정난에 시달리다 못해 이미 화순군 등에 경영 악화로 인한 사업포기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화순터미널에서 서울 상행선 버스를 기다리던 이화성(여·30) 씨는 “화순에 연고가 있어 자주 방문하지만 평일에는 승객 2~3명 탑승하는 게 고작이며 그마저 지역행 노선은 빈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화순뿐 아니라 전남의 다른 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
나주시 다시터미널을 운영 중인 정옥선(여·68)씨는 “버스를 타는 승객들이 없어 한 달 차표 수익은 10만 원도 채 안 되고 매점 영업이익을 합해도 월 30만원에 못 미친다”며 “토지세, 도로사용료 연간 20만~30만원을 비롯해 전기세 10여만원, 수도세 4여만원 등 고정 비용을 내고 나면 수익은커녕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탄했다.
1시간에 두 대 가량 들어서는 버스들은 승객 한 명 태우지 않고 출발하기 바빴다. 승객이 없어 시설 관리비를 부담하기 빠듯해 대합실 형광등의 절반은 고장나 켜지지 않는 상태였고, 버스가 멈춰서야 할 플랫폼에는 녹슨 경운기, 장기주차 차량이 들어서 있었다.
전남 지역 218개 노선의 시외버스, 22개 시·군을 도는 시내버스와 농어촌버스 등 1188대(노선 1405개)도 적자다.
국토교통부 등이 최근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여객자동차터미널 수익성 개선 및 기능유지를 위한 표준사업모델 마련 연구’에 따르면 전남의 시외버스터미널 연간 이용객 수 합계는 11만1885명에 그쳐 전국 시도(제주 제외) 중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41만7779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전남 터미널의 매표수입금도 연 1억1000만원으로 전국 최저였다. 전국 터미널 매표수입금 하위 10곳 중 5곳(영암 독천, 나주 다시, 해남 월송, 무안 해제, 장성 남창)이 전남에 몰려있다. 독천터미널의 경우 1년 승객수가 2076명으로 전국 하위 4위에 머물렀으며 다시(2820명), 월송(4452명), 해제(5940명), 남창(6168명) 터미널 등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전남 지역 인구 수가 급격히 줄면서 시외버스를 탈 승객 수도 감소했지만 운영비 등은 줄지 않으니 버스 운행 회사의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쌓이고, 그 여파로 배차 간격이 점점 더 길어지는 등 지역민 불편이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것이다.
나주시 산포면 시녀울정류장에서 남평으로 가는 마을 버스(22번)를 타려면 2시간~2시간 20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도 22일 오전 11시 32분 도착 예정이던 차는 도착 예상 시간을 50분이나 넘겨서 도착했다.
하루 6차례 운행하는 버스를 한 번 놓치기라도 하면 3시간 10분 만에 버스를 타는 셈인데, 정작 버스 안에 탄 승객은 고작 1명이었다.
남평중학교(신금마을)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박은지(여·36)씨는 “시골에 사니까 버스가 늦게 오는 일이야 적응했다지만 광역버스마저 30~40분 정도 기다려야 탈 수 있으니 답답하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전남의 경우 2023년을 기준으로 대중교통 고정승객 비율 감소율도 5.36%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그렇다고 ‘서민의 발’인 시내·농어촌버스를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령화로 운전이 쉽지 않은 노인들이 많은데다, 기초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한 전남의 경우 살던 마을에서 읍·면으로 이동하는 노인들을 실어나를 유일한 교통 수단이나 다름없다.
전남도와 각 지자체가 밑빠진 독 수준의 대중교통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이유다.
/화순·나주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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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방문한 화순시외버스공용정류장이 텅 비어있다. 2020년부터 터미널을 운영해 온 김현수(43)씨. |
승객이 500여명에 달했던 펜데믹 이전 시기와는 달리 최근에는 탑승객이 40여명(주말 기준) 수준으로 급감, 자기 자산까지 처분해 가면서 적자를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재정난에 시달리다 못해 이미 화순군 등에 경영 악화로 인한 사업포기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화순터미널에서 서울 상행선 버스를 기다리던 이화성(여·30) 씨는 “화순에 연고가 있어 자주 방문하지만 평일에는 승객 2~3명 탑승하는 게 고작이며 그마저 지역행 노선은 빈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화순뿐 아니라 전남의 다른 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
나주시 다시터미널을 운영 중인 정옥선(여·68)씨는 “버스를 타는 승객들이 없어 한 달 차표 수익은 10만 원도 채 안 되고 매점 영업이익을 합해도 월 30만원에 못 미친다”며 “토지세, 도로사용료 연간 20만~30만원을 비롯해 전기세 10여만원, 수도세 4여만원 등 고정 비용을 내고 나면 수익은커녕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탄했다.
1시간에 두 대 가량 들어서는 버스들은 승객 한 명 태우지 않고 출발하기 바빴다. 승객이 없어 시설 관리비를 부담하기 빠듯해 대합실 형광등의 절반은 고장나 켜지지 않는 상태였고, 버스가 멈춰서야 할 플랫폼에는 녹슨 경운기, 장기주차 차량이 들어서 있었다.
전남 지역 218개 노선의 시외버스, 22개 시·군을 도는 시내버스와 농어촌버스 등 1188대(노선 1405개)도 적자다.
국토교통부 등이 최근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여객자동차터미널 수익성 개선 및 기능유지를 위한 표준사업모델 마련 연구’에 따르면 전남의 시외버스터미널 연간 이용객 수 합계는 11만1885명에 그쳐 전국 시도(제주 제외) 중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41만7779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전남 터미널의 매표수입금도 연 1억1000만원으로 전국 최저였다. 전국 터미널 매표수입금 하위 10곳 중 5곳(영암 독천, 나주 다시, 해남 월송, 무안 해제, 장성 남창)이 전남에 몰려있다. 독천터미널의 경우 1년 승객수가 2076명으로 전국 하위 4위에 머물렀으며 다시(2820명), 월송(4452명), 해제(5940명), 남창(6168명) 터미널 등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전남 지역 인구 수가 급격히 줄면서 시외버스를 탈 승객 수도 감소했지만 운영비 등은 줄지 않으니 버스 운행 회사의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쌓이고, 그 여파로 배차 간격이 점점 더 길어지는 등 지역민 불편이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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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나주시 산포면 시녀울정류장에서 승객이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하루 6차례 운행하는 버스를 한 번 놓치기라도 하면 3시간 10분 만에 버스를 타는 셈인데, 정작 버스 안에 탄 승객은 고작 1명이었다.
남평중학교(신금마을)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박은지(여·36)씨는 “시골에 사니까 버스가 늦게 오는 일이야 적응했다지만 광역버스마저 30~40분 정도 기다려야 탈 수 있으니 답답하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전남의 경우 2023년을 기준으로 대중교통 고정승객 비율 감소율도 5.36%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그렇다고 ‘서민의 발’인 시내·농어촌버스를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령화로 운전이 쉽지 않은 노인들이 많은데다, 기초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한 전남의 경우 살던 마을에서 읍·면으로 이동하는 노인들을 실어나를 유일한 교통 수단이나 다름없다.
전남도와 각 지자체가 밑빠진 독 수준의 대중교통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이유다.
/화순·나주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