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육상 풍력발전소…안전담보할 장치 ‘미흡’
2025년 04월 22일(화) 20:40
높이 127m 화순 금성산발전기 운전 1년 10개월만에 꺾임 사고
설비 대부분 수입산…해외 기술인력 부재시 신속 대응 난항
전남 상업운영 중인 19곳 등 56곳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을

<화순군청 제공>

풍력발전이 탄소중립 방안으로 주목받으며 지역 곳곳에서 발전소가 세워지고 있지만, 정작 안전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육상풍력발전단지의 경우 화순 육상풍력발전기 꺾임 사고처럼 구조적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데 따라 사고 발생 가능성도 제기돼 발전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촘촘한 관리체계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1일 새벽 2시 50분께 화순군 도암면 화학산 인근 금성산풍력발전단지에서 풍력발전기 타워가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해당 지역의 풍속은 2㎧ 수준으로 기상특보도 없었다는 점에서 구조적 결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해당 설비는 발전단지 내 4.7㎿(메가와트)급 11번기로 타워 높이 127.5m, 블레이드 길이 71.5m 규모다. 지난 2023년 6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1년 10개월 만에 발생한 사고다. 사고 현장에는 설비 제작사인 독일 지멘스가메사 기술자가 파견돼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전남의 경우 전국 최고 수준의 해상풍력 발전 잠재량을 갖고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들어 3.2GW(기가와트)규모의 신안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집적화단지로 지정, 해상풍력 활성화가 됐다.

해상풍력 만큼은 못되지만 육상풍력발전도 전남 전역에서 진행중이다. 전남에서는 모두 19곳(406㎿)에서 상업 운영중이며 현재 37곳(1.4GW)이 준비중이다. 지역별로는 여수 1, 순천 1, 화순 2, 장흥 1, 영암 1, 무안 1, 영광 6, 완도1, 신안 5개 단지다. 발전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1개 단지당 평균적으로 150미터 높이에 이르는 타워·터빈이 설치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시설 확산 속도에 비해 구조적 안전성 확보 등 검증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화순 육상풍력발전 타워 꺾임 사고의 경우 설비가 수입산(독일)인 탓에 국내 감리 체계 내의 정밀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한국전기설비규정 제 8차 개정안’은 풍력 터빈을 지지하는 구조물의 구조 등 세부기준은 자체중량, 적재하중, 적설, 풍압, 지진 진동 및 충격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해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 기준은 설계 단계에 한정돼 있으며, 설치 후 실제 운전과정에서의 하중 누적이나 피로 손상에 대한 정량적 점검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관리 과정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구조물의 강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반복되는 진동과 하중 누적 등의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세부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석희 전남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신재생 설비를 무조건 확대하기보다는, 그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과 사후 관리 체계가 먼저 갖춰졌는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며 “설치하는 입장에서는 성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중에 뒷마무리를 누가 할 건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결국 유지비용과 관리 책임은 고스란히 국가의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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