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민주화 위해 ‘화염병 대신 시를 던진’ 시인
2025년 09월 18일(목) 16:55
문병란시인기념사업회 10주기 맞아 추모시선집 ‘직녀에게’ 펴내
26권 시집서 60편 선정…21일 국립5·18민주묘지 역사의문서 추모식

시선집 ‘직녀에게’

지난 81년 창작과비평사에서 발간한 시선집 ‘땅의 연가’
‘직녀에게’는 통일의 염원을 담은 문병란 시인(1935~2015)의 역작이다. 남북의 분단을 견우와 직녀에 비유한 시는 오늘의 한반도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1987년 가수 김원중이 ‘직녀에게’를 만들어 부르면서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화염병 대신 시를 던진’ 문병란 시인 10주기(9월 25일)를 맞아 추모시선집 ‘직녀에게’(작가)가 발간돼 눈길을 끈다.

문병란기념사업회(회장 이명한)가 펴낸 이번 추모시선집은 문 시인의 시집 26권 가운데 가려 뽑은 60편의 시를 담고 있다.

기념사업회는 18일 간담회를 갖고 시선집 발간 과정과 기념사업회 결성,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말했다.

이명한 회장은 “문병란 시인은 민족의 통일과 민주화를 위해 작가적 소명의식으로 문필활동과 실천운동에 열정을 바치셨다”며 “오늘날 불의한 일들이 국내외에서 많이 발생했는데 그러한 불의가 정의롭게 해결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시선집을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병란 시인 10주기를 맞아 시선집 ‘직녀에게’가 발간됐다. 생전의 문병란 시인.
이번 시선집은 기념사업회에서 기획했으며, 고인의 민족정신을 기리는 뜻을 담아 작품 선정을 비롯해 편집 작업이 이루어졌다. 허형만 목포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김동근 전남대 명예교수, 나종영 전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백수인 조선대 명예교수, 박노해 시인 등이 참여했다.

화순에서 태어난 문 시인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폭압의 시대 상황에서도 5·18민중항쟁의 진실과 역사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힘을 쏟았던 남도의 대표 문인이다.

‘현대문학’(1959~63)에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가로수’ ‘밤의 호흡’ ‘꽃밭’을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생전 ‘죽순밭에서’, ‘벼들의 속삭임’, ‘땅의 연가’ 등 다수의 시집을 발간했다.

이번 시선집에는 대표작 ‘직녀에게’를 비롯해 ‘꽃씨’, ‘겨울 보리’, ‘쓴맛’, ‘무등산’, ‘전라도 노래’, ‘죽순밭에서’, ‘부활의 노래’, ‘땅의 연가’, ‘지상에 바치는 노래’ 등이 담겼다.

특히 일반 독자들이 애송하는 작품들, 시문학을 공부하는 연구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시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문병란 시세계의 진수’를 가늠할 수 있다.

백낙청 교수는 “고 문병란 시인의 10주기를 맞아 문단과 지역의 후학들이 시선집 출간을 추진했다”며 “반갑고 감사한 일이다. 문 시인이 한국의 민주화와 이땅의 문학에 끼친 공로를 우리 후진들이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그의 시는 민중적인 호소력이 있는 데다 낭독의 기교까지 탁월해 대중집회에서 대인기였고 그의 재기발랄한 군중 집회에서의 강연 또한 대인기엿다”고 회고했다.

문학 활동과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 김준태 시인은 문 시인과의 인연을 ‘그리운 시절’이라고 회고했다.

김 시인은 “문 선생님과 나는 여행도 참 많이 같이했다”며 “서로의 고향을 자주 찾아가는 것은 물론이었으며 국내 도처의 여행과 태평양 건너 미국여행도 함께 했다”고 언급했다.

시선집 발간과 맞물려 고인의 10주기 추모식도 열린다. 오는 21일 오전 11시 국립5·18민주묘지 역사의문에서 개최되는 추모식에는 문학출판계 인사를 비롯해 민주화운동 등을 함께했던 이들이 참석해 문 시인의 뜨거웠던 삶과 민족정신, 시혼 등을 기릴 예정이다.

한편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는 “이번 작품집 발간은 문 시인의 10주기를 맞아 의미있는 일을 추진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며 “논의 중인 기념사업회 법인화가 완료되면 문 시인의 정신과 문학세계를 선양하는 데 일조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