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시외버스 노선 82% 적자…고민 깊은 ‘지역민의 발’
2025년 04월 21일(월) 22:46
인구 감소·고령화에 이용 급감…노선 218개 중 179개 적자 운행
한해 혈세 160억…도민 불편·적자 줄일 대중교통체계 마련 시급

/클립아트코리아

전남지역 시외버스 노선 82%가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민 세금을 투입 한해 160억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시외버스 운영업체들은 매년 적자 구조가 달라지지 않는다며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버스를 이용할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류비, 인건비 등이 오르는 구조를 감안하면 손익 분기점을 맞추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고령층이 많은 전남에서 ‘지역민의 발’ 역할을 하는 시외버스 노선을 무작정 없애거나 줄일 수 없는 만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지역소멸위기 속에 시민 불편을 줄이고 적자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중교통 체계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21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지역 시외버스 218개 노선 가운데 179개(82%) 노선이 적자를 기록, 282억원의 손실액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에서는 금호고속과 광신고속, 광우고속, 동방고속, 동광담양 등 5개 운송사가 시외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5개 운송사가 매년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남도는 지난해 총 손실액의 57%에 해당하는 160억원을 지원했다. 전남도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적자노선 손실액과 차량등록대수, 유류사용량을 산출해 운송사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시외버스 노선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하게 된 건 이용객 감소 영향이 크다.

당장 지난 2019년 1469만 4000명이었던 전남 시외버스 이용객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가 발병한 2020년 절반(813만 8000명) 수준으로 급감하더니 지난해의 경우 2019년의 60% 수준인 880만1000명을 기록했다.

전남도의회 나광국(민주·무안2) 의원은 “각 시·군별 시외버스 노선의 적자 현황과 관련, 운송사들의 경영상 비밀”이라며 “동부권의 한 노선의 경우 한해 적자만 9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재정 지원에도 시외버스 이용객 및 서비스 질은 감소하여 도 재정만 반복 투입되는 악순환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벽지노선 지원사업 등 국비를 적극 확보하고, 도민 수요에 기반한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시외버스 운영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남지역 시외버스 노선의 적자상황은, 일선 시·군의 시외버스 터미널 상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인구 1만 823명의 보성군 벌교읍의 경우 지난 2023년 시외버스터미널 운영사가 폐업하면서 군이 직접 터미널 시설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벌교읍은 군청 소재지인 보성읍보다 인구가 많은 곳인데, 과거 14개 플랫폼을 두고 수많은 시외버스가 오가던 것과 달리 현재 하루 평균 이용객은 3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타 시·군의 시외버스 터미널 및 노선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열악한 대중교통망 때문에 자차를 구매하는 도민들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2024년 기준 전남도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127만 7926대로 전년(125만 386대)보다 2.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는 2023년 180만 4217명에서 2024년 178만 8819명으로 줄었지만, 자동차 대수는 늘어났다.

특히 청년층 유출과 고령인구 증가로 직접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인구는 줄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열악한 교통 인프라로 인해 운전이 가능한 세대에서 만큼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비율이 늘어났다는 해석이다.

시외버스 운용사들은 전남도에 더 많은 손실액 보존을 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전남도는 지역균형특별회계 자금으로 벽지노선에 재정을 지원하고 있는데, 최근 법 개정으로 시외버스에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현재 전액이 시내버스 노선에 쓰이고 있어 시외버스 노선까지 지원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전남도는 고질적인 시외버스 적자 상황과 도민의 안정적인 대중교통 이용을 위해 ‘버스 운영체계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연구 용역에 따라 대중교통 시스템 체계를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재정 여건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내년에는 반드시 시외버스 노선에 대한 국비를 확보하고, 내년 초까지 추진될 버스 운영체계 개선방안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전남도의 광역대중교통 체계를 혁신적으로 탈바꿈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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