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부동산 입지 공식…‘전력 생산지’ 해남이 뜬다
2026년 01월 08일(목) 19:20
한국주택금융공사주택금융리서치 계간지 발표
교통·인구 대신 전력·에너지로 산업 부동산 가치 재편
태양광·RE100 갖춘 해남, 차세대 AI 인프라 후보지로

/클립아트코리아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부동산 시장의 입지 공식을 바꾸고 있다.

교통 접근성과 인구 밀집도가 핵심이던 기존 기준 대신 전력 공급 능력과 에너지 생산 여건이 새로운 입지 가치로 부상하면서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 단지를 보유한 해남 일대가 차세대 산업 부동산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다.

8일 한국주택금융공사(공사)가 발표한 주택금융리서치 제40호 조용환 공사 연구위원의 ‘AI 인프라 투자와 부동산 시장의 개편:데이터센터가 만드는 새로운 입지 가치’에 따르면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데이터센터의 성격은 단순한 정보 저장소가 아닌 24시간 가동되는 고밀도 연산 공장으로 바뀌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인 블랙웰 칩 같은 고성능 GPU 서버가 대량 집적되면서 막대한 전력과 냉각 설비, 넓은 토지를 동시에 요구하는 물리적 인프라 산업으로 진화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도 구조적 재편을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 역세권·학군 중심 입지 가치가 초고압 전력망 접근성, 냉각 효율, 주민 수용성 등으로 재정의되면서 수도권 중심의 산업 입지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수도권에서는 전자파 우려와 특고압선 설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대형 AI 인프라 구축이 중단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남은 ‘에너지를 끌어오는 지역’이 아닌 ‘에너지를 생산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보고서는 해남이 풍부한 일조량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 단지가 조성된 지역으로,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원거리 송전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지 인근에서 소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특히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요구하는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입지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지역의 천연자원을 활용한 ‘자연 특화형’ 클러스터로 전력망 재활용을 넘어 지반만이 가진 물·바람·태양을 활용해 운영 비용을 낮추는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수도권이 가질 수 없는 비용 효율성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라고 분석했다.

해남 등 천연자원을 갖춘 지방의 부동산 시장이 곧바로 개발이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AI 인프라 확산으로 해남과 같은 에너지 생산 지역의 위상이 이전과 달리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AI 시대에는 ‘사람이 살기 좋은 곳’보다 ‘기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한 입지 요건이 된다”며 “전력과 토지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이 산업 부동산의 새로운 후보군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조용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은 “바야흐로 AI가 부동산과 도시를 바꾸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혐오시설이나 ‘전기 먹는 하마’로 볼 것이 아니라 소멸해 가는 지방 도시와 쇠락한 산업단지를 살려낼 도시재생의 핵심 시설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기회발전특구’나 ‘분산에너지 특구’ 정책을 통해 전력과 물이 풍부한 곳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기업은 지역 주민과 일자리 등 이익을 공유하는 상생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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