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시 매곡동 매산등은 지난 1948년 10월22일 진압군에 의해 총살 당한 마을 주민 27구의 시신이 묻혀 있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당시 여순사건 희생자들을 수습한 목사는 페니실린병에 이들의 이름을 담아 묻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일대에 세워진 ‘이슬, 홍매로 피어나다’는 작품은 슬픔이 배어있는 매산등을 위로하고 다독이는 조형물이다. 순천대 철학과 학생들이 쓴 여순사건의 아픔을 99개의 글로 써 페니실린병으로 형상화된 조형물에 담아냈다.

. 매산등은 또 근대 선교사들이 순천지역에 교육, 의료, 선교를 통해 서구의 문화를 전달했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순천지역 최초 근대병원이었던 안력산 치유병동 옆 옹벽에 설치된 ‘천사(1004) 희망을 담다(치유)’는 매산중학교 학생들과 매산여고 학생들이 참여해 만들어낸 작품으로 선교사들이 뿌리 내린 사랑의 의미를 살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치유를 소통과 공감에서 찾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별다른 특색 없는 마을 분위기가 달라졌다. 휑한 공간에 이색 조형물이 들어서고 칙칙한 담에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졌다. 버려진 공간이 테마와 이야기를 담은 벽화, 조형물들로 채워진 뒤 차를 타고 지나던 이들이 내려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꽤 볼만한 마을로 탈바꿈했다.

순천시가 추진중인 ‘마을미술프로젝트’ 얘기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지역 특색이 살아있는 관광 콘텐츠를 발굴해 예술로 표현하는 사업으로, 순천시는 공모에 선정돼 지난해부터 2년째 진행중이다.

올해 주제는 ‘공모 3. 기쁨두배프로젝트 - 매산등 천사의 약속’으로, 지난 12일 매산여고 음악당 옆 주차장에서 열린 개막식을 통해 6개의 공공미술작품을 선보였다.

‘천사의 가방(치유)’, ‘천사(1004) 희망을 담다(치유)’, ‘봄날은 온다(2)’, ‘이슬, 홍매로 피어나다’, ‘이상으로 가는 문’, ‘2017. 소통의 문 등 각각의 작품에는 동네의 특성을 살리면서 지역민들의 삶의 온기, 문화적 감수성이 버무려졌다.

작품 곳곳에는 여순사건의 아픔과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 선교사들의 사랑과 치유를 통한 소통, 고통을 나누며 공감하는 문화와 주민들의 배려가 담겼다.

대학생들이 여순사건 아픔을 글로 표현했고 매산중 학생들도 소통과 공감에서 치유를 찾겠다며 작품 제작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마을미술프로젝트로 설치된 6개의 작품 ‘천사의 가방’, ‘천사의 자전거’, ‘천사의 희망을 담다’, 우영 마을 둠벙’, ‘우영마을 봄날은 온다’, ‘효자손’ 까지 합하면 모두 12개가 매곡동 매산등 일대에 들어섰다.

갖가지 작품들로 채워진 매산등 일대를 둘러보겠다는 여행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순천시는 마을미술프로젝트와 연계, 인근 공마당길, 문화의 거리, 창작예술촌 등에 대한 도심 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순천=김은종기자 e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