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큰 소리로 언쟁하다가도 전투기가 집 주변을 선회하면 말 다툼을 바로 멈춥니다. 소음에 묻혀 아무 소리도 안들리니까요. 1년 내내 소음 때문에 창문도 열지 못합니다. 여름철 냉방비 지원 대상서 제외라뇨.”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항소음방지법 시행령·시행규칙에 따라 지난 18일부터 전국 공항 주변 주거시설(주택,오피스텔 등)에 여름철 냉방시설 전기료(5만원)를 4개월 간 지원한다. 비행기 이·착륙 소음으로 고통받는 주민을 배려한 조치다.

하지만, 광주 군공항 지역이 제외돼 광산구 등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해당법에 군 공항 주변 주민에 대한 지원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측은 “법에 지원 근거가 없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광산구 주민들은 이와 관련, “민간 공항보다 군 공항 소음피해가 훨씬 더 심각한데, 군 공항 주변 주거시설은 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해당 법이 최근 개정돼 공항 주변 주민에 대한 지원기간· 대상을 늘렸음에도 광주공항 인근은 빠졌다. 국토부는 공항소음 방지법 시행령을 고쳐 지원 기간을 기존 3개월(7∼9월)에서 4개월(6∼9월)로 늘렸고 1·2종 근린생활시설과 오피스텔도 주거용이면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현재 지원대상은 ▲김포 7만 가구 ▲제주 5500가구 ▲김해 900가구 ▲울산 140가구 ▲여수 3가구 등 모두 7만6000여가구다.

광주 군 공항 인근 주민들은 “민간 공항보다 소음피해가 훨씬 더 큰 군 공항을 지원 대상에서 뺀 것은 불합리하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공항소음방지법 시행령·시행규칙에 따라 지원대상이 되는 소음피해 기준(75 WECPNL·웨클)을 웃돌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기준 광주 항공기소음측정망(국가소음정보시스템 자료) 측정지점 7곳의 항공기소음도(단위, WECPNL·웨클)는 ▲광주환경시설공단 77.58웨클 ▲서구 덕흥동 77.02웨클 ▲서구 벽진동(마산경로당) 75.13웨클 ▲광산구 우산동 88.41웨클 ▲광산구 송대동 88.28웨클 ▲광산구 본덕동 76.65웨클 ▲광산구 송정동 77.91웨클 등이다.

해당 측정지역은 항공기 소음피해가 극심한 지역으로, ‘광주 군 공항 소음피해 광산구주민대책위’측은 “최소 수 만 가구 이상이 소음피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광주 군 공항 소음피해 광산구주민대책위 국강현 위원장은 “33도를 웃도는 가마솥 더위에도 창문을 열어 놓을 수가 없다. 피해지역을 지나는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느냐’라고 묻는다”면서 “군 부대 측에서 소음피해 주민들을 지원한다며 체력단련장을 개방했는데, 이마저도 무료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종행기자 golee@kwangju.co.kr

/최승렬기자 sr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