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술렁거린다. 여당은 친박과 비박이 공천권에 대한 다툼을 시작한 지 오래며, 야당은 사상 유래 없는 분열이 예상된다. 여기에 아직 선거구 획정도 완결되지 못한 상태고, 이합집산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는 야권으로 인해 섣부른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광주, 전남, 전북 등 호남지역은 치열한 전투가 예견되면서 모처럼 선거다운 선거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한껏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호남지역의 선거는 민주당이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해 왔기 때문에 공천은 곧 당선을 보장하였다. 최근 실시된 몇 차례의 선거에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여 왔고, 일부 무소속 후보나 다른 정당의 후보가 당선된 예는 있지만 큰 틀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민주당은 지난 몇 달 동안 당내의 극심한 내홍을 겪으면서 호남에서의 지지세 및 소속 의원 수가 많이 줄어든 형국에서 다시 과거의 지지세를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꾼 민주당은 이제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하면서 현역의원들에게 맞불을 놓고 있다. 더욱이 영입된 신진인사들 대부분이 호남 출신이어서 현역 의원들이 이탈한 지역에 이들을 배치함으로써 정면대응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영입을 발표한 정당들은 영입 인사들이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훌륭하게 살아왔는지를 내세우기에 바쁘다. 사회변혁을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어떤 희생들을 해왔는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어떤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다.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입경쟁이 국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정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이다. 지금까지 자신을 위해서 훌륭하게 살아왔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헌신할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정치의 장에서 과거의 명망가는 지금도 충분하다.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이 아니라 자신들의 입신양명을 위해서 국회의원의 자리가 필요한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이런 영입인사들이 갑자기 호남이 고향이라면서 찾아가 고향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선다. 그동안 호남이 극심한 차별을 받고 있을 때, 호남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선거를 앞두고 고향 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이제는 자신들이 고향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현재의 국회의원들은 모두 고향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판 갈이’의 대상이라고 외칠 기세다.

요즘 흔한 SNS에서 마저도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 한번 전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고향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쏟아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호남에서 출마해 호남의 정치지형을 바꿔야 할 사람들은 이들 영입인사들이 아니다.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지역에서 봉사해 왔던 지역 인사들에게 먼저 기회를 줘야 하는 것이 순리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역정에 내세울 만한 화려한 경력은 없지만 지역 사람들을 위해서 머리 숙이고 함께 고민하는 자세를 갖춘 그들이 그래도 지금의 시국을 위해서 필요하다. 자신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고향을 떠났다가 기회를 잡자마자 슬그머니 나타나 고향을 위해 봉사한다는 위선을 떠는 모양새로는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훌륭한 인재들이 정치인으로서의 자세와 포부를 펼치면서 치열한 쟁투를 이어가기 바란다. 그 과정에서 호남사람들의 아픔도 함께 느껴보고, 장래 호남이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더 나아가서 호남에서만 머물지 말고 정치적인 웅비를 위해 재선, 삼선은 수도권에 진출하는 멋진 기상을 보여주기 바란다. 과거의 야권에서 보여주었던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라 뚜렷한 정치적 소신, 확고한 역사관을 가지고 불의에 과감히 맞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호남사람들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길이다. 지리멸렬하게 당하고만 사는 야권이 아니라 세상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가슴으로 손길을 내미는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