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소음 기준치를 웃돌지 않아도 가축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결정이 처음으로 나왔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터널 공사장 소음과 진동으로 폐사하거나 유·사산 피해를 입은 애견·사냥개 훈련학교에 시공사가 1500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의 터널 공사장 인근에서 훈련학교를 운영하는 A씨는 공사장 소음·진동으로 개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 3월 시공사와 발주청을 상대로 1억4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부산 기장∼울산 울주 간 복선전철 터널을 짓는 이 공사는 지난해 4월16일 시작돼 올해 1월5일까지 진행됐다.

환경분쟁조정위는 A씨가 공사장에서 4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개 200여마리를 사육·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공사가 별다른 방음대책 없이 공사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 공사장 인근의 소음도는 최고 62데시벨(dB)을 기록해 통상적으로 가축피해가 인정되는 70dB은 물론 소음진동법상 사람의 생활소음 기준치인 65dB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분쟁조정위는 사육 환경, 건강 상태 등에 따라 개는 충분히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개의 경우 사람보다 소음에 16배 정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도 고려됐다.

환경분쟁조정위는 유산·사산한 15마리, 압사·폐사한 15마리 등 총 30마리에 대해 피해액 1500만원을 산정했다. 환경분쟁조정위의 결정은 60일 안에 당사자가 소송을 내지 않으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김형호기자 kh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