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90년 뒤에는 광주·전남의 여름이 현재보다 1.5배 가량 길어지고 반대로 겨울은 3분의 1수준으로 짧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이런 추세가 지속할 경우 한반도에서 더 이상 눈을 볼 수 없게 된다. 특히 남부에 위치한 광주·전남 지역은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0일 광주지방기상청이 이날 내놓은 ‘기후자료로 본 우리 지역 사례’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전남지역의 여름 기간은 115일이지만 96년 뒤인 2100년에는 169일로 54일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겨울은 96일에서 59일 짧아진 37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5월28일 여름이 시작됐지만 2100년에는 약 한 달이 빠른 4월28일 하절기가 시작되고, 여름이 끝나는 시기도 더 늦어지게 된다.

기상청은 20도 이상으로 올라간 뒤 다시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 첫날을 여름의 시작점, 5도 미만으로 떨어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을 겨울이 시작되는 날로 봤다.

실제 광주·전남 7개 지역의 1970년대와 2000년대의 ‘계절길이 변화’를 비교한 결과 겨울이 줄고, 여름이 늘어났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 지역은 광주로, 겨울은 1970년대 100일에서 2000년대 84일로 16일 줄었고, 여름은 109일에서 123일로 14일 늘어났다.

같은 기간 고흥은 겨울이 87일에서 77일로 10일 줄어들었고, 여름은 106일에서 113일로 7일 증가했다. 여수도 겨울이 81일에서 17일 줄어든 64일로 나타났고, 여름은 115일에서 120일로 5일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광주·전남은 홍수와 함께 가뭄도 심해지고 있다. 최근 10년(2005∼2014년)간 연간 평균 강수량은 1420.3㎜로 1973∼1980년(1346.7㎜) 보다 5.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가을과 봄의 강수량은 5% 감소했다. 여름철에 강수가 집중돼 홍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봄과 가을은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겨울이 점차 사라지면서 봄에만 발생하던 황사도 계절에 상관없이 찾아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1981∼2010년)에는 평균 5.2일 발생하던 광주·전남지역 봄 황사는 최근 10년(2005∼2014년) 동안 4.9일로 감소했다. 반면 최근 10년 연평균 황사발생 일수는 7.1일로 평년(6.2)보다 증가했다. 봄철 불청객인 줄로만 알았던 황사가 10∼12월에도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이상기온은 봄꽃개화 시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봄을 대표하는 꽃인 벚나무의 경우 1980년대 개화시기가 4월4일이었다면 2000년대는 3월29일로 빨라졌고, 개나리는 3월28일에서 3월18일로 10일 정도 일찍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광주기상청 장기예보담당인 이혜미 주무관은 “지구온난화는 식목 적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섭씨 6.5도를 기준으로 볼 때 광주·전남은 4월5일이 아닌 3월 9∼16일 사이가 나무 심기에 적당한 시기다”고 밝혔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