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신의도에서 장애인에게 수년간 임금을 주지 않고 노동력을 착취한 ‘염전 노예’ 사건이 터진 이후 오명을 쓴 지역 천일염 업주들이 인력난과 매출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매출 감소는 둘째치고 당장 올해 염전에서 일할 사람도, 겨울철 보수작업에 필요한 일용직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장을 담그는 철인 2월에는 택배 수요가 많지만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신의면에서 염전을 운영하는 A씨는 “택배 수요가 많아 일용직 포함 6명이 필요한데 현재 4명뿐”이라며 “예전에는 다른 염전 근로자나 주민들이 일당을 받고 일을 하기도 했는데 경찰조사를 받거나 주변의 눈치 때문에 일하겠다는 사람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근로자 1∼2명을 고용해 가족과 염전을 운영하는 B씨는 “지금부터 사람을 구해 쟁기로 소금밭을 갈고 창고 수리, 물탱크 보수도 해야 하는데 사람이 구해지질 않는다”고 말했다.

대형 거래처가 많지 않고 개인 판매를 주로 하는 B씨의 염전은 매출 타격도 상당하다.

B씨는 “예년 이맘때면 장을 담그기 위해 매일 20㎏짜리 소금 70∼80개가 팔렸는데 최근에는 주문 물량이 하루 한두 개에 불과하다”며 “정직하게 일하며 신뢰를 쌓기 위해 했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안 천일염생산자 연합회는 최근 신의면 신의중학교 체육관에서 자정결의 대회를 가졌다.

박영호 회장은 “이번에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생산자로서 더없이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폭언과 폭행을 금지하고, 근로자를 가족으로 구성해 인권침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안군은 앞으로 사법기관과 노동청의 협조를 받아 수시 또는 불시에 현장 점검을 실시, 앞으로 인권유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신안=이상선기자 ss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