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적 가락으로 정갈한 시 선보였던 손광은 시인 별세
2025년 02월 09일(일) 15:00
보성 출신… ‘민속시’로 문학 집대성한 최초 민속시인
다형김현승시인기념사업회장 역임 지역문학 활성화 기여

손광은 시인

향토적, 토속적 가락을 토대로 정갈한 시를 썼던 손광은 시인(전남대 국문과 명예교수)이 별세했다. 향년 90세.

큰 딸 지형씨에 따르면 손 시인은 폐렴으로 지난해부터 입원을 반복했으며 이 날 급격히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1936년 보성군 노동면에서 태어난 손 시인은 전남대 문리과 대학을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을 거쳐 충남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62년 ‘현대문학’에 김현승 시인 추천으로 문단에 나온 그는 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로, 시를 쓰는 문인으로 남도 문학계 한 축을 담당해왔다.

고인은 민중의 삶과 숨결을 마당굿처럼, 판소리처럼 살아 약동하는 가락으로 형상화했다. 손 시인이 ‘민속시’로 문학을 집대성한 최초 민속시인으로 불리는 것은 그런 연유다.

문단 데뷔 50주년을 맞아 지난 2015년 그의 시 정신과 애향심을 기리는 시비가 생가인 보성군 노동면 금호리에 세워졌다. 음각된 작품은 ‘보리打作’으로, 60년대와 70년대 사회 일각에서 행해졌던 부정축재자 색출을 ‘반어적’으로 꼬집은 시다.

손 교수는 시비 건립 당시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보리수매와 연관된 의혹이 적지 않았는데 속 시원하게 풀어내지 않은 채 송사리 떼만 잡고 변죽만 울리곤 했다”며 “한바탕 도리깨질을 하듯 시원하게 후려쳤으면 하는 생각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인의 초기 작품은 풍자적이고 사회적인 시풍을 보였으며 이후 작품은 예술적이며 심미적인 경향을 띄었다. ‘고향 앞에 서서’는 고향에 기반한 예술적 삶을 집약하고 있으며 ‘그림자의 빛깔’이나 ‘신명을 풀어라’ 등 작품집은 민속에 근거한 감성에 초점을 맞췄다.

손 시인은 ‘다형 김현승시인기념사업회장’을 맡아 다형의 문학 정신과 시 세계를 알리는 데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며 한편으로 많은 후학들을 길러냈다. 현재 전남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출신 제자들, 문인들은 문학을 토대로 활발하게 연구 및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제자들이 스승의 문학세계와 생을 조명한 ‘손광은의 시와 시세계’(태학사)를 펴내 화제가 됐다.

제자인 임환모 전남대 국문과 교수는 “선생님이 교육자로서 남기고 간 인간적 풍모와 인품이 후학들에게 큰 자산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2023년 제1회 김현승 시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당시 손 교수는 “스승이고 존경하는 김현승 시인의 이름을 딴 시 문학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며 큰 딸 지형씨를 통해 소감을 밝혔다.

유족으로 대전에서 치과의사를 하는 딸 지형 씨, 지원 씨가 있으며 빈소는 대전 유성선병원장례식장(VIP2호실)에 마련돼 있다. 발인은 10일 낮 12시이며 장지는 세종은하수공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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