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해상서 139t급 트롤어선 침몰…10명 사망·실종
2025년 02월 09일(일) 20:35 가가
한국인 8명 등 14명 탑승 흑산도로 이동 중 참변…구조·조난신호 없어
구명선 탈출 외국인 선원 4명 구조…“배 급격히 기울어 바다 뛰어들어”
해경 “대형 트롤어선 2.5m 파도에 침몰 이례적”…기상악화로 수색 난항
구명선 탈출 외국인 선원 4명 구조…“배 급격히 기울어 바다 뛰어들어”
해경 “대형 트롤어선 2.5m 파도에 침몰 이례적”…기상악화로 수색 난항
여수 해상에서 부산선적 139t급 트롤어선이 침몰해 4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9일 오후 7시 기준)됐다.
해경은 기상악화로 인한 침몰로 추정하고 있지만, 사고선박이 풍랑주의보에도 출항이 가능한 대형선박이었다는 점에서 사고원인이 의문을 낳고 있다.
◇구조신호 없이 침몰=부산선적 ‘제22서경호’가 여수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9일 여수해경은 이날 오후 여수해경 대회의실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제22서경호는 VHF 교신 조난신호 없이 급박하게 침몰했다”고 밝혔다.
서경호는 14명의 승선원(한국인 8명, 베트남인 3명, 인도네시아인 3명)을 태우고 전날 낮 12시 50분께 부산 감천항에서 출항했다. 애초 23일 낮 12시 20분께 감천항으로 귀항할 계획이었다.
이날 새벽 서경호를 포함한 5척의 선단은 흑산도로 갈치와 병어를 잡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선단의 어선들은 레이더에서 서경호가 보이지 않자 새벽 1시 40분께 해경에 신고했다.
해경과 민간어선 등이 사고해역에 도착해 2시간여 만에 표류중인 비상 구명선을 발견했다. 구명선에는 선장 A(66)를 비롯해 5명이 탑승해 있었다. 구조당시 A씨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고 인근 해상에서 표류 중인 선원 3명도 추가 발견됐으나 모두 숨진 뒤였다.
서경호 선체는 사고현장에서 400m 떨어진 해저(수심 80m)에서 발견됐고, 선체에서 실종자로 추정되는 선원이 발견됐다.
사고 당시 바다에 뛰어든 뒤 구명선에 올라탄 나머지 4명(인도네시아 2명, 베트남 2명)은 경비함정에 구조돼 해경에서 사고 경위를 조사받고 있다.
베트남출신 선원은 “당시 급박하게 발생한 사고로 모두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면서 “사고 당시 배에 최소 3명 이상의 선원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고 직전 배가 심하게 흔들렸고 이후 배가 급격히 기울어 바다로 뛰어내렸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올라탄 구명선이 선원이 직접 작동 시킨 것인지, 자동이탈장치로 인해 펼쳐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당시 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로 너울성 파도의 높이가 2.5m였고 바람은 초속 12m정도로 불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경호는 풍랑주의보에도 출항이 가능한 규모와 장비를 갖추고 있는 상태였다는 점에서 급작스런 침몰이 이례적이라는 것이 해경의 설명이다.
당시 서경호의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항적은 부분적으로 끊김이 있기는 했지만, 비교적 정상적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서경호의 구조나 조난 신호는 없었다. 해경 관계자는 “이 정도 파도에 선단을 구성하는 139t 정도의 선박이 구조신호 조차 보내지 못할 정도로 급격하게 침몰하기는 어렵다”며 “아직까지 (사고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고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3시께 풍랑주의보가 해제됐지만, 기상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아 수색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수색에 나선 5t급 해경의 고속단정이 전복돼 해경 6명이 구조되는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다. 여수해경은 해군과 협조해 실종자 야간 수색도 이어갈 계획이다.
◇실종선원 가족 오열= 9일 오전 여수시 봉산동에 있는 수협 수산물 청정위판장 2층에 마련된 가족대기실은 침통함만이 흘렀다.
이날 새벽 사고 소식을 들은 실종자 가족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 이른 아침부터 여수로 달려왔다.
가족대기실을 찾은 실종자 4명의 가족 14명은 “제발 살아있어줘”라며 두 손을 모아 기도하다가도, 사고 15시간여가 지나도록 구조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눈물을 쏟아냈다.
오전 11시께부터 부산에서 여수로 달려온 항해장 B씨의 가족들은 해가 질 무렵까지 가족 대기실을 떠나지 못했다.
언제 남편의 소식이 들려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리를 지킨 B씨의 아내는 연신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B씨의 아들 역시 침울한 표정으로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함께 온 B씨의 여동생과 매제 역시 서로를 끌어안으며 “괜찮을거야. 살아있을거야”라고 속삭였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다른 실종자의 가족들도 오후 2시께부터 차례로 도착했다. 한 여성은 가족대기실을 박차고 들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해경과 여수시 관계자들에게 “추가 구조자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없다”는 대답에 발만 동동 굴러야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계속해서 걸려오는 가족들의 전화를 받으며 상황을 전하고 흐느꼈다. 이들은 “제발 살아서만 돌아와 달라”고 연신 흐느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오후 여수해양경찰서와 실종자 가족 대기실을 찾아 “제22서경호사고로 인해 사망하거나 실종된 선원의 가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수=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김창화 기자 chkim@kwangju.co.kr
#트롤어선이란=해저에 투입한 저인망 그물(trawl,트롤)을 끌고 다니는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는 어선(60~140t급 규모)이다. 보통 14~16명의 선원이 일을 하며, 오징어·갈치·민어·삼치 등 다양한 어종을 잡는다.
해경은 기상악화로 인한 침몰로 추정하고 있지만, 사고선박이 풍랑주의보에도 출항이 가능한 대형선박이었다는 점에서 사고원인이 의문을 낳고 있다.
9일 여수해경은 이날 오후 여수해경 대회의실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제22서경호는 VHF 교신 조난신호 없이 급박하게 침몰했다”고 밝혔다.
서경호는 14명의 승선원(한국인 8명, 베트남인 3명, 인도네시아인 3명)을 태우고 전날 낮 12시 50분께 부산 감천항에서 출항했다. 애초 23일 낮 12시 20분께 감천항으로 귀항할 계획이었다.
이날 새벽 서경호를 포함한 5척의 선단은 흑산도로 갈치와 병어를 잡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선단의 어선들은 레이더에서 서경호가 보이지 않자 새벽 1시 40분께 해경에 신고했다.
사고 당시 바다에 뛰어든 뒤 구명선에 올라탄 나머지 4명(인도네시아 2명, 베트남 2명)은 경비함정에 구조돼 해경에서 사고 경위를 조사받고 있다.
베트남출신 선원은 “당시 급박하게 발생한 사고로 모두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면서 “사고 당시 배에 최소 3명 이상의 선원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고 직전 배가 심하게 흔들렸고 이후 배가 급격히 기울어 바다로 뛰어내렸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올라탄 구명선이 선원이 직접 작동 시킨 것인지, 자동이탈장치로 인해 펼쳐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당시 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로 너울성 파도의 높이가 2.5m였고 바람은 초속 12m정도로 불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경호는 풍랑주의보에도 출항이 가능한 규모와 장비를 갖추고 있는 상태였다는 점에서 급작스런 침몰이 이례적이라는 것이 해경의 설명이다.
당시 서경호의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항적은 부분적으로 끊김이 있기는 했지만, 비교적 정상적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서경호의 구조나 조난 신호는 없었다. 해경 관계자는 “이 정도 파도에 선단을 구성하는 139t 정도의 선박이 구조신호 조차 보내지 못할 정도로 급격하게 침몰하기는 어렵다”며 “아직까지 (사고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고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3시께 풍랑주의보가 해제됐지만, 기상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아 수색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수색에 나선 5t급 해경의 고속단정이 전복돼 해경 6명이 구조되는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다. 여수해경은 해군과 협조해 실종자 야간 수색도 이어갈 계획이다.
◇실종선원 가족 오열= 9일 오전 여수시 봉산동에 있는 수협 수산물 청정위판장 2층에 마련된 가족대기실은 침통함만이 흘렀다.
이날 새벽 사고 소식을 들은 실종자 가족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 이른 아침부터 여수로 달려왔다.
가족대기실을 찾은 실종자 4명의 가족 14명은 “제발 살아있어줘”라며 두 손을 모아 기도하다가도, 사고 15시간여가 지나도록 구조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눈물을 쏟아냈다.
오전 11시께부터 부산에서 여수로 달려온 항해장 B씨의 가족들은 해가 질 무렵까지 가족 대기실을 떠나지 못했다.
언제 남편의 소식이 들려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리를 지킨 B씨의 아내는 연신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B씨의 아들 역시 침울한 표정으로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함께 온 B씨의 여동생과 매제 역시 서로를 끌어안으며 “괜찮을거야. 살아있을거야”라고 속삭였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다른 실종자의 가족들도 오후 2시께부터 차례로 도착했다. 한 여성은 가족대기실을 박차고 들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해경과 여수시 관계자들에게 “추가 구조자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없다”는 대답에 발만 동동 굴러야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계속해서 걸려오는 가족들의 전화를 받으며 상황을 전하고 흐느꼈다. 이들은 “제발 살아서만 돌아와 달라”고 연신 흐느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오후 여수해양경찰서와 실종자 가족 대기실을 찾아 “제22서경호사고로 인해 사망하거나 실종된 선원의 가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수=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김창화 기자 chkim@kwangju.co.kr
#트롤어선이란=해저에 투입한 저인망 그물(trawl,트롤)을 끌고 다니는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는 어선(60~140t급 규모)이다. 보통 14~16명의 선원이 일을 하며, 오징어·갈치·민어·삼치 등 다양한 어종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