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이 많아 라이트를 켜도 한 치 앞을 볼 수 없어요. 머리를 바닥에 코 닿을 정도로 바짝 대도 보일까 말까 합니다. 그래도 하나만 건지면 뭔가 나올 것 같아 금세 다시 들어갑니다. 흥분돼 잠수병 걱정 할 생각을 못합니다. ”

28일 진도군 고군면 오류리 일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2차 수중 발굴 조사’ 현장.

아시아 최대 수중 발굴선 누리안호(290t)에 탑승한 발굴단 20명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금세 떠밀릴 것 같은 울돌목 빠른 물살과 맞서며 하루 9시간 넘게 뻘밭을 헤매고 다니는 고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진도 앞 바다에 잠들어있는 1500년 전 보물을 세상 밖에 내보이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이들이 지난 4월 28일부터 3개월 동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뻘밭에서 더듬어 가며 찾아낸 유물만 300 여점. 조사 대상 해역의 고작 15% 정도만 발굴이 이뤄졌는데도, 유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조사 해역을 확대하면 훨씬 많은 국보급 유물과 희귀한 보물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유물 가치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조선시대 뿐 아니라 국내 최초로 수중에서 삼국시대 유물까지 발굴했다. 지난 1976년 국내에서 수중 발굴조사가 시작된 뒤 조선시대 유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사이에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가 ‘문화재 ‘보물창고’로 안내하는 전용 출입 카드’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15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유물을 세상 밖으로 내보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수심 3∼20m 수준이지만 한 치 앞도 보기 힘들 정도로 혼탁한데다, 빠르고 변덕스런 조류는 목숨을 위협할 정도다.

잠수사가 바다 속에서 문화재를 탐사할 때 연구원들은 물 밖에서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잠수사를 지켜보는 등 2인 1조로 작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대흔(53) 잠수팀장은 “산소통, 헬멧 등 25㎏에 달하는 장비를 매고 하루 4시간씩 작업 하다 보면 숨조차 쉬기 힘들 지경” 이라며 “하지만 유물 하나만 발굴하면 무더기로 나올 것 같아 가슴이 설레 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연구원 및 잠수사들은 앞으로 나올 다양한 국보급 유물 뿐 아니라 침몰한 선박을 찾을 수 있을 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신종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은 “오류리 해역의 특성상 발굴에 어려운 점이 많지만 목표로 하는 선박 발견까지 한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박정렬기자 halo@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