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앞바다 삼국·조선시대로 통하는 역사의 문 앞에는 아시아 최대 수중 발굴선 ‘누리안호’가 버티고 있다.

누리안호는 해양문화재연구소가 지난 2010년부터 47억원을 들여 제작한 전문 인양선. 해양 유물 발굴의 시설·장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문화계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는 선박이다.

지난해 12월 취항한 뒤 인천 영흥도 섬업벌 해역을 거쳐 지난 7월 25일부터 진도 오류리 해양 발굴 작업에 투입됐다.

누리안호의 최대 장점은 잠수통제실. 80m 심해에서 동시작업하는 잠수사의 화면을 최대 8명까지 전달받을 수 있다. 물 밖에서 수중 잠수사에게 실시간 지시도 이뤄질 수 있다.

선박 통제실에 전송된 화면과 음성을 해양문화재 연구소 사무실에서도 무선으로 전달받는 게 가능하다. 유물의 매장상태,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어 학술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 누리안호 내부에는 수중 발굴을 위한 각종 잠수장비와 유물의 인양·보관설비, 잠수사 감압챔버(잠수시 공기압을 조절하는 시설), 발굴현장을 감시하는 열영상 관측시스템이 들어있다.

최대 20명의 조사단이 한 번 출항으로 최대 20여 일간 체류할 수 있도록 요리실, 수면실 등을 갖춰 발굴단의 생활도 한층 편해졌다.

노경정 해양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은 “바지선 위에서 뭍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울 때도 있는데, 누리안호 덕분에 발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누리안호는 총 290t으로 길이 36.4m, 폭 9m, 깊이 4m에 달하며 최대 14노트의 속력으로 항해한다.

/박정렬기자 halo@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