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을 기다려온 우주를 향한 ‘고흥의 꿈’이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활짝 피어났다. 30일 고흥군 영남면 남열리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는 고흥 군민과 각지에서 찾아온 국민 2000여명이 우주를 향해 첫걸음을 내민 감격스러운 순간을 지켜봤다.

발사 후,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서도 육안으로 나로호의 비행 궤적이 보이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성공을 기원했다. 발사대와 동떨어져 있어 나로호의 모습은 반딧불 크기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관광객들은 망원경과 카메라 등을 들고 숨죽이며 발사 전 과정을 지켜봤다.

이들은 또 이곳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에서 실시간으로 나로호 발사 장면이 중계되자 두 손 모아 발사 성공을 기원했다. 아이들은 손에 든 태극기를 흔들거나 직접 만든 나로호 모형을 머리 위로 치켜들며 나로호 성공 발사를 응원했다.

발사 10초를 남겨두자 관광객들은 함께 한목소리로 남은 를 외쳤고, 나로호가 불꽃을 뿜으며 솟아오르자 관람객들도 함께 팔짝팔짝 뛰며 환호성을 질렀다.

광주에서 세 자녀와 찾아왔다는 오선아(여·47)씨는 “힘든 일도 많았는데, 나로호가 우주를 향해 힘차게 날아가는 모습을 보니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아 행복하다”면서 “한국의 첫 우주비행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더없이 뜻 깊다”고 말했다.

나로호 발사 순간을 볼 수 있는 봉남등대를 찾은 100여명의 관광객들도 환호하며 성공의 순간을 함께했다.

애초 잦은 발사 연기로 관광객이 크게 줄 것으로 우려했지만 고흥에는 지난 29일 오후부터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나로도와 고흥읍 일대 숙박시설의 모두 예약됐고, 이날 밤 고흥읍 24시간 편의점은 밀려드는 손님으로 거스름돈이 동나는 등 ‘우주 특수’도 톡톡히 누렸다.

관광객들의 기쁨도 컸지만, 2차례 발사 실패와 3차 발사의 두 차례 연기를 지켜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던 고흥 군민들의 감격은 더욱 남달랐다.

고흥군 풍양면 김근호(41)씨는 “계속 발사에 실패하니깐 괜히 고흥 사람들 자존심도 많이 상했었다”면서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고흥이 한국 우주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나로우주연구센터에 삶의 터전을 양보하고, 이사를 해야 했던 봉래면 예내리 하반마을 이주민들의 감회도 남달랐다.

하반마을 50여 가구 100여 명의 주민들은 지난 2002년부터 나로우주센터 공사가 시작되자 삶의 터전은 물론 선산까지 옮기며 나로호 발사 성공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당시 하반마을 이장이었던 김동민(78)씨는 “우주 과학 발전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선산까지 이전했다”며 “나로호 발사가 잇따라 연기되고 실패하자 조상님 뵐 면목이 없었다”고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이날 고흥을 찾은 향우들도 열띤 응원전을 펼치며 고향에서 펼쳐지는 우주쇼를 즐겼다. 재경고흥군향우회 정의종(58) 회장은 “우리 고향에서 한국인이 처음으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렸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면서 “이번 발사 성공은 타지에서 살고 있는 호남인들에게 큰 기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흥=오광록·박정렬 기자 kroh@

/고흥=주각중기자 gj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