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군 간암 집단발병의 유력한 요인은 C형 간염이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은 진도에 C형 간염 유병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진도군 암 역학 조사에 참가한 서남대 의대 예방의학과 박경수(48) 교수는 8일 “간염·간암 집단발병 경위 파악을 위해 심층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잠복기가 짧은 급성 호흡기질환이나 수인성 전염병과 달리 C형간염이 간암으로 악화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역학조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C형 간염을 지목한 이유=이번 역학조사는 ‘진도에 간암이 유난히 많은 것 같으니 조사해 달라’는 자치단체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본격 시작됐다. 보건당국이 분석한 결과 실제 이 섬은 주변 전남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에 비해서도 간암 환자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더 많았다.

간암의 위험인자는 C형간염, 만성 B형간염, 과도한 음주 그리고 이로 인한 간경변 등이 있다. 이중 진도군 주민들은 다른 요인은 타지역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C형간염 항체 양성률은 무려 5∼10배로 높았기 때문에 이를 간암 집단발병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경수 교수는 “C형 간염을 원인으로 보는 가설 외에 다른 요인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C형 간염환자 왜 많을까?=C형 간염 환자가 많은 원인은 아직 단정하기 어렵고, 다만 몇 가지 신빙성있는 가설만이 가능한 실정이다.

C형 간염은 혈액과 체액으로 옮는다. 외국에서는 정맥주사기 돌려쓰기, 비위생적 의료기구, 성관계, 수혈 등이 주요 감염경로로 보고됐다.

연구과정에서 한때 모체에서 태아로 감염되는 ‘수직감염’이 주원인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C형의 수직감염은 B형간염의 10분 1 수준에 불과하며, 진도지역 10대 중·고등학생 전원 2000명을 조사한 결과 C형간염 환자가 단 한명도 없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설득력이 아주 약하다.

박 교수는 환자의 대다수가 연령이 많은 성인인 점을 고려하면, 1980·90년 이전 열악했던 의료 및 생활 환경 아래에서 감염 및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 교수는 “1차 용역조사가 마무리되는 3년 후 정확한 C형 간염의 발병 원인이 밝혀진다면 간암 발병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예방대책은=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달리 예방백신이 없고 효과가 좋은 신약도 없다. 항바이러스제를 약으로 쓰지만 부작용이 심한 편이다. 따라서 만성 C형간염 감염자는 음주를 삼가고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 간암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 위생수칙을 지켜 다른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희종기자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