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200곳 잠길까 조마조마 … 우울한 ‘꿈의 휴양지’
2012년 07월 05일(목) 00:00
<7>해수면 상승 위기 현장 '몰디브'
최근 6년간 90개 유인도서 해수범람
고지대 全無 … 매일 잦은 경보에 불안
어항개발, 호안 붕괴·백사장 침식 불러

인도양의 세계적 휴양지 몰디브 전경.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해안 침식 등으로 ‘설탕’같이 하얀 백사장을 다시는 볼 수 없을 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몰디브=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몰디브는 지구 온난화 재앙의 최전선에 있다. 이것은 세계 전체의 문제다. ”

지난 5월 열린 제 9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화제를 불러모았던 다큐멘터리 영화 ‘아일랜드 프레지던트:나시드의 도전’에서 모하메드 나시드(45) 전 몰디브 대통령이 호소한 말이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난화에 맞서 작은 섬나라의 생존 분투기를 담고 있는 영화는 나시드 전 대통령의 수상각료회의를 비롯해 상승하는 해수면으로 바닷물이 해안 마을로 조금씩 밀려드는 영상을 전하며 지구온난화에 대한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인도양의 세계적 휴양지 몰디브(Maldives·면적 298㎢)는 전 세계 환경론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나라다. ‘설탕’같이 하얀 백사장을 다시는 볼 수 없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다.

기후변화에 관한 범정부위원회(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e·IPCC), 세계자연보호기금(WWF) 남극조사과학위원회(SCAR) 등 다양한 단체들이 내놓은 보고서대로라면 1192개의 작은 산호섬, 26개의 환초(環礁·atolls)로 이뤄진 몰디브는 2100년 섬 전체가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 4월 11일 찾은 몰디브는 수도 말레(Male) 섬을 비롯해 주민들이 거주하는 200개 섬에서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인도네시아 서단에 위치한 아체주 주도 반다아체에서 남서쪽으로 432㎞ 떨어진 해저에서 8.6 규모의 강진이 발생, 인도양 전역에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다. 평균 해발고도는 0.8∼1m, 육지의 80%는 1m 이하로, 고지대가 전혀 없는 섬에 쓰나미가 밀려올 경우 피할 길이 없다.

수도 말레에는 3m 높이의 방파제가 해안가를 둘러치고 있다. 해발 고도가 해수면과 비슷하다보니, 높은 파도로 인한 침수 현상과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것도 모자라 말레 섬 인근에는 파도의 세기를 약화시키기 위해 인공으로 쌓아놓은 이안제(groin)가 조성돼 있다.

대규모 관광 리조트가 들어선 87개 섬 주변도 마찬가지다. 강한 파도를 막기 위해 1차 방어막으로 이안제(groin)를 설치했다.

이같은 피해방지시설에도 주민들과 관광객들 표정에는 못 미더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 때문에 “쓰나미 경보가 해제됐다”는 말을 듣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은 마음을 졸여야 했다.

후라나푸쉬(Furanafushi) 섬에 산다는 카스함 베그씨는 관광객을 안심시키려는 듯 “쓰나미 경보가 발령될 때마다 매일 이렇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서도 불안한 듯 바다로 눈길을 돌렸다.

‘꿈의 휴양지’라는 명성에 감춰진 몰디브의 우울한 현실이다. 낮은 해발 고도로 인한 해수 범람에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몰디브 정부는 최근 6년동안(2010년 기준) 90개 유인도에서 해수 범람으로 피해가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백사장의 모래가 쓸려나가는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몰디브 정부는 2010년을 전후해 유인도의 97%는 침식 피해가 발생했고 64%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리조트가 있는 주민들이 살지 않는 무인도(keyodhoo)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80㎝가 씻겨나간 흔적도 발견됐다.

그나마 몰디브 정부는 예산 부족으로 파도로 부서진 호안을 제 때 보수하거나 침식 피해를 막기 위한 항구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무계획적인 어항 개발도 호안 붕괴와 백사장 침식을 가속화시키는 데 한 몫을 했다.

국립방재연구원이 지난해 몰디브 정부 요청에 따라 말로스(Maalhos) 섬을 대상으로 침식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현장 조사를 벌여 2006년 항만 시설이 조성된 뒤 섬 북쪽 해안의 경우 침식 현상이 급속히 발생하는 사실을 파악했다. 서쪽 해안에서 파도로 인한 침식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해안 침식이 섬 전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침식 현상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크다는 데 있다. 몰디브가 전체 인구 39만명(2010년 기준) 중 섬에 살고 있는 10만명을 지켜내기 위해 배로 5분가량 떨어진 지역에 해발 2m 높이의 인공섬(Hulhumale)을 만들어 이주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바다 밑으로 사라지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다.

/몰디브=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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