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류·바람 타고 둥둥 … 서남해안은 ‘쓰레기 터미널’
2012년 06월 28일(목) 00:00
<6>해양 쓰레기
적불명 잡동사니 매일 해안 점령
전용수거선·소각장 없어 … 속수무책
여수앞바다 한달간 3만7천㎏ 수거
국가간 공조 통해 해결책 찾아야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 성촌 해변. 조류와 바람을 타고 끊임없이 밀려드는 쓰레기를 한곳에 모아놨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사무소 등이 주민들과 공동으로 일년에도 수십 차례 정화 활동에 나서지만 밀려드는 양이 많아 속수무책이다. /신안=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 1 지난 20일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 주민들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 본격적인 피서철을 앞두고 있는데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해양 쓰레기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중국 등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조류와 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쓰레기가 엄청나는데도 변변한 소각장조차 없는데다, 육지와 거리가 멀고 오가는 배도 적어 그때그때 처리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이 적은 여름에는 그나마 낫다.

겨울이면 성촌해변은 아침과 저녁으로 밀려오는 중국산 쓰레기 등으로 뒤덮인다. 2㎞ 남짓한 해변에는 해류와 바람을 타고 외국에서 밀려온 플라스틱 부자(浮子·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수중 어구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부표)와 라이터, 의료폐기물, 냉장고 등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가득하다. 쓰레기가 쌓이고 모래에 묻히면서 자그마한 동산이 생겨났을 정도다. 해변 앞에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해양 쓰레기의 이동 경로와 종류 등을 써놓고 관심을 유발시키는 안내판까지 붙여놓았다.

인근 띠밭너머 해변도 비슷하다. 중국 상표가 붙어있는 음료수병, 플라스틱 음식포장, 세제병 등이 뒹굴고 있다. 우의도 돈목 해변과 비밀해수욕장도 마찬가지여서 ‘아름다운 천사의 섬’이라는 말이 무색한 형편이다.

밀려오는 쓰레기양이 많은데다, 인력·예산 부족 등으로 수거가 이뤄지지 못해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던 지난 2010년 8월 안도 이야포 해변 전경. /여수=김진수기자 jeans@


#. 2 여수시 남면 안도(安島·3.96㎢) 이야포 해변은 여수박람회를 앞두고 안도민원처리소 직원들과 지역민들이 지속적으로 쓰레기 수거에 나서면서 해변에서 쓰레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정이 나아졌다. 이 지역과 손죽도 연안은 바람에 따라 중국과 일본, 동해 등에서 쓸려오는 쓰레기가 끊이질 않아 “관광객에게 내보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는 게 지역민들의 설명이다.

여수시가 지난 2010년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2000t.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람객들을 감안, 전담부서를 두고 읍·면·동 직원들을 총동원했다. 당시 부유쓰레기 수거에 들어간 비용만 10억이 넘었다. 지난해는 1600t으로 다소 줄었지만 폐스티롬폼(5430㎥)은 오히려 전년도(3800㎥)보다 많아졌다.

주민들은 이 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해안가 쓰레기 수거에 나서지 않으면 밀려오는 쓰레기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면서 “이제는 수거가 아닌, 바다 쓰레기 투기 문제를 줄여 오염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전남 해안이 밀려드는 외국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변변한 처리시설이나 수거 인력이 없어 생활쓰레기 처리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외국산 쓰레기까지 떠밀려오는 상황이어서 천혜의 자연 경관이 훼손되고 있는 형편이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말 전국 20개 해안을 대상으로 한 ‘국가해양쓰레기 모니터링’결과에 따르면 외국에서 온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발견된 곳으로 제주에 이어 전남의 진도와 신안이 꼽혔다.

신안·진도·고흥 등 전국 20개 해안에서 격월로 조사지점 100m 안의 쓰레기를 수거해 품목별, 오염원별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조사지점에 표착한 해양쓰레기는 5만5270개로 이 중 외국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는 3686개(6.7%)로 분석됐다. 해양 쓰레기 문제 해결이 일개 지방자치단체나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인 만큼 더이상 늦춰서는 안되는 시급한 현안이라는 얘기다.

지역별로는 진도에서 1362개의 외국산 해양쓰레기가 발견돼 제주 다음으로 가장 많았고 신안(318개·8.6%)이 뒤를 이었다. 고흥도 20(0.5%)개의 외국 쓰레기가 발견됐다.

품목별로는 플라스틱 음료수병 1462(39.7%), 플라스틱 부자 942(25.6%), 의료폐기물 258(7.0%), 플라스틱 음식포장 230(6.2%), 라이터 223(6.0%), 플라스틱 병뚜껑 171(4.6%) 등의 순이었고 외국 쓰레기 국가 비율은 중국 96.4%, 대만 1.2%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 결과인 점을 고려하면 조류와 해풍을 타고 떠밀려온 쓰레기는 훨씬 많다는 게 전남도와 지방자치단체의 설명이다.

올 해 여수세계박람회 개장 한 달(5월12∼6월11일) 동안 박람회 행사장 인근 바다에서 수거한 양만 3만7150㎏에 달한다. 정부는 대부분의 쓰레기가 해류 영향을 받아 외부에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나마 신안의 여러 섬을 비롯,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되지 않고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이나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는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양도 엄청나게 많아진데다, 노인들만 남아 있는 탓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겨울에는 산둥반도 쪽에서 부는 강한 북서풍으로 서남해안이 ‘쓰레기 터미널’로 변해 중국 쪽에서 밀려드는 쓰레기양도 엄청나게 많아지지만 쓰레기 전용수거선은 커녕, 인력도 변변치 않아 손도 못대고 있는 게 현재 실정이다.

해양 쓰레기의 범람은 해양 오염을 비롯, 생물자원 훼손 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남도는 그러나 지난 2010년 해양쓰레기 처리를 위해 76억원을 투입하고 지난해 60억원을 들여 지원하고 있지만 밀려오는 쓰레기 수거·처리를 위한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예산을 늘리기도 쉽지 않아 쓰레기 처리를 위한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혜의 경관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았던 2219개(유인도 296개·무인도 1923개)의 섬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해양 쓰레기가 오히려 청정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역에서는 특히 여수세계박람회를 계기로 바다가 ▲물 ▲자원 ▲공간 ▲에너지 ▲식량 부족 등의 문제 해결 및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 전 지구적인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외국기인 해양쓰레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사를 지속하는 한편, 북서태평양 해양보전 실천계획(NOWPAP) 등의 국제기구와 협력을 통한 해양쓰레기 저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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