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청학동 훈장’으로 방송활동을 하며 우리에게 친숙한 김봉곤(44·민족학당 훈장)씨가 회초리 대신 영화 감독으로 메가폰을 들었다.

교육영화라는 타이틀을 건 영화 ‘훈장과 악동들’을 제작해 시사회를 갖고 있는 그는 28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시사회(29일 오후 2시)에 앞서 광주를 찾아 이번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하는 교육이 아이들의 눈높이와 학부모의 기대에 부합할까 고민한 끝에 영화를 생각했습니다. 20년 동안 훈장을 하면서 100만 명을 가르치고 만났죠. 지금까지는 학생과 부모가 학당을 찾았지만, 이젠 내가 그들을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영화를 만든 겁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김씨는 직접 영화사 眞(진)픽처스를 설립했고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영화는 카메라 3대를 동원해 촬영했으며 4개월간의 후반 편집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기왕에 만들었으니 교육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보고 싶습니다. 몇 년 전 ‘워낭소리’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수백만 관중을 울렸던 것처럼 이번 영화도 충분히 그만한 작품성과 재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영화 제작을 위해 50여 편의 영화를 봤다는 김씨는 영화에서 그대로 훈장으로 출연하며 배우로, 때론 카메라 워킹까지 담당하는 감독으로 1인 3역을 했다.

영화는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올해 1월 9일까지 초등학생 50명이 그가 훈장으로 있는 강원도 철원의 ‘민족학당’에서 열린 14박15일간의 ‘예절학교 선비 체험 프로그램’ 전 과정을 담고 있다.

훈장과 학생들이 함께한 좌충우돌 ‘인간 만들기 프로젝트’를 다룬 영화는 극적 스토리가 있는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한겨울 칼바람이 불고 눈이 쏟아지는 강원도 산골에서 언 손 녹여가며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올바른 가치관을 익히는 전통문화학습 과정을 영상으로 따라간다.

“아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영화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니까 어려울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가르치는 것이 내 일이고 그 과정을 그대로 담은 것이니 어쩌면 자연스럽고 수월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죠.”

그는 이번 영화가 흥미나 오락을 중시하는 기존 영화와는 달리 가족의 소중함과 예절, 인성을 담은 진중한 메시지로 보이기를 바랐다.

그는 또 “대를 이어 전통을 이어가는 고지식한 사람이지만 아름다운 우리 정신문화를 창의적인 틀에 담아 퓨전 식으로 전달하고자 고민하고 있다”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것은 잘 알지만 영화를 만든 진정성만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리산 청학동을 떠나 2005년부터 철원에서 훈장을 하고 있다는 김씨는 정식으로 영화촬영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총각 댕기머리 훈장’을 할 때인 1991년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기도 했다. 또 한국문화학교 공연예술아카데미 연기반을 수료하고 국립극장 창극단 연수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져왔다.

영화는 전국을 순회하며 무료시사회를 갖고 오는 7월 말 광주를 시작으로 공식 개봉할 예정이다. 문의 02-3402-1991.

/김대성기자 bigkim@kwangju.co.kr

/사진=나명주기자 mjna@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