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이래서 진도다
2011년 02월 02일(수) 00:00 가가
진도(珍島)는 국악·민속·무속 등 향토문화의 원형이 박동(搏動)하는 섬이다.
멋과 신명을 타고난 전라도 사람을 키우고, 민속문화를 싹틔운 원종(原種)과 전라도 기질의 원형(原型)이 진도사람들의 숨결과 삶에 녹아 있다.
‘굿의 땅’ 진도에는 ‘귀명창’이 많다. 웬만큼 소리하는 사람도 진도 사람들에게 박수받는 일은 좀체 드물다고 한다. 진도 토박이들은 모태에서부터 음악의 세례를 받는다.
잉태를 원하는 사람들은 제왕맞이 굿,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이레손 굿, 혼인을 하면 살멕이손,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망자를 달래는 씻김굿을 했다. 진도 사람들의 생로병사가 모두 ‘굿판’이다. 이들의 예술적 귀가 예민한 이유다.
씻김굿·강강술래 등 무형문화재만 9개
진도 사람들의 삶의 소리인 굿과 민요·민속은 대부분 무형문화재가 됐다. 씻김굿·남도들노래·강강술래·진도 다시래기 등 4종은 국가지정 중요무형 문화재다. 진도 북놀이·진도만가·남도잡가·소포걸군농악·조도 닻배노래는 전남도 지정 문화재다. 현존하는 무형문화재만도 9개다. 전문가들이 진도를 무속·민속의 보고로 부르는 이유다.
진도의 유장한 가락은 섬에 머물지 않고 전라도 사람들의 가슴과 어깨에도 스몄다. 남도에 명인, 명창 등 소리꾼이 많은 이유다.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어깨에도 흥이 배어서 장단에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진도 아리랑의 ‘아라리’ 신명이 나는 것이다.
굿음악은 남도음악, 우리 민속의 자양이 됐다. 민속음악의 기본 선율인 시나위는 남도 잡가와 민요 속에 광범위하게 녹아 있다. 슬픔과 한(恨)을 예술과 문화로 삭이는 멋의 원형도 진도에 있다. 춤과 노래로 망자를 보내는 씻김굿으로 대표되는 진도의 장례 의식, 출상 전날 슬픔에 젖은 상주를 위해 펼치는 웃음극 ‘다시래기’도 슬픔과 한의 예술적 극치를 보여준다. 마을 여자들이 상두꾼으로 나서 상여소리를 하는 만가도 진도만의 독특한 죽음 의식이다.
진도는 삼수갑산(三水甲山)과 더불어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유배지 가운데 하나였다. 조선 귀양객 700명 가운데 50여명이 진도로 내몰렸다.
역설적이게도 시인·묵객 등 유배객들이 뿌린 자양이 운림산방(雲林山房)으로 대표되는 한국 남종화의 뿌리가 자란 토양이 됐다. 자그마한 섬이 대형 ‘문화발전소’가 된 것이다.
진도 유배객 중에는 유독 걸출한 학자가 많았다. 각각 선조와 숙종 때 영의정에 올랐던 노수신과 김수항, 대표적인 명필이었던 이광사 등이 진도의 유배객이었다. 낯선 섬에 정착한 선비들은 곳곳에 문화적 자양분을 뿌리고 살찌웠다.
시·서·화 3절이었던 이광사는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예술가였다. 그는 무려 22년을 진도에 머물면서 진도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
조선 남종화의 명맥을 이은 소치 허련(小痴 許鍊)은 이러한 기반 위에 ‘화맥’을 형성한 인물이다.
소치가 생을 보낸 운림산방을 본산으로 한 남종화의 화맥은 울창하다. 소치에게 도제식으로 그림을 배운 제자들은 물론 한국화단의 작가들이 운림산방의 직·간접적인 수혜자들이다.
붓과 먹의 예술에 ‘서예(書藝)’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도 진도 교동 출신 서예가 손재형(1903∼1981) 선생이다. 그는 이광사 선생의 서맥을 이어 소전(素筌)체라는 독특한 서체를 탄생시켰다.
진도에는 불의에 항거해온 ‘전라도 기질’의 바탕이 있다. 고려 원종 11년(1270년) 고려가 몽고와 굴욕적인 강화를 맺고 개경환도를 강행하자, 대몽항쟁의 결의를 다짐한 삼별초(三別抄)군이 남하해 근거지로 삼았던 호국의 성지다.
벽파진, 용장산성, 남도석성은 삼별초 항쟁의 성지들이다. 배중손이 지휘하는 삼별초 반란군은 진도 벽파진에 상륙해 용장산성을 근거지로 삼았다.
유배객들 낯선 섬에 문화 뿌리내려
삼별초가 진도에 머문 10개월 동안 용장산성을 구축하고 제주도, 거제도는 물론 육지의 전주와 나주 같은 대도시를 포위 공격할 정도의 군세(軍勢)를 갖춘 데는 진도인들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했다.
진도 아리랑에도 세태풍자 등 저항성이 담겨있다. 시대와 풍속의 변화, 세태, 현실의 부조리 같은 당대의 사회적 모순을 통렬히 풍자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같은 아리랑 범주에 속하는 밀양 아리랑·정선 아리랑과 궤를 달리하는 이유다.
진도의 옛이름은 옥주(沃州)였다. 현재의 명칭도 보배로운 섬을 뜻하는 진도(珍島)다. 남도 진미(眞味)가 그 땅에서 자란다. 환경 전문가들은 진도를 멸종 위기식물의 마지막 거처로 부른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한 것만 꼽아도 끈끈이귀개·애기등·자주땅귀개·지내발난·풍란 등 5가지다. 지난 1983년에는 한국특산식물로 기록된 조도만두나무라는 희귀식물은 진도 서남쪽의 상조도에서 처음 채집됐다.
진도의 겨울 배추와 파, 봄동은 찰지고 기름지다. 진도는 큰 강이나 개울은 없지만, 사철 물이 마르지 않은 작은 하천들이 농경지를 끼고 흘러 비옥한 땅으로 보존됐다.
멋과 신명을 타고난 전라도 사람을 키우고, 민속문화를 싹틔운 원종(原種)과 전라도 기질의 원형(原型)이 진도사람들의 숨결과 삶에 녹아 있다.
‘굿의 땅’ 진도에는 ‘귀명창’이 많다. 웬만큼 소리하는 사람도 진도 사람들에게 박수받는 일은 좀체 드물다고 한다. 진도 토박이들은 모태에서부터 음악의 세례를 받는다.
씻김굿·강강술래 등 무형문화재만 9개
진도 사람들의 삶의 소리인 굿과 민요·민속은 대부분 무형문화재가 됐다. 씻김굿·남도들노래·강강술래·진도 다시래기 등 4종은 국가지정 중요무형 문화재다. 진도 북놀이·진도만가·남도잡가·소포걸군농악·조도 닻배노래는 전남도 지정 문화재다. 현존하는 무형문화재만도 9개다. 전문가들이 진도를 무속·민속의 보고로 부르는 이유다.
굿음악은 남도음악, 우리 민속의 자양이 됐다. 민속음악의 기본 선율인 시나위는 남도 잡가와 민요 속에 광범위하게 녹아 있다. 슬픔과 한(恨)을 예술과 문화로 삭이는 멋의 원형도 진도에 있다. 춤과 노래로 망자를 보내는 씻김굿으로 대표되는 진도의 장례 의식, 출상 전날 슬픔에 젖은 상주를 위해 펼치는 웃음극 ‘다시래기’도 슬픔과 한의 예술적 극치를 보여준다. 마을 여자들이 상두꾼으로 나서 상여소리를 하는 만가도 진도만의 독특한 죽음 의식이다.
역설적이게도 시인·묵객 등 유배객들이 뿌린 자양이 운림산방(雲林山房)으로 대표되는 한국 남종화의 뿌리가 자란 토양이 됐다. 자그마한 섬이 대형 ‘문화발전소’가 된 것이다.
진도 유배객 중에는 유독 걸출한 학자가 많았다. 각각 선조와 숙종 때 영의정에 올랐던 노수신과 김수항, 대표적인 명필이었던 이광사 등이 진도의 유배객이었다. 낯선 섬에 정착한 선비들은 곳곳에 문화적 자양분을 뿌리고 살찌웠다.
시·서·화 3절이었던 이광사는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예술가였다. 그는 무려 22년을 진도에 머물면서 진도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
조선 남종화의 명맥을 이은 소치 허련(小痴 許鍊)은 이러한 기반 위에 ‘화맥’을 형성한 인물이다.
소치가 생을 보낸 운림산방을 본산으로 한 남종화의 화맥은 울창하다. 소치에게 도제식으로 그림을 배운 제자들은 물론 한국화단의 작가들이 운림산방의 직·간접적인 수혜자들이다.
붓과 먹의 예술에 ‘서예(書藝)’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도 진도 교동 출신 서예가 손재형(1903∼1981) 선생이다. 그는 이광사 선생의 서맥을 이어 소전(素筌)체라는 독특한 서체를 탄생시켰다.
진도에는 불의에 항거해온 ‘전라도 기질’의 바탕이 있다. 고려 원종 11년(1270년) 고려가 몽고와 굴욕적인 강화를 맺고 개경환도를 강행하자, 대몽항쟁의 결의를 다짐한 삼별초(三別抄)군이 남하해 근거지로 삼았던 호국의 성지다.
벽파진, 용장산성, 남도석성은 삼별초 항쟁의 성지들이다. 배중손이 지휘하는 삼별초 반란군은 진도 벽파진에 상륙해 용장산성을 근거지로 삼았다.
유배객들 낯선 섬에 문화 뿌리내려
삼별초가 진도에 머문 10개월 동안 용장산성을 구축하고 제주도, 거제도는 물론 육지의 전주와 나주 같은 대도시를 포위 공격할 정도의 군세(軍勢)를 갖춘 데는 진도인들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했다.
진도 아리랑에도 세태풍자 등 저항성이 담겨있다. 시대와 풍속의 변화, 세태, 현실의 부조리 같은 당대의 사회적 모순을 통렬히 풍자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같은 아리랑 범주에 속하는 밀양 아리랑·정선 아리랑과 궤를 달리하는 이유다.
진도의 옛이름은 옥주(沃州)였다. 현재의 명칭도 보배로운 섬을 뜻하는 진도(珍島)다. 남도 진미(眞味)가 그 땅에서 자란다. 환경 전문가들은 진도를 멸종 위기식물의 마지막 거처로 부른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한 것만 꼽아도 끈끈이귀개·애기등·자주땅귀개·지내발난·풍란 등 5가지다. 지난 1983년에는 한국특산식물로 기록된 조도만두나무라는 희귀식물은 진도 서남쪽의 상조도에서 처음 채집됐다.
진도의 겨울 배추와 파, 봄동은 찰지고 기름지다. 진도는 큰 강이나 개울은 없지만, 사철 물이 마르지 않은 작은 하천들이 농경지를 끼고 흘러 비옥한 땅으로 보존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