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회복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낮은 데다 도시, 농촌 간 학력 격차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우수교원 육성·확보책도 시급하다. 농어촌 학교수가 무려 628개 교에 달하는 등 근무여건이 낙후한 까닭에 교사들의 근무 기피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처우개선, 인센티브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특성화고 수가 많음에도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도 풀어야할 과제다.

◇ 낮은 학업 성취도=열악한 학습환경과 우수 교원들의 전남 지역 기피 현상 심화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것은 전남교육의 해묵은 과제다. 이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2010년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전남의 초·중·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각각 1.6%, 6.6%로 각각 전국 평균을 웃돌았고 고교는 전국 평균을 하회했다. 초교의 전국 평균은 1.5%, 중학교 5.6%, 고등학교 4.0%이었다.

이는 지난달 3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한 2010년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의 국어ㆍ사회ㆍ수학ㆍ과학ㆍ영어 등 5개 교과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다.

전남 초교의 경우 지난 2009년에 비해 0.3%포인트, 중3은 3.6% 포인트 감소하는 등 성취도가 크게 향상된 지역에 포함됐다. 고2의 경우에도 2.0%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줄이려는 노력의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전국 시도와 견줄 경우 초등 9위(공동), 중학교 14위, 고등학교 10위 등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학생들의 낮은 학업 성취도는 전남의 교육 인프라가 열악한데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우선 전반적으로 낮은 학업성취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학생, 학교, 교사들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교과부가 이번 성취도 평가에서 우수성과를 보인 학력향상 중점학교(2009년 평가결과 학력 향상 대상학교로 선정된 곳)를 분석한 결과도 다르지 않다.

목포 산정초등학교 등 교과부가 선정한 전국 17개 우수 학력향상 중점학교의 공통된 특징은 기초학력 미달학생에 대한 정규·방과후, 방학 중 집중학습 등 교사들의 책임지도가 있었다는 점이다.

낡은 시설, 학생·교원 수 감소, 미약한 지원 등으로 교육여건은 열악했지만, 학교장·교사의 노력과 학생·학부모의 신뢰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기초 학력 미달비율을 현저하게 개선하는 나름의 교육혁명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 우수 교사 영입책 마련해야=전남지역 근무를 희망하는 교사들이 적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도서 학교가 많은데다 교사들의 근무의욕을 높여줄 인센티브 등이 사실상 거의 없어 젊은 교사들의 근무기피 현상이 심화돼 교단의 노령화도 심각하다.

실제 지난해 무려 190명의 40대 전후 교사들이 광주나 타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전남 지역 교사들의 정주 여건과 근무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화할 것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필수과목인 영어 교육의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영어 강사 배치 등 공교육 강화사업이 농어촌 지역에서 강사 구인난 등으로 정착되지 않아 전남지역 학생들이 소외받고 있는 탓이다.

지난 10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권영진(한나라당) 의원은 국감보도자료에서 전남지역 초등학교 433곳 중 42%인 181곳만 영어회화 전문강사가 배치됐다고 밝혔다. 이는 광역시인 광주지역 83.7%의 절반 수준이다.

지역별로도 여수와 순천, 곡성지역만 50%를 넘었을 뿐 나머지 19개 시·군은 절반을 밑돌았다.

특히 섬 지역인 신안과 완도 등 2곳은 불과 11%와 14%에 그쳤다. 여수의 경우 영어전문강사 배치율이 65%에 달해 신안교육청과 무려 6배 차이를 보이는 등 지역간 불균형도 두드러졌다. 강사들의 기피지역인 고흥, 해남, 완도, 진도, 신안 등에는 모두 14명의 강사가 배치됐으나 중도에 6명이 포기하기도 했다.

◇ 특성화고 경쟁력 강화 과제=전남지역 전체 고교(154개) 가운데 40%를 차지하는 특성화고(옛 전문계고) 육성은 전남 교육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다. 교육전문가들은 침체한 특성화고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모두 61개에 달하는 전남 특성화고는 학업과 취업을 연계시킨다는 취지와 달리 해마다 정원미달 사태를 빚는 등 사실상 침체돼 있다.

실제 최근 도내 61개교 전문계고 신입생 지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70.5%인 43개교가 정원에 미달했다. 이는 올해 미달률이 61.3%인 38개교인 것과 비교하면 비율로는 9.2%포인트, 학교 수는 5곳이나 늘어난 수치다. 전체 지원자 수도 7145명으로 총 정원 7886명의 90.6%에 그쳤다.

신입생 지원율은 2007년 한해 정원을 겨우 114명(1.4%) 넘긴 이후 4년 연속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도 교육청은 이를 고교 진학 중학생 수가 매년 줄고 있는데다 경기침체를 반영한 전문계고 졸업생 취업난 등이 맞물린 탓으로 보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경쟁력이 취약한 전문계고는 인접 학교나 유사학교 간의 과감한 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또 교과부는 현행 691개교인 전문계고 수를 2015년까지 400개로 줄여 특성화고 또는 특목고형 마이스터고로 전환하고 농어촌 지역의 여건이 열악한 일부 전문계고는 일반계고, 예체능 중점고 등으로 전환을 추진키로 했다.

도 교육청은 이에 따라 우선 62개 전문계고 가운데 2015년까지 현재 15개인 특성화고를 25개로 늘릴 계획이다.

특목고로 지정된 전남생명과학고(옛 강진농고)와 완도수산고 등 4개를 더하더라도 최소 6개를 더 전환해야 한다. 문제는 40개가 넘는 종합고와 실고다.

일반계와 실업계를 함께 운영하는 종합고(21개교)는 대부분 농어촌 지역에 소재한데다 학년당 50명 안팎 소규모로 특성화고 전환이 어려운 실정이다.

/윤영기기자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