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은 풍부한 해안선, 해수욕장, 수려한 해양경관 등을 활용,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인 해양레저산업 육성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민간기업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2010 전남∼제주 국제 요트 레이스’를 위해 목포 평화광장 계류장에 정박해 있는 요트들.

#.완도 청산도, 신안 증도, 장흥 유치·장평, 담양 창평 등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인증 지역은 ‘친환경 녹색관광’의 메카를 내건 전남도의 대표적 관광 상품이다.

지나치게 빨리 변화하고,‘빨리빨리’만을 외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차별화된 관광상품으로 떠오르면서 관광객도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네 곳의 슬로시티를 다녀간 관광객만 증도 70만8000명, 완도 청산도 20만3000명, 장흥 유치·장평 9만5000명, 담양 7만2000명 등 107만8000명에 달한다. 지난해(62만5000명)에 견줘 45만3000명이 늘어났다.

전남도가 ‘녹색 관광’의 주요 축으로 삼아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73억원을 들여 명품돌담길 조성, 슬로푸드 체험프로그램, 저탄소 무동력 교통수단 확충 등 ‘슬로시티 관광자원사업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 “목포는 세계적 마리나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췄습니다”

지난 10월 목포 앞 바다에서 열린 ‘2010 전남∼제주 국제 요트레이스’에 참가한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 투자자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뭍과 바닷길의 길목으로 굳이 요트 등 수상레저를 즐기기 위해 먼 바다로 나가는 불편함을 초래하지 않아 해양 레저산업 활성화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목포시도 이같은 천혜의 여건을 활용, 최근 삼학도에 요트 마리나를 개장하는 한편, 1000억원을 투입해 요트 전용항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을 세워놓았다.

전남도는 목포뿐만 아니라 여수·완도 등 도내 7개 항을 마리나항만으로 조성, 해양레저 스포츠 단지로 조성해 미래 해양 휴양·관광 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전남이 육성하는 핵심 관광 산업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을까.

◇ 2% 부족한 슬로시티=슬로시티가 전남의 대표 관광 상품에도 불구, ‘실속’있는 관광 자원으로 거듭나려면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전남발전연구원이 최근 ‘슬로시티 3년, 전남 관광의 희망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전문가 워크숍에서도 이같은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전남 4곳의 슬로시티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소 오순환 박사는 ‘완도군 청산도 슬로시티 평가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숙박·음식 등 민간 분야의 준비태세가 열악하고 관광사업종사자들의 서비스마인드도 지극히 낮다”고 언급했다.

오 박사는 이어 ▲관광객에게 외면받기 쉬운 1970년대 풍의 낡고 퀴퀴한 숙박시설 ▲서비스마인드도 없고 서비스 함양교육 참여 의지도 없는 종사자 ▲스토리텔링도 기대할 수 없고 도선·관광해설·숙박·음식·판매 등 관광 관련 활동의 연관성도 미흡한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로인해 ‘시간을 잊고 사는 신선의 고장’이라는 청산도는 주마간산(走馬看山) 식 관광에 그친데다, 관광 코스도 섬 내 농촌마을과 벗어나 주민들과 괴리됐다고 지적했다.

증도도 비슷했다.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도 ‘주민 밀착형 슬로시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슬로시티 관광이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지역 소득과 연계되지 못하면서 “쓰레기만 남는다”는 불만을 터뜨리는 지역민들도 적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강 교수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슬로시티 개발에 따른 인식도 조사’에서도 ‘도로·상수도·상가 등 생활환경 개선’등을 기대하는 주민들과 달리, ‘자연환경 훼손 및 농작물 훼손·도난’,‘교통 혼잡’,‘건축 규제 등의 강화’ 등을 우려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자칫 지역민들에게 외면받는 슬로시티 관광으로 전락할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에게 외면받는 슬로시티는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주민과 밀착해, 관광객들이 오래 머무르면서 슬로 라이프를 체험하기 위한 하드웨어와 컨텐츠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마리나 항만, 언제되나=정부의 ‘제 1차 마리나(Marina) 항만 기본계획’에 따라 지난 1월 마리나 항만으로 지정된 도내 항만은 모두 7곳. ▲함평(함평군 손불면 학산리 1013-32일대 4만㎡) ▲목포(목포시 산정동 1452번지 일대 4만㎡) ▲화원(해남군 화원면 주광리 374-2일대(13만9천633㎡) ▲팽목(진도군 임회면 남동리 산 85-7일대 4만㎡) 등 서남권 4곳과 ▲완도(완도군 완도읍 북방파제 704번지 일대 4만㎡) ▲남열(고흥군 영남면 남열리 212-3 일대 4만㎡) ▲소호(여수시 소호동 1181-2 일대 12만㎡) 등 전남권 3곳이다.

이들 예정지는 배후 도시의 거주 인구와 편의시설 등에 맞춰 300척이 정박할 수 있는 12만㎡ 규모의 거점형(소호), 100척이 머물 수 있는 4만㎡ 규모의 레포츠형(함평·목포·화원·팽목·완도·남열)으로 나뉘어 개발된다.

이 기본계획은 지난해 12월 시행된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부가가치 산업인 해양레저산업 육성을 목표로 마리나항만의 체계적인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수립된 것으로, 정부는 기본계획이 완료되면 전남권은 2019년 해양레저선박이 544척으로, 서남권은 450척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들의 경우 1980년대 국민소득 1만6000달러에 접어들면서부터 요트 수요가 급증하자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키우면서 해양 레저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요트·모터보트·카누·캐빈크루저 등 각종 소형 레저보트 등이 계류하는 마리나 등을 주요한 볼거리로 활용하는 한편, 인근에 호텔과 각종 레저시설을 설치하여 관광객 유치 효과를 얻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가 ‘마리나항만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할 때만 해도 전남 7곳이 종합해양레저시설로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지역 해안 관광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전남발전연구원도 최근 ‘전남 해양산업 발전전략 국제세미나’를 개최, 해양레저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는데 필요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정부 발표 뒤 10개월이 지났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우선, 기본계획은 항만 개발을 위한 재원을 민간 투자자를 통해 조달토록 했다.

전남권 3개 마리나항만을 개발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은 998억, 서남권 4개 항만 개발에 1천664억원이 투입되지만 방파제와 도로 등 주요 기반시설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사업시행자가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 견줘 교통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데다, 정부의 PF 실태 및 감독 강화 불똥이 떨어지면서 투자를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남도를 비롯한 일선 자치단체들의 열악한 재정난을 감안하면 사업시행자인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 채 무턱대고 마리나 항만 개발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이 때문에 도내 마리나항만을 보유한 시·군 자치단체는 기껏 항만을 중심으로 한 개발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비 확보에 나선 게 고작이다. 정부가 말로만 해양레저스포츠 문화 활성화를 외칠 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남발전연구원 김동주 연구원은 “전남은 천혜의 해양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민간 재정난에 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해양 마리나를 육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