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땅 ‘천덕꾸러기’서
황금알 낳는 ‘백색 보물’로
2010년 11월 17일(수) 00:00 가가
천일염 명품화 맞물려 전국서 체험 관광객 몰려
토판 개조·소금창고 정비 친환경 생산시설 시급
토판 개조·소금창고 정비 친환경 생산시설 시급
신안군 증도가 천혜의 자연조건에서 생산되는 천일염 하나로 전남의 대표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3·4분기 관광객이 지난해 총 관광객 수의 2배를 훌쩍 넘어서는 등 관광객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편의시설 설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자원인 천일염의 명품화 전략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매주 주말이면 신안군에서 증도로 들어가는 길은 언제나 차량으로 가득하다. 과거 ‘유배지’였던 이 작은 섬은 과거 상상도 못한 ‘시끌벅적한 관광지’로 변해, 섬 주민 몇 배의 관광객들이 섬을 즐기러 찾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지난 3월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리가 놓이고 철부선(鐵浮船)이 사라져 더이상 배타고 들어가는 불편함까지 사라지면서 관광객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주말 증도에서 1박을 하기 위해서는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올 해 증도를 찾은 관광객만 9월까지 70만7850명. 벌써 지난해 28만4960명의 2배 이상 훌쩍 넘겼고,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한 숙박시설, 도로 등 기반시설이 크게 부족하고, 이에 따라 불편을 느끼는 관광객도 있지만 이는 소수의 목소리일 뿐이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증도의 매력에 비해 불편의 정도가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증도 대교를 건너자마자 자리한 증도 특산 농수산판매점과 태평염전(500만㎡)에는 이른 아침부터 천일염을 찾는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차디찬 바닷바람에도 불구, 둑을 경계로 바다와 맞닿은 갯벌 들판이 끝없이 펼쳐진 염전을 둘러보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 또 여름이면 소금 생산 과정을 체험하려는 유치원생부터 노인까지 각계각층의 관광객들이 전국에서 몰려오고 있다.
신안 증도를 비롯한 전남 염전을 활용한 관광 상품은 전남이 추진하고 있는 ‘천일염 명품화 전략’과 맞물리면서 지역의 특색있는 관광 자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 버려진 땅에서 백색 황금으로=전남도에 따르면 신안·영광·무안 등 전남 서남해안 염전은 3007ha로, 전국(3778ha)의 80%에 이른다. ‘염전’하면 전남이라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신안군(2181ha)이 가장 많고, 목포(38ha), 무안(78ha), 완도(6ha), 해남(131ha), 영광(568ha), 보성(5ha) 등이다. 따라서 생산량도 32만6770t에 달해 전국 생산량(37만7480t)의 87%에 달한다.
특히 신안의 경우 연간 생산량이 23만5420t으로 전국 생산량의 62%를 차지하고 있으며, 증도의 태평염전(500만㎡)은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다. 국내 천일염 시장 규모(2000억원)의 대부분을 전남산 천일염이 차지하면서 1000개 염전 업체 종사자 6000명 등 1만여명의 소득 증대를 이끌고 있는 ‘백색 황금’인 셈이다. 한 때 저렴한 가격의 중국산 소금이 난무하고, 이들 중국산이 전남의 천일염으로 둔갑해 팔리기도 했으나, 시장질서가 정착되고 웰빙 바람까지 타면서 전남 천일염의 인기는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 천일염 업그레이드=천일염이 처음부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다. 한때 식품이 아닌 ‘광물’로 분류되면서 정부는 지난 2004년까지 페전을 장려할 정도로 철저히 외면받으면서 이 일대는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3월 ‘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반전됐다. 천일염이 느닷없이 전남의 대표적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른 것이다.
전남도는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자본을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대기업을 끌어들이며 ‘갯벌 천일염’의 산업화·세계화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였던 셈이다. 이후 신안 일대에 25개소의 천일염 가공공장과 산지종합처리장을 잇따라 건립되는 등 천일염 생산·유통시설이 완성되면서 단순히 소금을 생산하기만 하는 것이 아닌, 가공까지 그 폭을 넓혔다. 아울러 신안과 해남에 천일염 주식회사 건립을 추진하고 천일염 생산시설을 현대화하는 등 다양한 명품화 전략을 마련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천일염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2% 부족한 명품화=전남도의 갯벌 천일염 경쟁력 강화에도 불구, 미흡한 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우선 고급 천일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염전 바닥에 깔려 있던 폴리염화비닐(PVC)을 걷어내고 토판(갯벌을 다져 만든 바닥)으로 바꾸는 개조 작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는 오는 2017년까지 현재 40ha 수준인 토판 천일염을 500ha로 늘린다는 복안이지만 제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토판에서 채염한 소금은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 성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천일염 ‘명품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토판 천일염으로 바꾸는데 1ha당 1500만원이 들어가는 반면, 생산량은 폴리염화비닐로 깔려 있는 염전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 특히 2400ha에 이르는 염전 바닥을 바꾸는데 들어가는 금액만 700억원에 이르지만 올해 책정된 예산은 60억원에 불과하다.
아울러 신안·영광·무안 지역 등의 해주(물을 저장하는 곳)와 소금창고 정비도 시급하다.
전남도는 유해 여부로 논란이 있는 슬레이트 해주와 소금창고 5000여개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전략을 추진중이지만 현재 625개만 개조한 게 전부다.
5000개의 슬레이트 해주와 소금창고를 강판과 폴리카보네이트 등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는데 들어가는 예산만 최고 1000억원. 전남도는 오는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어 소비자들의 고급화 바람에 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남도의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시급하다. 생산자들의 고급화 전략에도 불구, 소비자들은 고급 천일염과 일반 천일염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한 탓에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고급 천일염에 대한 생산자들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천일염이 전남의 대표 생산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반시설은 물론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광객들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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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 대교를 건너자마자 자리한 증도 특산 농수산판매점과 태평염전(500만㎡)에는 이른 아침부터 천일염을 찾는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차디찬 바닷바람에도 불구, 둑을 경계로 바다와 맞닿은 갯벌 들판이 끝없이 펼쳐진 염전을 둘러보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 또 여름이면 소금 생산 과정을 체험하려는 유치원생부터 노인까지 각계각층의 관광객들이 전국에서 몰려오고 있다.
특히 신안의 경우 연간 생산량이 23만5420t으로 전국 생산량의 62%를 차지하고 있으며, 증도의 태평염전(500만㎡)은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다. 국내 천일염 시장 규모(2000억원)의 대부분을 전남산 천일염이 차지하면서 1000개 염전 업체 종사자 6000명 등 1만여명의 소득 증대를 이끌고 있는 ‘백색 황금’인 셈이다. 한 때 저렴한 가격의 중국산 소금이 난무하고, 이들 중국산이 전남의 천일염으로 둔갑해 팔리기도 했으나, 시장질서가 정착되고 웰빙 바람까지 타면서 전남 천일염의 인기는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 천일염 업그레이드=천일염이 처음부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다. 한때 식품이 아닌 ‘광물’로 분류되면서 정부는 지난 2004년까지 페전을 장려할 정도로 철저히 외면받으면서 이 일대는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3월 ‘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반전됐다. 천일염이 느닷없이 전남의 대표적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른 것이다.
전남도는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자본을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대기업을 끌어들이며 ‘갯벌 천일염’의 산업화·세계화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였던 셈이다. 이후 신안 일대에 25개소의 천일염 가공공장과 산지종합처리장을 잇따라 건립되는 등 천일염 생산·유통시설이 완성되면서 단순히 소금을 생산하기만 하는 것이 아닌, 가공까지 그 폭을 넓혔다. 아울러 신안과 해남에 천일염 주식회사 건립을 추진하고 천일염 생산시설을 현대화하는 등 다양한 명품화 전략을 마련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천일염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2% 부족한 명품화=전남도의 갯벌 천일염 경쟁력 강화에도 불구, 미흡한 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우선 고급 천일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염전 바닥에 깔려 있던 폴리염화비닐(PVC)을 걷어내고 토판(갯벌을 다져 만든 바닥)으로 바꾸는 개조 작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는 오는 2017년까지 현재 40ha 수준인 토판 천일염을 500ha로 늘린다는 복안이지만 제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토판에서 채염한 소금은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 성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천일염 ‘명품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토판 천일염으로 바꾸는데 1ha당 1500만원이 들어가는 반면, 생산량은 폴리염화비닐로 깔려 있는 염전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 특히 2400ha에 이르는 염전 바닥을 바꾸는데 들어가는 금액만 700억원에 이르지만 올해 책정된 예산은 60억원에 불과하다.
아울러 신안·영광·무안 지역 등의 해주(물을 저장하는 곳)와 소금창고 정비도 시급하다.
전남도는 유해 여부로 논란이 있는 슬레이트 해주와 소금창고 5000여개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전략을 추진중이지만 현재 625개만 개조한 게 전부다.
5000개의 슬레이트 해주와 소금창고를 강판과 폴리카보네이트 등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는데 들어가는 예산만 최고 1000억원. 전남도는 오는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어 소비자들의 고급화 바람에 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남도의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시급하다. 생산자들의 고급화 전략에도 불구, 소비자들은 고급 천일염과 일반 천일염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한 탓에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고급 천일염에 대한 생산자들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천일염이 전남의 대표 생산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반시설은 물론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광객들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