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는 가을과 겨울의 구분이 명확치 않아 가을인가 싶으면 겨울이 되고 또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포근한 날씨 탓에 겨울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1년을 사계절로 나눈다면 11월까지는 가을이었고 12월부터가 겨울에 해당한다. 말하자면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겨울인 셈이다.

우리 소방당국에서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화재를 줄이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1월 한 달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정하고 여러 가지 화재 예방에 필요한 준비를 했다. 재래시장이나 노유자 수용시설 등 화재가 발생하기 쉽고 불이 나면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대상에 대해 점검도 실시하고, 전체화재의 30%를 차지하는 주택이나 아파트에서의 화재를 예방하고 소방차가 원활하게 출입할 수 있도록 통로를 확보하는 대책도 추진했다.

하지만 이러한 소방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화재가 계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산 사격장 화재(15명 사망)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까운 인명피해가 다수 발생하는 화재 또한 이어지고 있어 국민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소방관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이 더 크다.

그런데 이러한 화재들 대부분은 사소한 부주의나 관리소홀로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인데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서 화재로부터 안전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방안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방화(放火)를 막아야 한다. 방화는 보험금을 노리거나 개인적인 불만해소를 위해 저지르지만 재산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반드시 인명피해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방화로 발생했던 대구 지하철 화재(192명 사망, 148명 부상)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유족들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한다면 방화는 결코 없어야 한다. 방화가 강력범죄에 해당하고 우리 형법에서도 여타 범죄에 비해 아주 무겁게 처벌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둘째로 전기시설의 안전한 사용이다. 우리생활에 전기만큼 중요한 것도 없지만 잘못 사용한다면 화재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격용량을 고려하지 않고 전열기구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노후된 전선이나 기구 등은 이를 교체하여 안전하게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를 뽑아 두는 것도 전기화재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셋째로는 가스시설의 안전한 사용이다. 가스화재의 대부분은 배관이나 기기불량보다는 불을 켜놓은 채로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불을 켜놓았다는 사실을 깜박 잊어버려 화재로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이 점에 각별히 유의한다면 가스화재도 훨씬 줄일 수 있다.

넷째는 난방 기구를 안전하게 사용해야 한다. 특히 유류를 연료로 하는 난로의 경우는 넘어지지 않도록 고정하여 사용하는 등의 안전조치가 필요하고 전기나 가스를 연료로 하는 경우도 과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 한 가지는 만약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화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초기소화에 필요한 소화기의 비치는 물론 건축물에 설치된 소방시설도 정상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비상구를 항상 개방해 놓아야 한다. 비록 화재는 발생했더라도 인명피해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며 그래서 비상구는 생명의 문이다. 또 하나 소방차가 원활히 출동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주택가 이면도로나 아파트 부지 내에서 규정된 주차 선을 어긴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출동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감을 명심해야 한다.

▲양중근·광주시소방안전본부 예방홍보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