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오면 일반 관람객들은 주로 동물들의 전시된 모습만 보지만,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동물원 뒤편에는 동물들과 동물원 사람들의 또 다른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원 사람들은 동물들의 인간과 다름없는 ‘생로병사’ 즉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걸 고스란히 함께 느끼고 겪어 나갑니다.

동물원 사람들이란 사육사, 수의사 그리고 동물원을 꾸미고 관리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사육사는 알다시피 동물들에게 주로 밥 주고 청소해주고 돌보아 주는 엄마나 주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수의사는 동물들이 태어나고, 병들고 새끼를 낳거나 다른 곳으로 옮길 때도 늘 동물들과 함께하며 아픈 곳을 치료해주고 어루만져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동물들이 사는 건물을 짓고 고장 난 곳을 수리하고, 나무와 화초를 심어 동물원을 아름답게 꾸미시는 분들이 바로 관리하시는 분들의 역할입니다. 이 중 어느 누구라도 빠지면 여러분이 지금과 같이 편안하게 동물들을 감상하실 수 없게 됩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관람객은 아주 줄어들지만 우리의 발길은 더욱 분주해 집니다. 우선 맨 먼저 하는 일은 좋은 짚단을 구해다가 잘 엮어서 10군데가 넘는 비 가림 초막 지붕을 새로 교체해주는 작업입니다.

주로 바깥에서 추위를 이겨내야 하는 초식동물들과 물새류의 조류들을 위한 것입니다.

아무리 털과 깃이 두터워 추위를 잘 이겨낸다지만 눈비에 털이 젖어버리면 추위에 대한 내성이 급격히 떨어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추위에 약한 파충류와 작은 원숭이 그리고 기린과 하마 코끼리 사에서는 영상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보일러가 가동됩니다. 이때부터 보일러 담당하시는 분과 사육사들은 온 종일 보일러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습니다. 행여나 밤새 고장이라도 생기면 정말로 큰 일이 나기 때문이다.

작년에 저희 동물원에 온 코끼리 9마리는 저녁엔 좁지만 따뜻한 내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쉬지만 낮에 한나절은 운동과 내실 청소를 위해서 바깥바람을 쏘여 주어야 합니다. 이때 동원되는 비장의 무기가 바로 ‘부직포코트’라는 것입니다. 주로 비닐하우스용 보온재로 많이 쓰이는 이 부직포가 덩치 큰 코끼리의 겨울코트로도 딱 제격이었던 것입니다. 늘 나보다도 동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한 결과물이지요.

겨울은 동물들에게 인내와 의지를 요구합니다. 결코 춥다고 함부로 나대서도 그렇다고 그냥 체념해서도 절대 안 되는 계절입니다. 안으론 끊임없이 타올라야 하지만 바깥으론 미동도 아껴서 에너지의 소모를 막아야 합니다.

이때에 꼭 필요한 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동료애’라는 것이지요. 겨울 아침에 원숭이 사를 둘러보면 일본원숭이들이 서로 한 몸이 되어 꼭꼭 뭉쳐있는 걸 발견합니다. 원숭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무리 동물은 서로 37℃난로가 되어 이런 식으로 추위를 이겨냅니다. 그렇게 싸우던 것들이 서로 몸으로 화해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겨울이 꼭 나쁜 계절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올 겨울에는 오해를 풀고픈 사람이 있다면 눈 오는 어느 날 동물원으로 꼭 한번 불러내세요. 그리고 조용히 동물들을 둘러봐 주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 샌가 미소짓는 서로 발견하게 되리라 경험상 확신합니다.

〈광주 우치동물원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