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 ‘중국댁’으로 통하는 조선족 김영옥(33·해남읍 고도리)씨는 올해로 시집 온 지 꼭 10년째다. 김씨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서 목표한 꿈을 모두 이뤄낸 ‘억척 아줌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김씨를 두고 한 말 같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이주 여성으로는 최초로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해양경찰관에 합격했다.
김씨는 오는 31일 천안 해양경찰학교에 입교해 24주간의 임용 기본 교육을 받으면 정식 경찰관이 된다.
김씨의 해양경찰 도전기는 이주 여성들의 ‘한국 정착 교과서’로 통한다.
할아버지 때 가족이 중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태어난 김씨는 자연히 한국말과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김씨는 중국에서 우연한 기회에 남편 성홍범(46)씨를 만나면서 해남과 인연을 맺게 됐다.
지난 2000년 남편의 직장이 있는 해남으로 시집 온 김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덕분에 해남군청에서 근무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당시 자치단체마다 외국 관광객 특수를 겨냥해 중국어 등 통역 문화관광해설사를 모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어설픈 한국어 실력 때문에 출근 첫날부터 적응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 통화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어 구사 능력이 형편없었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억척 아줌마’ 김씨의 승부 근성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김씨는 우선 한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녹음기를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선배 통역사들의 전화 통화 내용은 물론 관광 해설 방법 등을 일일이 녹음기에 담아냈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듣고, 쓰고, 외우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노력한 지 2년 만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까지 구사할 정도로 한국어 실력은 업그레이드됐다.
한국어에 자신이 붙은 김씨는 곧바로 4년제 대학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지난 2007년 대불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교사자격증도 취득했다.
대학 졸업장까지 따낸 김씨는 또 한번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전남경찰청과 해양경찰청 등에서 중국어 통역원으로도 활동했던 김씨는 해양경찰관을 최종 목표로 잡은 것이다.
그녀가 도전한 분야는 중국어 통역분야였지만 중국어 외에도 각종 시사 상식과 경찰 업무 관련 전문지식, 체력 시험 등이 필수 과목이었다.
김씨는 이를 위해 관련 전문서적을 읽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 등 해양경찰관 시험에 올인 했다. 해양경찰관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인 대형버스 운전면허증도 취득했다. 그러나 첫 번째 도전은 체력 시험에서 낙방하고 말았다.
2008년 재도전에 나선 김씨는 체력 단련을 위해 태권도는 물론 해남군 육상팀에 합류해 멀리뛰기와 윗몸일으키기, 100m 달리기 등 강도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한 끝에 최종 합격 통지서를 받아냈다.
그녀는 합격 통지서를 받자마자 중국해양법령서적을 구하기 위해 중국을 다녀왔다. 해양경찰에서 본인의 주된 업무가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한 중국 어업인들의 통역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해양 분야는 전문적인 언어가 많고, 중국과 한국의 표현이 틀리기 때문에 중국해양법령집을 구입했다”면서 “완벽하게 공부해 업무에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주 여성의 성공적 정착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씨는 성공 비결에 대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족의 적극적인 도움, 그리고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특히 “주변의 이주 여성들을 보면 일단 목표를 높게 세우는 경우가 많은 데 이는 실패의 지름길”이라면서 “우선 목표를 세웠으면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노력의 대가를 얻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진표기자 lucky@kwangju.co.kr
/해남=박희석기자 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