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귀화한 지 10여년이 지난 안금화씨는 하루 생활의 대부분을 자신이나 가족 보다는 이주여성과 비슷한 처지의 다문화가정을 위해 보낸다.
외국인지원센터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면, 다문화가정을 찾아 이주여성과 아이들을 상대로 한국어(한국문화)를 가르친다. 이 밖에 수시로 도움을 요청하는 이주여성들의 전화가 오면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는 게 안씨의 생활이다.
안금화씨는 중국에서 사범대학교를 졸업한 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에 현재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안씨는 조선족인 탓에 한국 생활에 대한 적응이 빨랐으며, 현재 초등학교 3, 5학년인 두 아들도 아무런 불편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대졸 학력에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지만 지난 10여년의 한국 생활을 돌이켜 보면 남몰래 눈물을 흘리던 날이 셀 수도 없다.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받는 냉대는 기본이고 심지어 범죄자 취급까지 당한 경험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한번은 모회사에서 통역사로 일하고 있던 때였다. 하루는 회사 손님들을 상대로 통역을 하고 있는 데 갑자기 직원 한 명이 다가와 사무실로 데려갔다. 사무실에는 경비 보안원과 간부 등 직원들이 있었다. 그중 보안원이 간부 한 명이 수백만원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가방을 열어보라는 것이었다. 경찰도 아닌 보안원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의심을 하는 것이었다. 범죄자 취급받는 것이 불쾌해 단호히 거절했다. 다행히 얼마 후 화장실에 떨어진 지갑이 발견되자 지갑을 분실한 간부가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고, 그 걸로 상황이 종결됐다.
대졸 학력에 유창한 한국말, 중국에 여행차 온 남편과의 연애 결혼, 한국으로 귀화 등 다른 이주여성들 보다 모든 면에서 유리한 입장인 자신도 차별과 어려움을 겪은 생각을 하면 힘든 조건에서 생활을 하는 이주여성들을 못 본 체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안씨는 지난 1년 동안 광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아동양육지도사로 일했고, 올 1월1일부터는 이주여성 긴급전화(1577-1366)에서 이주여성들의 상담역을 맡고 있다.
이 밖에 일주일에 3∼4차례 정도 다문화가정을 방문해 가정교사 역할을 한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가장 힘든 것은 아이들의 교육입니다. 학교에서 나오는 각종 안내문이나 숙제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한 게 아니에요. 엄마는 엄마대로 힘들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습이 뒤처질 수 밖에 없는 거에요.” 다문화가정을 방문하면, 아이들의 숙제를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특히 부족한 한국말이나 이해하지 못한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도 곁들인다.
하지만 이 경우도 연애를 통해 결혼했거나 경제적 여건이 비교적 양호한 다문화가정에 한정된다.
안씨는 저녁이나 밤에도 이주여성들 때문에 집을 나서는 경우가 많다.
대개 브로커를 통해 입국한 이주여성들의 경우 사랑을 기본으로 가정이 꾸려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시로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이주여성을 만나보면 의외로 사소한 일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문제가 커진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안씨의 핸드폰은 항상 켜진 상태다. 곤란에 처한 이주여성들로부터 언제 전화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채희종기자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