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가장 큰 도시로 경제의 축을 담당하고 있다. 혼다 드림 오토바이을 탄 젊은 여인이 긴 머리를 휘날리며 하이힐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러시아워의 정체된 도로를 교묘히 빠져나간다. 흥정과 거래가 이뤄지는 야외시장, 여행객들이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호치민 시는 베트남 여행객들에게 중부, 북부를 여행하는 출발점이나 종착지 역할을 한다. 비공식적으로 ‘사이공’으로 불리우고 있으며 1956년∼1975년까지 베트남 공화국의 수도였다. 첫번째 방문한 곳은 ‘전쟁 박물관’ . 이곳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는 잔학행위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현장에서 생생하게 체험하게 돼 전쟁의 잔학상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전쟁은 끔찍할 만큼 잔인한 것이며 주로 민간인이 아무런 이유없이 학살됐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낄 수 있어 숙연함 마저 든다. 호치민 시 중심부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중앙 우체국’은 여행객들의 방문 코스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신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프랑스의 노트르담 성당을 본떠 만들어 져 결혼을 앞둔 현지인들의 단골 촬영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중앙우체국은 노트르담 대성당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며 베트남에서 가장 큰 우체국으로 건축 양식(유리로 덮은 철근 구조물)을 구경하기 위해 많이 찾는다. 1993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전통적으로 문화, 종교, 교육의 중심지 였다. 응우엔황제들의 화려한 무덤과 사찰이 여행객들의 방문 포인트다. 유람선을 타고 향강(香江)을 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수상가옥과 모래 채취선을 만난다. 순박하고 욕심없는 웃음이 속세의 어지러움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지루함을 느낄 즈음 ‘티엔무 사’에 이른다. 티엔무 사는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중 하나로 21m높이의 8각7층탑인 복연탑으로 비공식적인 후에의 상징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뱃길을 돌려 호화로운 응우엔 왕조 통치자들의 묘를 둘러본다. ‘민망 황제릉’은 왕릉 중 웅장함과 균형미가 최고를 자랑한다. 주변의 자연과 조화롭게 융화되는 건축양식이 절묘하다. 장대하고 고요한 ‘투득 황제릉’은 자스민 나무와 소나무 숲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투득 황제는 104명의 아내와 수많은 궁녀를 거느렸지만 자손을 남기지 않았으며 1식에 최하 60가지 음식을 먹었을 정도로 사치가 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키는 153㎝로 모든 유물이 작기만 하다. 언덕위에 있는 카이 딘 황제릉은 유럽풍 건축양식으로 왕릉중 화려함을 자랑한다. 이곳은 식민지 시대동안 쇠퇴한 베트남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20년에 착공해 1931년에 완성된 웅장한 콘크리트 건물은 베트남과 유럽 요소가 혼합돼 있어 여타의 다른 왕릉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왕릉에서 만나는 중국적인 요소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우리네와 같이 식민지 시대와 오랜 전쟁을 겪으면서 잃어버리고 쇠퇴한 베트남인들의 문화유산이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왕릉 방문에 피곤이 엄습하지만 후에성을 빼놓을 수 없다. 지름이 10㎞에 달하는 후에성은 999칸으로 중국 자금성의 9천999칸의 모습을 닮으려 했다. 한달동안의 폭격으로 인해 없어진 내성의 흔적을 찾아 복원중이다. 9개의 신성한 대포와 황실의 중요한 의례에 사용된 태화전, 9명 황제의 위패가 모셔진 세조묘등이 있다. 후에 성 맞은 편에는 베트남 최고 높이(37m)의 ‘왕의기사’라 불리는 깃대에 베트남 국기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상징하는 듯 힘차게 펄럭이고 있다. /호치민·후에 글·사진=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 *협찬:베트남 항공, 한겨레 여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