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운 빛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섬진강에 봄이 눈이 부시다. 섬진강은 봄이 뭍에 상륙하는 첫 관문이다. 이맘때를 시작으로 4월말까지 봄은 여러번 화장을 바꾼다. 매화가 그 첫번째 얼굴이요, 산수유와 벚꽃이 그 다음이다. 이어 길가 과수밭에 심어 놓은 배꽃이 새하얀 봄을 터뜨리니 여름이 올 때까지 봄은 새하얀 꽃들로 그 얼굴을 여러번 바꾼다. 봄바람에 실려온 매화香의 유혹 광양시 다압면 신원리 매화마을. 매화가 지천으로 핀다고 해서 마을 이름까지 ‘매화마을’로 바뀌었다. 이곳은 영호남이 만나는 화개장터가 있는 경남 하동과 광양을 잇는 백운산을 뒤로 하고 앞으로 지리산을 마주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마을 매화의 결정체는 산중턱에 자리잡은 ‘청매실농원’이다. 6만여평의 농원에 만개한 홍매화, 청매화 백매화가 상춘객을 맞는다. 농원은 평일에도 꽃구경 인파로 넘쳐난다. 주차장에서 장독대로 오르는 길 양편에는 새하얀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방문객들을 안내한다. 매화밭에는 농장 주인 홍쌍리(62)씨가 ‘꿈의 과수원’을 만들고자 심어놓은 보리가 새파랗게 얼굴을 내밀며 봄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매화마을의 원조 청매실농원 처음 농원을 일구기 시작한 이는 홍씨의 시아버지 김오천씨. 일제시대 일본에서 광부 생활을 하던 김씨가 돌아와 밤나무, 매화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됐다. 그게 80여년전이다. 그 뒤 며느리인 홍씨가 42년동안 매화묘목을 늘리고 종자도 개량,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매화동산을 만들었다. 카페트를 펼쳐 놓은 듯 파릇한 보리싹 위 어른 키 높이로 펼쳐진 매화밭이 환상적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매화나무에 핀 꽃이 바람을 받아 한꺼번에 흔들리는 모습을 마주하면 환장할 정도로 마음이 달뜬다. 농원 사무실 옆으로 걷기 좋은 산책로가 놓여있다. 발 아래 파아란 보리싹으로 무늬를 그려넣은 듯한 하얀색 매화 카펫이 펼쳐진다. 길을 더 올라 들어서게 되는 매화터널을 지날 때면 마치 무릉도원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청매실 농장의 한켠에 2천200여개의 5년이상된 재래 장독이 매화와 조화를 이루며 섬진강을 굽어보고 있다. 매화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은 고향마을의 정취를 한 아름 안겨준다. 영화촬영지·강변 드라이브 장독에서는 된장, 장아찌 등 매실을 이용한 전통식품이 익어간다. 항아리 위편에는 왕대나무 숲이 청정한 가지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이처럼 그림같은 풍경으로 인해 청매실 농원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우리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과 ‘흑수선’, ‘취화선’, ‘다모’등 10여편의 영화 촬영이 이곳에서 이뤄졌고,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도 이곳에서 촬영을 할 예정이다. 매화는 이번 주말과 다음주말께 절정을 이루어 4월초까지 그 자태를 뽐낼 것이다. 청매실농원 문의 061-772-4066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