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면, 여기저기서 봄 소식도 함께 달려온다. 살랑거리는 봄 바람은 겨우내 꼭 여미었던 단추를 하나 둘 풀어 제치게 한다. 아이들은 대기에 충만한 봄 기운으로 인해 집에 머물러 있으려 하지 않는다. 문 밖을 나서면 봄 기운이 완연하다. 아이들 손을 잡고 봄 마중을 나서보자. “뽀∼옥, 칙칙폭폭∼.” 전남 곡성군 오곡면 섬진강변을 따라 산과 들·강, 그리고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추억의 증기 기관차가 달린다. 굴뚝 위로 하얀 연기를 내뿜기도 하고 가끔씩 기적도 울린다. 객차 안 관광객들은 차창 밖에 펼쳐지는 봄기운 완연한 한폭의 ’산수화’에 탄성을 터뜨린다. 차창 밖 한폭의 산수화 증기기관차의 추억과 섬진강의 경관을 접목시킨 ‘섬진강 기차마을’이 가족단위 상춘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곡성군 오곡면 오지리 구 곡성역에 위치한 섬진강 기차마을은 국내 처음으로 추억의 증기기관차가 구 전라선 13.2㎞구간을 왕복운행하고 있다. 1998년 철도 개량화 사업으로 문을 닫은 구 곡성역사는 1933년 일제시대 건축물로 근대기 문화재 122호로 등록돼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증기기관차는 구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13.2㎞구간을 1시간 10분에 걸쳐 왕복 운행된다. 이 구간은 섬진강 협곡을 따라 국도 17호선, 철로가 함께 지나는 곳으로 3월말, 4월초에는 철쭉 꽃이 만발해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증기기관차는 앞 뒤에 기관차 2량, 객차 3량으로 160명의 관광객을 태울 수 있다. 입석까지 하면 300명은 거뜬. 객차 외부는 최대한 옛 모습을 되살렸고, 내부는 객차마다 무궁화, 전철, 비둘기로 좌석을 달리 배치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증기기관차에 올라 설레는 마음을 다독거릴 즈음 ‘뽀옥’ 기적소리와 함께 서서히 선로위를 미끄러져 간다. 속도는 20∼25㎞의 다소 느린 듯 하지만 덜컹거리는 진동이 과거로의 여행에 빠져들게 하는 주문 처럼 들려온다. 어른들은 덜컹거리는 흔들림과 함께 아련한 옛 추억에 빠져든다. 선판진(72·경남 하동)씨는 “손주와 함께 왔는데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며 “저녁식사 시간에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줘야 겠다”고 말했다. 차창밖 정경에 취한 승객들은 말이 없다. 덜컹거리는 객차와 함께 잠깐 한 몸이 된 듯 하다. 객차안에는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파는 아저씨가 저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던 추억을 불러 온다. 추억의 증기기관차 김은경(여·41)승무원의 간결한 안내도 승객들에겐 놓치면 안될 재미거리다. 충정공 마천목장군의 유년시절 도깨비살 이야기등 김은경 승무원의 설명을 듣다보면 25분의 주행시간이 너무 짧다. 가정역에 도착한 증기기관차는 20분 휴식시간동안 현수교를 통해 청소년 야영장에서 짧은 봄맞이를 하고 다시 증기기관차에 올라야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청소년야영장 인근에 조성된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고 다음 열차를 이용해 구 곡성역에 갈 수 있다. 돌아가는 길은 객차안이 떠들썩 하다. 주변 경관과 기차의 덜컹거림에 벌써 익숙해진 탓이다. 1시간 10분의 짧은 여행이 끝나면 철로자전거가 손짓한다. 철로자전거는 기차마을내 원형의 전용철로 위를 직접 페달을 굴려 탈 수 있다. 4인 이용료 2천원. 바로 옆에는 민간인이 특허를 획득해 페달을 밟으면 하늘로 올라가는 ‘하늘자전거’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드라마 단골 촬영지 이외에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 촬영당시 열차와 똑같이 제작된 전시용 증기기관차에서 영화속 주인공이 되보는 것도 좋다. 전시용증기기관차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우리선생님, 아리랑, 드라마 토지, 서울 1945등 스크린과 안방극장의 중요한 소품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관광용 증기기관차는 주중 오전 11시와 오후 2시,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오전 9시 30분, 11시, 오후 2시, 3시 30분에 구 곡성역을 출발한다. 50명 이상의 단체관광객은 미리 예약하면 임시열차편을 이용할 수 도 있다. 요금 어른 왕복 5천원, 편도 3천500원, 청소년 왕복 4천500원, 편도 3천200원이며 어린이는 왕복 4천원, 편도 2천800원이다. (문의)섬진강 기차마을 061-360-8850,8373.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 /사진=나명주기자 mjna@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