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金剛)이 새 옷을 입었다. 한바탕 함박눈에 설봉(雪峰)산으로 바뀌었다. 유난히 눈이 적었던 이번 겨울, 앙상한 뼈대와 속살을 드러낸 채 매서운 북풍을 온몸으로 막아내던 개골(皆骨)산이었다. 눈이 부족해 스키장을 가동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새하얀 눈가루 덕분에 수척하던 산자락엔 눈꽃이 만발했다. 옥류동 계곡은 비취빛으로 얼어붙었다. 설봉산과 개골산을 함께 맛보는 것. 겨울 금강산 산행의 묘미다. 겨울은 금강산 관광의 비수기로 통하지만 최근 ‘하얀 산’을 찾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성수기 못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알피니스트를 꿈꾸는 광주·전남 대학생들도 지난 5∼7일 금강산을 찾았다. 파랗게 결빙된 폭포에서 빙벽등반 기술을 익히고 금강의 ‘얼음맛’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광주·전남등산학교(교장 임형칠)의 금강산 개설은 한국등산학교와 대구시산악연맹에 이어 세번째다. 이제 금강산은 산악인들의 새로운 등반훈련터로 떠오르고 있다. ▲구룡폭포 빙벽등반 금강산에는 이름난 폭포들이 많아 빙벽등반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구룡연 코스에는 무봉·비봉·구룡 등 세찬 물줄기가 꽁꽁 얼어붙어 수직의 침묵속에 갇혀 버린 폭포들이 차례로 이어진다. 그 중에서도 암벽 높이 150m, 폭포 높이 74m, 폭 4m의 구룡폭포는 주변의 경관과 어울려 장쾌한 산악미를 자랑한다. 개성의 박연폭포,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함께 한국의 3대 폭포로 손꼽히는 금강산 제1의 폭포다. 폭포와 소(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바위로 이뤄져 있으며 거센 물줄기에 패여 자연적으로 형성된 구룡연은 그 깊이가 13m나 된다. 하지만 올해는 따뜻한 날씨 때문에 빙벽의 3분의 1 지점에 기다랗게 균열이 생기고 말았다. 훈련도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었다. 북측 안내원들과 구급봉사대원들도 ‘따분하네요, 진짜 따분합니다’를 연발했다. 남쪽 말로는 ‘안타깝다’는 표현이란다. 주차장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비봉폭포는 높이가 139m에 달하며 금강산 4대 명폭의 하나로 꼽힌다. 세존봉에서 샘솟아 벼랑을 따라 비단필을 펼치 듯 흘러내린 폭포 줄기는 봉황담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금강산 빙벽등반은 아직도 제한이 많다. 북측의 경계심 때문이다. 등반에 필요한 아이스 바일(얼음을 찍는 도끼)과 크램폰(앞날이 달린 아이젠)은 물론이고 피켈, 주마(등강기), 퀵 드로(밧줄의 원활한 움직임을 돕는 장비), 아이스 해머 등의 장비를 줄줄이 달고 다니며 한계상황 극복을 체험하고자 하는 남측 산악인들의 행위가 그들에겐 군사 훈련이라도 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모양이다.〔〈【 현대아산의 산악구조대원들도 얼마 전 북측 구급봉사대원들로 전원 교체됐다.】〉〕 ▲동석봉 계곡 설상등반 설악산으로 치면 흔들바위쯤 될 동석(動石)봉 계곡은 설상등반 훈련에 제격이다. 그 초입에는 백두산과 시베리아 원동에서만 볼 수 있는 미인송들이 빽빽히 늘어서 탐승객들을 영접한다. 계곡의 오른쪽은 금강산 5대 전망대 중의 하나인 세존봉(1,132m)자락이고 왼쪽은 채하봉(1,588m) 능선과 집선봉(1,351m) 연봉들이 병풍을 둘렀다. 골짜기 마다 합수목·연주·백련폭포 등의 빙폭들이 알피니스트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그 아래 서있기만해도 백색 스릴이 짜릿하게 손끝에 전해져온다. 완만하게 펼쳐지는 산길을 따라 조만간 포장도로가 생긴다하니 폭포 접근이나 왕복 6∼8시간 걸리는 기존 세존봉코스가 보다 가까워질 것 같다. 세존봉에 올라서면 금강산 1만2천봉 가운데 8천봉을 볼 수 있다 한다. 현대아산은 세존봉 구간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 중이다. 외금강의 중심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그 아름다움과 동해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로 개설과 】〉〕케이블카 설치가 천혜의 자연환경을 해치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주차장에서 두 시간쯤 오르니 합수목이다. ‘삐올레 깐!’ ‘삐에 마르쉬!’ 피켈을 찍으며 프랑스식 등반기술을 익히는 대학생들의 함성이 얼어붙은 계곡을 일깨운다. 〔〈【 ◇삼일포와 해금강 온정리에서 12km가량 떨어진 삼일포는 관동팔경의 하나. 얼어붙은 호수 가운데 자리잡은 정자와 소가 누운 형상인 와우도의 정취가 일품이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기 전에는 호수가 1m 이상 두께로 얼어 빙상선수들의 훈련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단풍관과 장군대에 들러 설경을 완상하고 연화대와 봉래대에 오르면 삼일포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북쪽의 수원단으로부터 남쪽의 구선봉과 감호에 이르기까지 넓은 지역을 차지하는 해금강은 삼일포에서 10리가량 떨어진 남강을 따라 펼쳐진다.】〉〕 /금강산=정후식기자 who@kwangju.co.kr /사진=송기동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