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서 버스로 1시간 20여분을 달리면 1천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천년의 고도 ‘똘레도’에 이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올리브 밭과 작렬하는 태양이 이국의 모습을 만끽하게 한다. 똘레도는 해발 620m에 위치해 있는데다 도시 주변에 따호강이 흐르고 있어 천혜의 요새다. 똘레도는 ‘까르뻬따노라’는 민족이 살다 로마인들에 의해 지배당했다. 이후 로마가 힘을 잃어가는 5세기께 ‘비시고도족’이 스페인에 들어와 똘레도를 중심으로 왕조를 건설하면서 똘레도는 정치, 문화, 종교의 중심지가 된다. 8세기에 스페인 반도는 이슬람제국과 전쟁을 겪으면서 약 400년간 아랍제국의 통치를 받게된다. 까스띠야 왕국의 알폰소 6세는 똘레도 수복의 위업을 이루게 되고 13세기에 번성의 절정을 누렸으나 1561년 펠리페 2세가 수도를 마드리드로 옮기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똘레도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종교적 위상을 잃지 않고 있다. 5세기 이후 수많은 종교회의가 열렸고, 13세기부터 15세기 말에 걸쳐 건설된 ‘똘레도 대성당’은 스페인의 수석성당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똘레도에는 7천여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거리를 구성하고 있는 좁은 골목은 유대인과 아랍인이 공존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똘레도는 도시 자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며 발 길 머무는 곳이 곧 유적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 수석성당 역할을 하고 있는 ‘똘레도 대성당’을 방문한다. 이곳은 이슬람왕국 시절에는 회교사원이 있었던 곳으로 1086년 알폰소 6세가 똘레도를 수복해 카톨릭성당으로 개조했다. 거의 모든 고딕 성당들이 그렇듯 똘레도 대성당은 원래 정면 모습은 두개의 탑이 양쪽에서 서로 대칭을 이루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한 쪽 종탑만이 완성됐다. 양쪽 탑 사이로 ‘용서의 문’ ‘심판의 문’ ‘지옥의 문’ 을 보면서 화려했던 중세 카톨릭의 문화탐방에 나선다. 대성당 내부는 길이 120m, 넓이 60m, 가장 높은 천정이 33m를 이루고 있으며 5개의 신랑(身廊)으로 구성돼 있다. 내부의 둥근 천정은 똘레도 대성당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기법으로 사다리꼴 대신에 삼각과 사각의 형태로 되어 있다. 똘레도 대성당은 풍부한 재정 지원으로 수많은 보석, 장신구, 그림, 고문서, 조각품 등이 내부를 아름답고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대제단의 성체 현시대 뒤쪽에는 성배등을 보관하고 있던 예배실이 있었는데 이 곳을 좀더 넓히고 조명을 주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뜨란스빠렌떼’다. 이 작품은 시대를 넘어 항상 경외의 대상이고 논란의 대상이었다. 제단의 모양은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형태로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중심부는 빛이 비출 수 있도록 설계돼 금색으로 장식된 섬광 조각물과 네 명의 대천사가 조각되어 있다. 정교함과 화려함에 고개가 아픈 줄도 잊어 버릴 정도다. ‘뜨란스빠렌떼’의 진면목은 맞은 편 돔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자태가 나타난다. 대리석 기둥의 조각들이 빛을 받을 때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다가온다. ‘성물실’은 대제단 왼편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실내는 하나의 커다란 둥근 천정으로 구성돼 있다. 이 천정화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상, 수많은 천사들과 인물들이 약 250㎡의 공간을 채우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대 제단’은 거대한 제단병풍이 둘러져 있는데 아빌라 지역의 낙엽송을 사용했으며 섬세하고 아름다운 조각은 후기 고딕양식의 영향을 받았다.나무위에 금박을 입히고 색깔을 칠해 그 화려함과 정교함에 관광객들의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대제단 맞은 편 ‘성가대실’. 똘레도 대성당의 곳곳을 둘러보며 느낀 것은 ‘충격’ 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곳 또한 마찬가지. 호두나무로 만들어진 수많은 좌석이 눈길을 끈다. 좌석들은 상부와 하부로 구성돼 있는데 각 의자의 등받침에는 세밀한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성가대실 좌우측 상부에 설치된 두 대의 파이프 오르간은 그 제작양식에 있어 서로 다르다. 좌측의 화려한 것은 바로크 양식이고, 우측 오르간은 신 고전주의 양식에 의해 만들어 졌다. 이외에 ‘보물실’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성당이 소유하고 있는 여러 귀중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보물실의 백미는 중앙 진열장에 위치한 ‘성체 현시대’. 순금으로 되어 있으며 금 나사만도 1만2천개가 넘는다. 성체 현시대외에도 이곳에는 수많은 보석들이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똘레도 대성당’을 둘러 본 후의 감동과 충격이 쉽게 사그러 들지 않는다. 화려함과 정교함, 과학적 배치가 놀랍다. ‘산또 또메 성당’은 성화를 그리는 화가로는 최고로 꼽히는 엘 그레꼬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이라는 현존 최고의 성화가 자리잡고 있다.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날 하늘에서 어거스틴 성인과 스테반 성인이 내려와 시신을 들고 있는 모습을 사람들이 엄숙히 쳐다보고 있으며 위쪽에는 영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금빛 두루마기 제의에 그려진 화려한 수와 옷 주름의 표현은 미술적 테크닉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엷은 흰옷을 통해 배어나오는 검은색의 떨림은 가히 작가의 노련미와 완숙미가 빚은 기적의 결실로 평가할 수 있다. /스페인 똘레도=글·사진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