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8만 평방킬로미터의 면적에 6천500만명의 인구가 사는 터키는 선사시대부터 고대문명의 시대로 그리스·로마시대부터 이슬람제국까지 다양한 문명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어 세계 여러나라 중 가장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나라다.〔〈【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터키는 지리적 요건 때문에 항상 많은 문명들이 발생하기에 이상적인 곳이었고 많은 종족들이 그 자취를 남겼다.】〉〕 동과 서, 남과 북, 그리고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했던 터키는 그래서 지구상에 있는 나라 중 가장 매력적인 나라다.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처녀림에 대한 설레임과 아시와와 유럽을 잇는 터키의 신비감에 취해 12시간의 긴 비행이 지루하지 않았다. 터키 여정의 출발은 이스탄불. 〔〈【이스탄불은 터키와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우아한 도시로 손꼽힌다. 】〉〕이스탄불은 두개의 대륙인 유럽과 아시아로 나뉘는 동시에 2천여년간 두 대제국의 수도의 역할을 했던 지구상에 있는 유일한 땅이다. 〔〈【 파리, 로마, 런던처럼 이스탄불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흥미있는 야외 박물관 중의 하나로 철저한 관광계획이 필요한 곳이다. 】〉〕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유람선을 타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동서문명의 접점인 이스탄불의 지리적 역할을 감상한다. 유럽쪽에 있는 금각만과 마르마라해. 테오도시우스 성벽에 둘러싸인 지역이 구시가를 형성하고, 금각만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이 신시가지다. 관광객이 주로 찾는 구시가지에는 토프카프 궁전과 아야소피아 등 역사적인 건축물이 즐비하다. 갈라타 다리의 낚시꾼은 또 하나의 이스탄불 풍경이다. 〔〈【안개가 끼어 보스포러스 해협의 주변 경관이 희미하지만 구 시가지의 사원들과 요새들이 시공을 넘어 나그네의 시선을 잡는다. 】〉〕 술탄아흐메트 자미의 서쪽에 있는 로마 시대의 대경기장 유적인 히포드롬. 가장 남쪽에 있는 25.6m의 부조를 새긴 돌기둥은 테오도시우스 1세의 오벨리스크라 불리며 이집트의 카르나크 신전에서 로마 황제에 의해 운반된 것이다. 한가운데 있는 청동으로 된 8m높이의 청동제 뱀기둥은 콘스탄티누스 1세 시대에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로 신전에 세워졌던 것을 가져온 것이고, 가장 안쪽에 있는 돌을 쌓아서 올린 오벨리스크는 콘스탄티누스 7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은 ‘아트 메이단(말의 광장)이라고 불리며 축제일에는 행사가 열리지만 예전에는 박진감 넘치는 전차경기가 벌어졌던 곳이다. 고대 히포드럼 옆에 있는 이스탄불의 상징인 ‘술탄 아흐메트 사원’. 이 사원은 술탄아흐메트 1세의 명을 받아 미말 시난의 제자인 메흐메트 아아에 의해 지어졌다. 중후한 모습은 오스만 왕조 건축의 걸작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내벽을 장식하고 있는 2만장 이상의 이즈닉 타일은 파란색을 이루고 있어 ‘블루 모스크’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돔에 새겨진 장식은 목이 아플 정도로 계속 지켜보고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둥근 천장의 돔과 첨탑(미라네)이 특징이다. 6개의 미라네와 높이 43m, 지름 27.5m의 대형 돔, 4개의 중간 돔, 30개의 작은 돔으로 이뤄졌다. 이슬람 사원중 6개의 미라네를 지니고 있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다. 블루모스크 감흥을 다 정리하지 못한체 술탄아흐메트 사원과 토프카프 궁전 사이에 세워져 있는 ‘아야소피아 박물관’(성 소피아 성당)으로 발길을 돌린다. 아야소피아는 비잔틴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세계 8번째 불가사의’로 오랜 역사속에서 여러 종교에 이용되면서도 터키의 역사를 대변해온 건축물이다. 아야소피아에 있는 돔만큼 큰 돔이 만들어진 것은 거의 일 천년이 지나서 였다니 이 건물의 가치를 단 번에 알 수 있다. 중앙 돔은 지진으로 인해 철골구조물로 6개월 마다 방향을 바꿔가면서 지지 하고 있어 전체적 조망이 방해 받고 있는 것이 아쉽다. 이 처럼 당대 최대, 최고의 건물이 5년 10개월만에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 신전들에 있는 대리석 기둥들을 가져와서 끼워 맞췄기 때문이다. 이곳은 1천년동안 성당으로 쓰여지다 1463년 오스만 터키가 이스탄불을 점령하면서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되었는데 이슬람에서는 인물화가 철저히 금지되었기 때문에 내부의 모자이크 와 프레스코화 위에 회칠이 칠해진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이 회칠을 벗겨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제는 두 종교의 공존을 의미하는 차원에서 회칠을 벗겨내지 않고 보존하고 있다.〔〈【 아야소피아는 이처럼 기독교와 이슬람 교의 문화를 같이 볼 수 있는 유일한 성당이다. 】〉〕 성당안의 모자이크는 손상이 심한데 남쪽 회랑에 성모마리아, 요한과 함께 그려진 그리스도의 모자이크 등이 유명하다. 아야소피아 내부에는 ‘마리아의 손 모양’이라는 기둥이 있는데 기둥의 움푹 패인곳에 엄지손가락을 넣고 몸을 돌리지 않고 손가락만 돌리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일명 ‘소원 기둥’이라고 불린다. 이 돌기둥 앞에는 내국인과 관광객들이 항상 붐비는데 행운을 바라는 마음에는 국경이 없나보다. 아야소피아 맞은편에 있는 거대한 비잔틴 저수지는 야만족이 침입했을 때 또는 적에게 포위당했을 때 도시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역할을 했다. 이곳에 있는 336개의 기둥은 소아시아의 여러국가에서 운반해 왔다. 물은 아타튀르크 거리에 걸린 발렌스 수도교에서 이곳으로 끌어 왔으며 후에 토프카프 궁전의 술탄들의 목을 적셔주었다. 지금도 지면에는 물이 고여 있으며 내부는 찬 기운이 돈다. 어두운 열주 사이를 불빛을 따라 걷다 보면 위에서는 끊임없이 물방울이 떨어진다. 궁전의 가장 안쪽에 이곳의 백미인 메두사의 얼굴 2개가 가로 뉘어 있다. 어둠속에서 괴기스러운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메두사는 전설처럼 자신을 본 사람을 돌로 만들어 버리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터키 이스탄불=글·사진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