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양질의 갯벌을 지니고 있으며 철새들이 몸을 숨기고 겨울을 나는 순천만은 국내 최대의 갈대밭이 펼쳐진 ‘갈대왕국’이다. 남쪽으로는 광활한 개펄을 끼고 있고, 북쪽으로는 빽빽한 갈대숲이 자라고 있는 순천만은 동서남북의 풍광이 각각 다르다. 호남정맥에서 발원한 동천과 이사천의 합류지점으로부터 순천만의 갯벌 앞부분까지20만평에 이르는 갈대군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순천만 동쪽 용산에서 바라본 순천만 일몰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순천만 갯벌에 도착하면 갯벌을 뒤덮은 광활한 갈대숲에 가슴이 설레인다. 갈대숲에 파묻힌 대대동 마을은 선착장을 중심으로 가장 많은 갈대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갯벌을 따라 길게 방죽이 있어 넓은 순천만에서 갈대를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순천만은 국내에서 양질의 습지로 알려져 있는 만큼 다양한 갯벌 생물과 희귀 철새들이 이곳으로 날아든다. 37과 86속 158종의 조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 천연기념물 19종을 비롯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적색록 13종이 서식하고 있다. 순천만에서 볼 수 있는 귀한 새는 황새, 큰고니, 재두루미, 저어새, 흑두루미, 붉은배새매, 새매, 잿빛개구리매, 매, 황조롱이, 소쩍새, 큰뒷부리도요 등이다. 개체수도 풍부해 순천만은 람사보존지역 후보지로 유력하다. 또 순천만 갯벌은 바다가 육지화해 가는 염습지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은 곳이기도 하다. 대대동 선착장과 갯강 사이를 무진교가 가로지르고 있다. 1964년 ‘사상계’에 발표될 때 비평가들에게 ‘감수성의 혁명’이란 극찬을 들었던 순천출신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霧津紀行)의 배경지가 바로 이곳이다. 소설의 무대인 무진은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공간이지만 순천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작가 김승옥은 ‘순천만 대대포 앞바다와 갯벌’이라고 밝혔듯이 바로 이곳 대대포구 안개가 ‘무진기행’을 탄생시켰다.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까...”썰물처럼 안개가 빠지고 나면 갈대밭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련한 감상을 뒤로 한 채 대대동 선착장에서 탐사선을 이용해 순천만 탐사를 나선다. 순천만 물새를 만나러 가기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부두에서 출발하는 탐사선은 두루미호와 순천만 1,2,3호 등이 있다. 뱃길로 4㎞정도 떨어진 별량면 장산 근처까지 가는데 왕복 30∼40분이 소요된다. 뱃전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얼마 나아가지 않아 반가운 손님이 반긴다. 세계적 희귀조인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가 옹기 종기 모여 한 발을 든 채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다. 김대우(51) 선장이 엔진을 끄고 물살에 따라 조용히 갯벌에 접근한다. 연신 눌러 대는 셔터소리에도 좀처럼 움직임이 없다. 김대우씨는 “진짜 행운이네요. 이렇게 가까이서 흑두루미 보기가 쉽지 않은데...” 끝없이 펼쳐진 것 같은 갈대와 갯벌, 먹이를 먹다 순간 날아오르는 청둥오리떼와 흑두루미가 한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서걱서걱 몸을 비벼대며 날아온 철새들의 여정을 들려주는 갈대밭이 정겹기만 하다. 배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순천만 가장 안쪽 갯벌풍경은 절대 놓치면 안되는 비경이다. 배삯은 대인 5천원, 어린이 3천원. 자전거를 타고 순천만 갈대밭 둑을 한 바퀴 돌 수 도 있다. 운동도 되고 시원한 둑을 달릴 수 있어 더 없이 좋다. 자전거도 타보고 탐사선을 타봤다면 순천만 갈대밭 숲을 거닐어 보자. 갯강이 가로 막고 있어 예전에는 탐사가 어려웠으나 최근 생태공원을가꾸면서 목교를 설치해 수월해졌다. 갈 대숲 사이 목교를 10여분 거닐면 둑이 나온다. 이 둑을 거닐면 일몰 감상지로 이름난 용산 아래에 도착한다. 여기서 힘들다고 돌아서지 말고 조금만 산을 오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천만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오는 순천만 일몰 전망대인 용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S 모양의 순천만은 섹시한 여인의 ‘S라인’처럼 폭발적 유혹으로 다가선다. 순천만 입구에 자연생태관이 있는데 1∼2시간 쯤 둘러보면 갯벌에 대한 이해와 순천만 생태계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아이들과 동행했다면 들러야 할 곳이다. 요금성인 2천원, 청소년 1천원, 어린이 500원.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 /순천=지광현기자 light64@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