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와와! 지상최대의 폭군 티라노사우루스가 괴성과 함께 지축을 흔들며 다가오고, 디플로돈이 사냥한 초식공룡의 살점을 뜯어 먹는다. 영화 ‘쥐라기 공원’의 한 장면 처럼 공룡들이 부활했다. 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 상족암 앞바다. 손톱으로 툭 건들면 파란물을 쏟아낼 듯한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통통배가 지나가는 평화로운 해변. 하지만 해변 상족암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암반위에 공룡 발자국이 너무나 선명하다. 마치 지난밤 공룡들이 이 지대를 지나 어디론가 이동해 간 경로가 뚜렷이 남아있는 듯 하다. 상족암 일대는 유라시아 대륙 공룡의 수도였다. 중생대 백악기 무렵 약 1억5천만년전 상족암 일대는 공룡들의 군웅할거 무대였다. 그러나 지상 최대의 지배자들인 공룡은 거대한 재앙으로 인해 존재의 흔적만을 남기고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고성군은 1억5천만년전 지구의 주인이었던 공룡들을 부활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상족암 언덕에 공룡박물관을 건립하고, 내년 4월에는 공룡엑스포를 개최해 공룡의 화려했던 옛 모습을 되살린다. 깊어가는 가을. 아이들 손을 잡고 상족암 앞바다에 서보자. 1억5천만년전의 지구의 지배자였던 공룡들이 지축을 흔들며 당신 앞에 그 거대한 위용을 나타낼지도 모른다. 귀 기울여 보면 공룡의 괴성이 들리는 듯 하다. 상족암 앞바다는 지리적으로 경남 사천시 접경에 있다. 이곳에 서면 수만권의 책을 켜켜이 쌓아놓은 듯한 해안절벽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원래 상족암은 현지에서는 ‘쌍발이’ ‘쌍족’이라고 부른다. 암벽 깊숙이 동 서로 되돌아 돌며 암굴이 뚤어져 있어 밥상다리 모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언뜻 보면 전라북도 변산의 채석강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공룡의 발자국은 절벽군 앞에 놓여진 너럭바위 지대에 널려있다. 물이 빠져 썰물이 되면 너럭바위 곳곳에 움푹 패인 작은 구덩이 같은 발자국들이 어떤 것은 한줄로 곧게, 어떤 것은 어지럽게 이리저리 찍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조각류(초식공룡-이족 보행)가 약 60%, 용각류(거대한 크기의 초식공룡)가 35%, 수각류(육식공룡-이족보행)가 5% 정도로 알려졌으며 박자국 웅덩이는 대체로 지름 30㎝ 내외다. 개중에는 1m가 넘는 것도 볼 수 있다. 발자국에는 파도가 밀려나갈 때 채 빠져나가지 못한 바닷물이 고여 있어 쉽게 구별 하게 도와준다. 공룡발자국 화석이 최초로 발견된 것은 1982년. 마을 주민의 제보로 엄청난 규모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됐고, 학계의 집중적인 연구와 조사로 상족암 일대 6㎞의 해안선을 따라 모두 4천300여개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상족암 지역이 유라시아를 통틀어 가장 많은 공룡발자국이 있는 곳으로 평가돼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 해안과 함께 세계 3대 공룡발자국 유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상족암 일대 공룡발자국은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돼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과학’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특히 티라노사우루스앞 암반지대는 진흙탕이 굳어서 된 것처럼 울퉁불퉁 한데 공룡들이 육중한 몸으로 광란을 벌인 장소라 해서 ‘공룡들의 무도장’으로 부른다. 〔〈【 이 무도장으로 불린 어지러운 발자국들은 이들에게 닥친 재앙에서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 또한 상족암은 공룡발자국 이외에도 높고 낮으며 넓고 좁은 암굴안에 기기묘묘한 형태의 돌들이 많은 전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절벽안에 십자모양의 해식동굴이 빚어놓은 기묘한 정경이 눈길을 끈다. 선녀들이 내려와 옥황상제에게 바칠 금옷을 짰다는 상족굴, 선녀들이 목욕하던 선녀탕과 주변에 촛대바위와 병풍바위의 절경이 남해바다와 함께 어우러져 선경을 연출한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 /사진=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