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 용당동 여객선터미널에서 서남쪽으로 2시간 30분정도 배를 타고 달리면 눈부신 에메랄드빛의 바다와 온통 붉은 색의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루는 곳에 도착한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바위섬 동굴은 고독한 바다를 벗하고 있고, 형형각색의 기암괴석에는 멋들어진 소나무가 빽빽이 자라 정성스레 관리한 분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중국의 닭 우는 소리에 잠을 깬다는 다도해의 절해고도 홍도. 지난 1965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 170호)로 지정된 신비의 섬이다.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홍도는 목포에서 115km, 흑산도에서 22km가 각각 떨어져 있으며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기라도 하면 며칠씩 육지와 단절되는 고독의 섬이다. 무인도였던 홍도에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는 1679년(조선 숙종 4년)으로 고씨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최초로 입도했다고 한다. 〔〈【 홍어가 많이 잡힌다고 해서 ‘홍어도’, 매화꽃처럼 아름답다 해서 ‘매가도’(梅佳島) 등으로 불렸던 홍도가 현재 이름으로 바뀐 것은 해방 후. 해질녘이면 섬 전체가 붉게 보인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 홍도는 본섬을 비롯해 13개의 부속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누에 모양의 섬 전체에서 북쪽이 3분의 2를, 남쪽이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북쪽과 남쪽은 ‘대목밭’이라는 좁은 평지로 이어져 있고, 북쪽과 남쪽에는 깃대봉(367m)과 양산봉(231m)이 각각 우람한 모습으로 높다랗게 솟아있다. 20.8km에 달하는 홍도해안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오랜 세월의 풍파로 절경을 이루고 있으며, 섬을 안고 있는 녹색바다는 속이 10m가 넘게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하다. ‘열길 물 속은 알 수 있다’는 속담을 홍도에서는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홍도는 1구와 2구 두 개의 마을로 나뉘는데 1구에는 해수욕장과 동백군락지가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으며, 2구에는 해안의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등대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자연림이 있다. 홍도에는 475명이 살고 있지만, 자동차는 단 한 대로 없다. 이동하기 위해서는 걷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방법밖에 없다. 평상시에는 여객선이 하루 2회씩 목포∼홍도를 왕복하지만 여름철 성수기에는 10회씩 운행한다. 날씨가 조금만 거칠어도 배가 뜨지 않기 때문에 미리 기상상태를 점검해 배가 출항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기본. 파도가 심해 멀미약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홍도의 진미를 느끼려면 역시 여객선 여행을 빼놓을 수 없다. 2시간 30분에 걸쳐 홍도 해안을 한 바퀴 도는 여객선은 그 유명한 ‘홍도 33경’을 모두 보여준다. 유람선은 홍도 관문인 홍도1구항에서 시작해 ‘남문’과 ‘촛대바위’, ‘도승암’ 등을 돌아 홍도2구를 거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유람선 관광의 첫 코스는 홍도 제1경 ‘남문’. 이 석문을 지나간 사람은 일년내내 더위를 먹지 않고 소원이 성취되는 행운을 누린다고 해 ‘행운의 문’ 또는 ‘만복을 내리는 해탈의 문’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고깃배 등 소형선박만 넘나들 수 있어 행운을 얻기가 쉽지는 않다. 홍도 제8경인 ‘독립문’은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독립문과 정말 빼닮았다. 원래 ‘북문’, ‘구멍바위’로 불렸던 이 문은 3·1운동 이후 독립문으로 불렸다고 한다. 독립문 바위 주변은 해저경관이 뛰어나 스킨스쿠버들을 유혹한다. 이 밖에 홍도에는 ‘촛대바위’, ‘칼바위’, ‘남매바위’ 등 파도가 수 천년 동안 깎아놓은 가지각색의 기암괴석이 끝없는 행렬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홍도의 진짜 비경은 220여개나 되는 해식동굴 속에 꼭꼭 숨어 있다. 홍도 제3경인 ‘석화동굴’은 석양 낙조시 동굴 속 풍경이 오색찬란해 동양 최고의 일몰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고깃배의 어부가 이 굴을 바라보면 반사된 햇살이 오색 찬란한 꽃으로 보여 무릉도원의 입구로 착각하기도 한다고.】〉〕 천정에 달려있는 석순은 100년에 1cm씩 자라 동굴의 나이를 가르쳐준다. ‘어떻게 저런 바위 틈에서 자랄까’라는 감탄사를 유발하는 소나무들도 관광객들의 눈길을 휘어잡는다. 이 때문에 ‘홍도에서는 나무 자랑을 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홍도 여행의 마지막 묘미는 일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해가 늦게 진다는 홍도는 해질 무렵 보석 같은 붉은 노을을 하늘에 수 놓고, 그렇지 않아도 붉은 바위들을 더욱 벌겋게 만든다. 홍도 2구의 등대에 올라 저녁 바다를 바라보면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짙은 그리움도 가슴에 와 닿는다. 〔〈【 지난 1993년에야 전기가 들어왔다는 ‘원시의 섬’ 홍도. 갈매기들도 긴 여로에 지쳐 고단한 날개를 접어버리는 홍도는 짙은 고독과 함께 외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 /홍도=임주형기자 jhlim@kwangju.co.kr 사진=나명주기자 mjna@kwangju.co.kr〔〈【 사진3. 홍도를 찾은 가을 관광객들이 홍도의 관문인 홍도1구항에 하선하고 있다. 늦가을임에도 불구하고 홍도에는 하루평균 150여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