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반사 돼 은빛 물결을 이루는 ‘억새밭’은 단풍과 함께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가을 진객’이다. ■장수 장안산=〔〈【전라북도 장수군에 위치한 장안산. 】〉〕산등에서 동쪽 능선으로 펼쳐진 광활한 억새밭은 바람이 불면 온 산이 하얀물결을 이루며 출렁이는데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장안산은 덕산 용소와 방화동, 지지계곡 지구로 나눠져 있다. 산행이 목적이 아니고 아이들 손을 잡고 가족과 함께 억새를 보려면 무룡고개쪽으로 가는게 좋다. 이곳에서 부터 정상까지는 1시간 30여분밖에 걸리지 않고, 억새밭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무룡계곡 입구부터 계단으로 정리된 산 길을 오르면 좁은 길이지만 가을의 정취가 그대로 묻어난다. 이름 모를 새의 지저귐이 반갑고, 이제 막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나뭇잎의 변화도 새롭다. 그리 가파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밋밋한 길도 아니다. 아이들이 조금 헉헉 거리다 보면 금새 억새밭이다. 산들 바람이 불어오면 억새들이 몸을 비비며 가을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리 저리 흔들리면 햇빛에 투영된 모습이 마치 은빛 세상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여기 저기 카메라 셔터 소리가 바쁘다. 아이들은 마냥 신나고, 부부의 꼭 잡은 손은 소중한 젊은 추억을 회상한다. 수채화 같은 가을 풍경이 도심살이의 번뇌와 답답함을 단숨에 흩트린다. △가는길-88고속도록-남장수 I·C-장수읍-장수군청서 관광순환도로-동촌교차로서 좌회전-장안교차로서 직진-대곡교차로서 우회전 하면 무룡고개다. 광주서 승용차로 1시간40분. △맛집=장수읍 장수리 장수공업사 앞에 ‘붕붕 오리나라(대표 정인옥·063-351-0132) 식당이 나그네의 입맛을 유혹한다. 식당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리 요리가 유명한데 신선한 오리고기를 양파, 당근 등 갖은 야채와 특유의 소스로 살짝 재워내 돌판에 구워 먹는다. 고기를 먹은 후 불판위에서 비벼먹는 비빔밥도 일품이다. 1인분 7천원. ■장흥 천관산=지리산, 내장산, 월출산, 변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다. 남쪽과 동쪽이 바다로 에워싸여 있어 다도해와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산이다. 가을 이면 천관산은 온 산이 억새로 뒤덮여 더욱 빛을 발한다. 정상 부근으로 5만여평의 억새밭이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인 연대봉에서 구정봉까지 능선을 따라 넘실대는 억새속에서 ‘천관산 억새제’가 개최되어 가을의 멋을 더한다. 천관산의 억새는 무릎 아래에서 넘실대는 작은 키가 특징이며 거센 바닷바람 때문에 억새가 찰랑거리는 소리가 느껴질 정도다. △주변 관광지-천관산자연 휴양림, 천관사, 보림사, 국사봉. (문의)천관산 관리소-061-860-0223. ■홍성 오서산=오서산은 충남 보령시와 홍선군에 걸쳐 있으며 ‘서해의 등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별명에 걸맞게 산 정상에 오르면 서해가 막힘없이 보인다. 정상을 중심으로 주능선은 온통 억새밭이니 허리춤을 넘는 억새 너머로 보이는 서해는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특히 가을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는 북쪽 기암지대와 서쪽 산사면. 가을 억새를 즐기기 무난한 코스는 광천읍 정암사-정상-월정사 코스. 정암사 주변은 온통 수백 년생 느티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고 뒤로 소나무가 색의 활력을 불어넣어 고즈넉한 멋을 자아낸다. 정상에서는 가을과 오서산이 만나 빚은 아름다운 은빛 억새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변 관광지-한용운 선생 생가터, 홍주성, 광천젓갈시장, 보령호. (문의)홍성군청 문화공보실 041-630-1224. ■울산 고헌산=‘영남 알프스’는 억새 산행으로 유명한 산군이다. 영남 알프스 산군인 재약산, 신불산, 가지산, 취서산 등이 억새로 유명하듯 울산 언양의 고헌산 또한 가을이 되면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특히 주능선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들이 키가 큰 억새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 또한 일품이다. △주변 관광지-언양읍성, 석남사 삼층석탑, 목도상록수림. (문의)울산시 종합관광안내소 052-263-6175. 영암 월출산의 미왕재 억새밭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으며 대구시와 달성군, 청도군에 걸쳐 산자락을 드리우고 있는 비슬산의 정상에서 조화봉까지 약4㎞에 걸친 능선의 억새도 장관이다. 강원도 정선 민둥산 억새는 정상 남쪽의 7부 능선에서 정상까지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데 키가 크고 억새 사이에 ?불이 섞이지 않아 꽃도 촘촘하게 피어 바람에 따라 출렁이는 억새가 장관이다. 이외에 창원 화왕산, 제주 억새오름길, 재약산 사자평공원 등이 억새로 유명하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 /사진=장수 장안산 송기동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