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일일생활권에서 반나절 생활권으로 권역이 좁아졌다. 사통팔달로 후련하게 뚫린 길은 세상을 점점 더 좁게 만든다. 강원도 하면 가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거리상으로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곳이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이색적이고 볼 만한 곳이 많다. 1박2일 작정하고 나서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에서나 나올법한 알프스 초원을 만날 수 있다. 초록의 융단이 드리워진 구릉.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떼. 이마의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 높고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 피어나는 한폭의 그림이 여기 그려져 있다.동화속 현실이 바로 이곳이다. 멋드러진 목동이 양몰이 개와 함께 양떼를 몰고 초원을 누빈다. 목동의 지시에 따라 개 두 마리가 이리저리 양몰이를 한다. 보드콜리종으로 까맣게 생겼다고 깜순이, 털이 하얗다고 해서 흰순이다. 3개월 훈련을 끝내고 지난 6월말부터 양떼들을 몰고 있다. 목동으로 불리는 고봉석 팀장(39)이 왼쪽! 기다려! 등의 명령을 내리면 개들은 230여마리의 양떼가 무리를 흩뜨리지 않게 전후좌우로 뛰어다니며 축사로 몰아간다. 매일 해가 질 무렵이면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대관령양떼목장에서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6만2천여평의 대관령양떼목장이 세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 2003년. 양 해를 맞아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영화, 드라마와 CF등의 촬영무대로 각광받으면서 전국적인 여행 명소로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평균 1천여명의 여행객들이 찾는다. 주로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다. 부모 손을 꼭 잡은 서너살 바기 유아부터 유치원, 초등학생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양떼와 함께 평화스런 전원풍경을 만끽한다. 세살된 딸 예주를 위해 양떼목장을 찾았다는 신동석(32·경기도 분당)씨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목가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데다 양들이 순해 아이들과 가까이 할 수 있어 잘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대관령양떼목장주인 전영대(54)씨는 서울에서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하다 축산진흥에 뜻을 두고 지난 1988년 목동으로 대변신했다. 초지자체를 관광사업화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운봉 종축장에서 양들을 데려와 양고기 양념숯불구이를 팔기도 했고, 양털은 이불재료로 파는 등 축산진흥과 초지의 관광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양 마릿수가 적고 양털 판로도 어려움이 있어 경영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그럭저럭 10년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준비하고 기다리는 자에게는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전영대씨에 행운이 찾아왔다. 지난 2003년 양띠해를 맞아 ‘양떼목장’ 소식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곳곳에서 방문객들이 찾기 시작했다. 올 들어서는 체험관광의 붐을 타고 전국에서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자녀들 손을 잡고 양떼와의 교감을 나누려는 가족단위 체험여행객들이 대부분이다. 권순녀(45·전주시)씨는 “다섯살 난 딸 서현이와 함께 왔는데 동물을 무서워 해 옆에도 가지 못하는 서현이가 양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입구에서 양들에게 줄 사료인 건초를 구입해야 한다. 어른 2천500원, 어린이 2천원. 본격적인 양떼목장 관람은 방목지를 따라가면서 시작된다. 풀밭 사이로 조성된 산책로는 약 1.4㎞다. 목가적인 풍경을 만끽하며 걷다보면 1시간은 꿈결처럼 흘러간다.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세트가 하나 남아있는 풀밭은 기념사진 촬영 장소다. 목장은 12개 구역으로 나뉘어있는데 양들은 1구역에서 나흘정도 방목된 뒤 다른 구역으로 이동한다. 양떼가 모든 구역의 풀맛을 다 보려면 약 50여일이 소요된다. 울타리를 따라 산책로를 걷다보면 목장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전망대에 설치된 벤치에 닿는다. 대관령과 맞먹는 해발 800m급 고지대. 가을 바람이 산들산들 세상시름을 다 녹여낸다. 오랜만에 맛보는 평화로움으로 인해 머릿속이 텅 비어간다.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는 양 먹이주기 체험장이 있다. 건초를 받아먹기 위해 사육장 밖으로 목을 빼꼼히 내는 양들에게 건초를 주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에 취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양들은 사람을 봐도 크게 놀라거나 달아나지 않는다. 복슬복슬한 털을 실룩거리며 초원을 내달리는 양들의 모습에 오늘 하루 동화속 주인공이 돼보자. (문의) 대관령양떼목장-033-335-1966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 /사진=나명주기자 mjna@kwangju.co.kr